예능에서 사라지는 패널 자리: 단독 진행 포맷이 방송가를 흔드는 이유

많은 시청자가 예능 프로그램의 토크 진행을 떠올리면 여러 명의 패널이 둘러앉아 서로의 말을 받아주고 웃음을 더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상상한다. 하지만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가리지 않고 스튜디오의 패널 자리가 하나둘 사라지고, 진행자 한 명이 모든 흐름을 이끌어가는 단독 진행 포맷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 변화를 단순히 시청자의 취향 변화로만 치부하기엔 방송 산업의 구조적 움직임이 더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한 케이블 채널의 심야 예능 프로그램은 시즌을 거듭하며 고정 패널을 대폭 줄이고 진행자 혼자서 게스트와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개편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예상보다 부드러운 분위기 전환과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해진다. 짧은 에피소드처럼 보이지만, 이 장면은 단순한 프로그램 디자인 실험이 아니라 방송사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전략적 판단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튜디오 밥값을 하는 패널의 존재가 오히려 제작비 부담과 시청 집중도 저하라는 이중의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핵심에는 제작비 구조의 변화가 자리한다. 광고 매출이 줄고 OTT 플랫폼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은 한 편의 예능을 만드는 데 드는 고정 비용을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여러 명의 패널에게 지급되는 출연료와 각자의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사전 미팅, 리허설 등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은 고정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진행자 한 명에게 집중하는 포맷은 출연료 지급 대상을 줄이고, 촬영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하며, 결과적으로 회당 제작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촬영 분량 대비 실제 방송에서 사용되는 편집 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단독 진행 포맷이 주는 효율이다. 패널 간의 대화를 기다리며 생기는 템포의 끊김이 줄어들고, 진행자의 말과 게스트의 반응이 곧바로 이어지면서 편집 과정에서 버려지는 장면이 적어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청 집중도라는 측면에서도 단독 진행 포맷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러 명의 패널이 등장하면 시청자는 각 인물의 반응을 동시에 주시해야 하는 인지 부담을 느낀다. 시청 습관이 모바일과 숏폼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길게 이어지는 다자 토크는 오히려 시청자가 화면에서 이탈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한 명의 진행자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조는 대화의 흐름을 단순하게 유지해 시청자가 게스트의 말에 더 오래 집중하도록 돕는다. 빠르게 핵심을 전달받고 싶어 하는 시청자에게는 여러 명의 말을 따라가는 것보다 한 명의 시선과 질문에만 집중하는 것이 더 명확한 정보 전달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단독 진행 포맷이 모든 예능 장르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다. 오히려 프로그램의 장르적 특성과 타깃 시청층에 따라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음식을 소재로 하는 예능이나 여행 버라이어티의 경우 단독 진행자의 나레이션과 관찰 카메라가 결합된 형태가 자연스럽다. 그에 비해 많은 참가자가 등장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게임 중심의 예능에서는 한 명의 진행자와 다수의 패널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는 비대칭 구조가 여전히 효과적일 수 있다. 문제는 제작진이 콘텐츠의 성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비용 절감이라는 명분으로 무작정 패널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흐리게 하고, 기존에 패널이 담당하던 반응 유도와 분위기 조성이라는 기능이 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오히려 시청자에게 밋밋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이 흐름을 법적·제도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층위가 드러난다. 방송사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출연자와의 계약 관계, 초상권 사용, 노동 시간 규정 등을 준수해야 하는데, 패널 수를 줄이면 이와 관련된 계약 관리 비용과 법적 리스크를 함께 낮출 수 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프로그램 심의 규정상 진행자의 발언에 대한 책임 소재가 단일화된다는 점도 제도적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여러 명이 발언하는 구조에서는 특정 발언이 문제가 될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진행자 한 명이 모든 발언을 주도하면 문제 발생 시 대응 체계가 단순해지고, 이는 방송사의 규제 대응 비용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실행 가능한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예능 제작 현장에서는 진행자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대사를 읽고 게스트를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진행자가 콘텐츠의 기획 단계에 참여하고 촬영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조율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제작사는 촬영 전에 진행자와의 사전 미팅을 강화하고, 게스트의 성향에 따라 질문의 깊이와 흐름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진행자에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포맷을 설계할 수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카메라 구도와 조명, 음향을 진행자와 게스트의 대화에 맞춰 재배치하는 등 제작 프로세스 자체를 단독 진행형에 맞게 재편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방송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패널 축소와 단독 진행 포맷의 확산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제작비 구조의 합리화와 미디어 소비 습관의 변화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OTT 플랫폼이 촘촘한 편성표 없이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동안,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은 고정 편성이라는 제약 속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몰입감을 제공할지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단독 진행 포맷은 이 숙제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지만, 모든 프로그램에 무리하게 적용할 경우 레시피를 모른 채 재료만 바꾼 요리와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존의 다자 토크 형식이 주는 풍성함과 새롭게 등장한 단독 진행의 효율성을 장르별로 세밀하게 적용하는 안목이 지금 방송 제작 현장에 필요한 과제다. 결국 시청자의 관심을 단 몇 초 만에 끌어야 하는 시대에, 한 명의 진행자가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업계가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는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