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_오늘의 리뷰] 인종차별에 대한 정의조차 없는 한국사회에서 꼭 읽어볼 만한 책 ‘인종 토크’-정혜실

 

인종차별에 대한 정의조차 없는 한국사회에서 꼭 읽어볼 만한 책 ‘인종 토크’

이 책의 저자 이제오마 올루오는 백인 엄마와 흑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자신의 삶의 전반을 통해 경험되는 인종차별에 대해 미국이라는 사회와 연결 지으며 말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종차별을 부인하는 백인들과 자신이 어떤 인종차별을 받고 있는 감수성이 떨어지는 유색인들 모두에게 질문하는 책이다. ‘내 안의 차별의식을 들여다보는 17가지 질문’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유가 답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있어서 인종차별이 일상과 고용 그리고 교육과 이웃과의 관계에서 구조적 인종주의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사회문제에서 드러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만을 다루는 차별 의제를 넘어 젠더, 계급, 장애 등 우리의 교차지점을 살피면서 어떻게 때로 차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 특권을 가진 자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사실 특권의 정의는 많은 사회정의 안에서는 훨씬 더 단순하다. 사회정의란 맥락에서 특권이란, 다른 사람은 갖지 못한 하나 이상의 이런저런 이점을 말한다. 이 특권들은 당신의 노력이 분명 큰 몫을 차지했을지라도 100퍼센트 당신의 노력으로 획득한 건 아닐 수도 있고, 이 특권이 주는 이득이 불균형하게 크거나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 특권에 그러한 이득을 누릴 가치가 없기도 하다. 이 특권이 주는 이익은 특정 집단에게만 돌아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종, 신체적 장애, 비장애, 젠더, 계급을 기반으로 한 특권이 그렇다. 하지만 이 특권은 당신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분야, 즉 섹슈얼리티나 신체 유형이나 신경학적 차이 안에서도 자리할 수 있다. 특권이 가져오는 유리함과 동전 뒷면 같은 불리함은 아주 많은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을 결정한다. 구조적 차별과 불평등을 명확히 지적하는 데 열정을 쏟고 싶다면, 특권의 유리함과 불리함의 영향력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이 사회와 우리 자신에게 진정한 변화가 생긴다.” (85p)

요즘 한국사회는 특권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다. 그러한 논란 가운데 정치인의 특권만이 아니라 사회구조가 엘리트 중심과 부유한 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특권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가 놓인 현실이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이러한 문장에 눈길이 더욱 갔다. 이러한 특권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사회에 적용해 본다면, 이주민이 아니라는 것, 여성이 아니라는 것 또는 성소수자가 아니라는 것, 장애가 없다는 것, 대학을 나왔다는 것, 키가 크다는 것, 외모로 인해 더 나은 대접을 받는다는 것, 정규직이라는 것, 중산층 이상이라는 것 등 많은 것들로 인해 남보다 특권을 누리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이나 기간제 교사 문제를 외면한다면, 건설 노동자가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쫓아내라며 시위한다면, 이주노동자가 합법체류자여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면,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살기 위해 끊임없이 출산을 강요당하고, 결혼의 진정성을 애를 낳아서 증명해야 한다면, 내 삶의 보증을 남편이 구두로 말해주어야만 출입국 직원이 믿을 수 있다고 한다면, 다문화가족의 자녀라는 이유로 이주배경청소년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그 아이의 부모 탓을 하거나 문제가 많은 아이들로 상정한 편견을 가진 교사들이 학교에 있다면, 아무리 노동을 하고 피곤해도 몸 편히 누울 곳이라곤 비닐하우스 안의 콘테이너이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상을 살아야 하고, 때로 쉬어야 할 휴일과 휴식에서 예외가 되는 존재라면, 공장에서 야근은 이주노동자에게만 요구한다면,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테러리스트로 의심받는다면, 또는 난민이라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로부터 지원센터를 오픈하는 것조차 거부당하고 있다면, 단지 미얀마 출신의 아시아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맞아야 한다면, 그리고 미등록체류자를 단속하는 공무원이나 단속반원의 추적에 쫓기다가 죽게 된다면, 외국인 보호소라며 되돌아 갈 수 없는 이주민들을 5년 이상 장기구금하며 감독처럼 통제하고 있다면, 출입국사무소에서 출신대륙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여서 불친절할 뿐 아니라 반말을 들어야 한다면, 외국인으로서 대표성은 부여하지만 실질적인 결정권을 주지 않을 때, 한국사회는 만연한 인종차별의 나라가 아닌가?

그러나 위의 사례들이 구조적인 인종차별의 문제라면, 일상은 어떠한가? 지하철에서 받는 이유를 모르는 경멸의 시선이나 지나친 호기심, 버스 안에서 냄새난다며 목로리 높이고 코를 막을 때, 몸을 씻기 위해 간 찜질방에서 거부를 당할 때, 레스토랑에서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거부당할 때, 옷을 사기 위해 들른 가게에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비싸다는 말을 먼저 들어야 할 때, 자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애들 취급을 받을 때, 가족 안에서 의견 없는 사람으로 취급될 때,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늘 사례 발표자로서만 부르고 그 전문성에 대해서는 걸맞는 대우를 하지 않을 때, 이주민을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 난민, 유학생 등 범주화에 따라 일반화하고 획일화된 이미지로 그려내는 모습이나 가짜뉴스 그리고 혐오표현을 통해 차별발언을 서슴치 않는 정치인들과 그 추종자들 또는 혐오세력들의 콘텐츠를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접하게 될 때, 일상적으로 쌓이는 상처와 자존감 하락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인종 토크’에서 저자는 차별당하는 사람들의 발언이 불편해도 주류사회가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범 이주민과 그렇지 않은 이주민으로 가르려는 주류사회의 획책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거칠고 성난 목소리로 말하는 인종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불편해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톤폴리싱’을 통해 부드럽게 말하라고 점잖게 말하라고 하는 것이 말하는 자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랜 활동 속에서 목소리 크고, 문제제기를 많이 했던 나는 사람들에게 불편한 존재였던 것 같다. 그런데 돌아보니 너무 예민했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그들이 보인 태도는 ‘톤폴리싱’이라는 말의 억압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여전히 나는 ‘톤폴리싱’에 저항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열리는 포럼이나 컨퍼런스, 세미나, 모임에서 내가 하는 이야기로 인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더 세밀하고 깊게 논의될 수 있도록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기로 한다. 이 책은 잠시 기운 빠지고, 지쳐가는 활동에서 끊나지 않은 싸움이 남았는데 안주하려는 내게 자극을 주고, 더 열심히 말하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다.

 

글 | 정혜실 대표 (이주민방송MW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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