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 MARCO Column] 청주 성안길의 미얀마 청년들

청주 성안길의 미얀마 청년들

 

“안녕하세요. 현재 미얀마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해 모금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미얀마 시민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5월 1일 청주 성안길, 미얀마 출신의 청년 Y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최근 본국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와 시민 학살을 알리고, 시민불복종운동을 지지해 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속에서 마이크를 잡은 Y와 피켓을 들고 서 있는 10여 명의 미얀마 청년들이 참 꿋꿋해 보였다. 미얀마에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는 Y와 그의 친구들, 모금함에 후원금을 넣는 사람들에게 이들이 함께 전하는 “감사합니다”, 그 목소리의 진심이 가슴에 울림을 전달했다.

Y를 포함한 미얀마 청년들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이주민노동인권센터가 4월 중순부터  진행한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와 지원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6명, 그 다음주에는 12명, 그리고 점점 더 많은 미얀마 청년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후에 한국에서 7년째 일하며 살고 있다는 Y는 미얀마에서는 집회나 캠페인에 참여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청주 시내 한 복판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고, 미얀마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충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교류를 하며,  인근에 살고 있는 미얀마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지금, 그는 미얀마와 한국의 시민사회를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경험은 Y에게, 그리고 다른 참여자들에게, 또 미얀마와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가 될까?

국경을 넘어 ‘이주’를 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새로운 경로를 만드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특히 다수가 20대에 시작하는 노동이주의 과정에서 도착국에서 이주자가 마주하게되는 경험은 청년기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일을 하기위해 한국으로 왔던 많은 이주자들 중에는 이곳 사회운동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사회와 본국과 자신의 변화를 추동한 이들이 있다. 한국땅에 발을 딛자마자 이 사회 최하층 노동자가 되어 온몸으로 체험할 수 밖에 없었던 차별과 억압에 맞서 저항하는 활동가가 되기도 했고, 본국 독재 정치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해외거주 시민의 위치에서 초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자국 민주화 투쟁을 지원 하기도 했고, 한국과 본국의 사회운동을 연결하는 국제연대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  청주 성안길에서 미얀마 청년들을 보며 떠올랐던 얼굴은 바로 지난 시간 이런 변화를 추동해온 한국사회의 이주자들이었다.

이주 분야의 전통적 이슈 중 하나인 국제이주-개발 연계(Migration-Development Nexus) 는 국제이주가 이주자의 출신국, 도착국, 이주자 본인의 개발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대해 많은 논쟁의 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대체로 경제적 측면에 집중된 개발담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담론의 기본 프레임 속에서는 이주의 과정에서 이주자들이 사회운동에 참여하며 출신국과 도착국 사회에 기여하는 변화에 대한 논의를 찾기는 어렵다. 또한 국제이주가 이주자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도 이주국에서 경제적, 사회적 자본을 획득한 소위 ‘성공한 이주자’ 이거나 노동권과 인권침해의 ‘피해자’로서의 이주자로 설명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 이주노동자들의 저항의 역사 속에서, 그리고 지금 미얀마와 한국의 시민운동을 연계하는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활동에서 우리는 볼 수 있다. 글로벌 자본주의에 적응하고 순응하거나 혹은 착취와 피해를 받는다는 단순한 이분법 속에 존재하는 이주자들이 아닌, 본국과 도착국과 자신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로서의 이주자들을 말이다. 바로 이 지점이 국제이주-개발 연계 논의를 근본적으로 비판함과 동시에 그 대안으로 논의되고 실천되어야 할 부분이다.

자, 이제 다시 청주 성안길에 모여 ‘세이브 미얀마’를 외친 미얀마 청년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지난 4월 중순부터 성안길 캠페인에 참석했던 이들은 지역에서 20여년간 활동해온 이주민노동인권센터의 지원 속에서 더 많은 미얀마 출신 노동자들이 모여 미얀마의 현재 상황을 알리고 지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자체적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충북 지역 시민사회에 미얀마의 민주화투쟁을 지지하는 외연을 넓혀 미얀마 현지의 시민불복종운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데 힘이 될 것이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상상해본다. 이 모든 활동이 Y를 포함한 미얀마 청년들의 이주의 여정 속에서 새로운 길이 되기를,  그리고 미얀마와 한국 사회의, 그리고 초국적 저항운동에 기여할 수 있기를 말이다.

 

서선영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편집자의 말- 이 코너는 ‘이주노동연구모임 MARCO’의 연구자들이 돌아가면서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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