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 칼럼] 포괄적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포괄적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포괄적차별금지법제정이 유엔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권고되어 온 상황에서, 법제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미루어 온 것이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10만입법청원’의 달성이 불과 얼마 전에 있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상민의원은 평등법을 다음날 부리나케 발의했다. 이미 장혜영의원이 작년 6월에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 올라간 지 한참이 되어서야 이렇게 발의 된 것이다.

사실상 이제 법제정의 책임은 국회의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민의를 대변하고 실행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에 맞는 일을 해야할 명분도 시민사회단체가 만들어주었으며, 10년을 넘는 운동의 과정에서 포괄적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노력한 것은 정부도 국회의원도 아닌 150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가들이다. 분명 유엔은 대한민국정부를 향해 포괄적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하면서, 시민들을 설득해야 할 역할이 정부에 있음을 강조해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그 책임은 다하지 않은 채 사회적 합의를 요구해 왔다.

그 무책임하고 게으른 태도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실질적인 득표수가 많은 시점에도 어느 정권 하나 제대로 그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 채 혐오 세력의 확장을 방기해 왔다. 그러는 사이 사회적 소수자들이 혐오 표현과 차별로 인해 삶을 마감하거나 고통에 몸부림치거나 좌절하는 모습들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러한 모습 중에는 이주민들이 겪었던, 그리고 여전히 겪고 있는 현실의 고통을 마주하고 있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최저임금을 덜 주기 위한 수단으로 숙식비 강제징수 지침을 이용해 부당한 숙식비를 갈취 하거나, 주어야 할 퇴직금을 고용계약을 마치고 돌아가는 노동자의 초과 체류를 막기 위해 공항 출국심사대를 통과해야 받게 한다든지, 무엇보다 마치 노예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사업장 이동변경의 자유 제한’을 하면서 결국은 이주노동자의 노동은 필요하지만 인간다운 삶은 필요 없다는 듯이 노동만 하고 떠나라고 단기순환제를 공고히 유지해 온 것들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들을 보고 있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주인권운동진영에서 해 온 노력들을 볼 때 제도가 만들어낸 차별과 민족적 우월의식이 만들어낸 차별 그리고 세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나 사업주의 입장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시스템 안에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차별을 차별이라 주장할 수 없는 법의 부재 앞에서 개별법의 한계를 뚫고 할 수 있는 해결 책이라는 것은 그때 그때 마다 달랐고,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제도적 인종차별이라는 구조 속에서 개개인의 삶이 지배당하고 있다.

그것은 이주노동자가 아닌 결혼이민자로서 살아가는 이주여성들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전쟁이나 재난을 피해 온 난민들도 마찬가지이고, 더구나 민족적으로 같은 혈통임을 드러내는 동포라는 말이 붙은 이주민들마저도 그렇다. 이주민들 중 예외적으로 평등을 누리고 사는 이주민이 얼마나 될까? 소위 우수인재로 여겨지는 이주민들은 좀 다를까? 유학생? 문화예술인? 스포츠 선수? 아니면 피부색이 좀 더 밝고 하얗다면? 그도 아니면 출신 국적이 미국이나 프랑스 또는 영국이나 캐나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중년이 된 지금까지 교육에서, 취업에서, 결혼에서, 출산에서, 자녀양육 등에서 차별을 경험해왔다. 거기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인한 차별도 있었지만, 국제결혼을 했다는 이유도 있었고, 혼혈의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늘 피해자 입장에서 한숨만 쉬고 살아오지 않았다. 매일 매일의 삶이 투쟁 이어야 했지만 함께 싸우고 연대하는 수많은 활동가들과 시민들을 만났고, 변화를 위한 노력들을 쉼 없이 해오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들을 돌이켜보면 지난하다. 그 지난 함에 변곡점을 크게 찍어 좀 더 즐겁고 신나는 활동으로 전환하고 싶다. 이제 좀 그럴 때도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2021년에 포괄적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법이 만사형통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법을 근거로 바꾸어야 할 것들을 바꿔 낼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 앞에서 무더위에 1인 시위를 하는 이주인권운동진영의 이주민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이 더 이상 고생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법이 제정된다고 세상이 완전히 평등한 세상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것이 아님을 알지만, 추위나 더위 속에서 거리를 행진하는 일이 줄기를 바라고, 자신의 권리를 침해 당한 채 방치되는 이주민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더 이상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발걸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포괄적차별금지법이 하루 속히 제정되기를 촉구하며, 국회가 할 일을 할 수 있게 압박하는 일에 이주인권운동진영에서도 더욱 함께 연대해주기를 부탁 드리고 싶다.

지금은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지역의 의원들이 제정에 참여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회 의원들은 법 제정 노력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어떤 평가가 내려지고 그 평가의 결과가 어떻게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국회는 법제정의 필요성을 넘어서 법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형식적 찬성과 반대논의는 무의미하며,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조항삭제 시도는 없어야 할 것이며, 보다 평등한 세상이 되어 우리가 시민으로서 어떻게 공존하며 나은 삶이 되도록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를 바란다. 포괄적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연내 제정 촉구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국회를 향한 시민들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다. 이에 호응하고 실행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국회에 있다.

정혜실(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오프닝챌린지 https://studiohalf-bottle.github.io/opening-challe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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