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 Book Review] ‘세상에 없는 나의 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 – 디아스포라의 보편적 이야기

이번에 작가 금희의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읽으면서 한국어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특히 조선족 사투리들은 도무지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한국어가 맞기는 한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은 7편의 단편을 묶어 나온 소설집인데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의미들이 허투루 넘길 수 없어 정말 열심히 사전을 찾아가며 읽었다.

첫 번째 이야기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은 한 부부가 새로운 집을 꾸미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좋은 집들을 열심히 보고 서로 의논했는데 결국에는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 조선족 마을의 집을 보고 추억을 떠올리며 그 집처럼 꾸미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에서 찾으려던 나의 집이 결국에는 내 추억 의 집이었다는 의미다. 갑자기 자기 남편에게 여러 사진들을 보며 “이런 집 예쁘네! 살아보고 싶네!”라고 하지만 정말 마음에 둔 곳은 옛날 고향의 텃밭 딸린 작은 집이라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릴 때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성년이 되어보니 포근했던 고향집에 대한 향수가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두 번째는 ‘봉인된 노래’인데 수년 전 설 명절에 찾아온 외삼촌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외삼촌은 충실한 당원인 외할아버지가 이끄는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집안 여자들의 희생을 통해 성장한다. 그래서 그렇게 자라지 않은 주인공 아버지와 대비된다. “외할머니는 지나치게 아들의 식미를 고려하다 못해 외손녀인 나를 위해 한두 가지의 반찬쯤은 고춧가루를 덜 뿌려야 한다는 궁리마저 감감 잊어버리고 말았다.”라는 부분에서 외가에서 얼마나 외삼촌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성장 환경이 좋았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성장 환경이 못하다고 해서 모두 실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이야기는 한국이나 베트남에도 있었던 남아선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아들, 그 중에서도 장남을 위해 온 식구들이 희생을 하지만 결국 그는 생활력 없는 실패한 남자가 되어버렸다. 자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을 가르치는 진정한 자녀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 번째는 ‘옥화’인데 어느 탈북 여성이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떠난 옥화라는 이름을 가졌던 동생 아내를 떠올리는 주인공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주변 사람들이 탈북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나쁘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면서 불편해하는 모습이라던가,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에 대한 불평등한 인식들에 대한 고민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는 TV를 통해 보았던 이나영 주연의 「뷰티플 데이즈」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는 북한이탈여성이 살아남기 위해 중국 노총각과 결혼, 도망, 다시 한국으로 밀입국하게 되는 영화다.  목숨 걸고 탈출해 찾은 삶이 불행해지고, 다시 탈출을 반복하는 한 여성의 삶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인권이라는 것이 이런 경우에 있기는 한 걸까?

네 번째는 ‘월광무’인데 아버지처럼 성공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가 장사를 시작했던 주인공은 실패하고 명절에 고향에 돌아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려고 하는데, 고향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오히려 지역이 개발이 되어 성공하게 되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떠난다는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어떤 설렘, 열정, 도전 같은 것이었던가?”(121p)라는 말에서 주인공이 어떤 심정으로 떠났는지를 잘 보여주는 반면에 주인공 아들의 말 “아빠 어떤 아빠들은 집을 떠나지 않고도 잘 살던데 아빠는 그러면 안 되는 거야?”(135p)에서는 결국 무엇을 얻었나 하는 후회가 드러난다. 월광무에서는 국경을 넘지는 않지만 이주노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주노동을 선택해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많은데 가졌던 희망과는 달리 월급을 못 받거나, 추운 비닐하우스에서 죽어간 이주 노동자들의 좌절된 꿈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다섯 번째는 ‘쓰레기통 위의 쥐’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잘살거나 위에 있는 사람들의 말은 쉽게 믿는 반면에 못살거나 아래에 있는 사람의 말은 더 거짓일거라고 치부해버리는 부조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선생의 말은 믿어주고 아들의 말은 믿어주지 않는 아빠는 사회의 그릇된 통념을 비판하고 있다. 진심이 신뢰를 만든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진심으로 하는 거짓말에 쉽게 속는 것 같다. 주인공의 작은 엄마는 얼굴이 곱지만 정신문제가 있는 엄마를 멸시하고, 그런 엄마는 못생기고 가난한 아빠와 결혼했다. 주인공도 엄마도 아빠도 모두 행복을 누릴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누구를, 특히 가족이 가족을 멸시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구성원들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여섯 번째는 ‘돌도끼’인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뿌리가 뽑히면서 마르는 것은 나무뿐이 아니지 않는가. 떠나가면서 마르기 시작한 것도 사람들 개개인만은 아니었다.”이다. 고향을 떠나면서 메말라가는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강물이 말라서 사람들이 떠난 것인지 사람들이 떠나서 강이 마른 것인지 앞뒤를 가릴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막연한 것을 쫓아 떠난 것은 맞는 것 같다. 나도 베트남에서 고향인 곳을 떠나 더 큰 도시로 이사해본 경험이 있고, 지금은 한국에 이주해 와서 살고 있으니, 고향을 떠난다는 것에 대해 공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항상 추억이 담긴 곳 고향, 하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났던 곳으로서 말이다.

마지막은 ‘노마드’인데 유목민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제목에서처럼 정착지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인생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에서 노동자로 생활하며 한국 사람은 중국동포에게, 중국동포는 탈북민에게 불신과 차별의 악순환이 일어남을 보게 된다. 한 민족이면서도 하나처럼 어울려 살아갈 수 없는 한민족의 모습을 강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한국에서 노동자로 돈 벌고 중국에 돌아와 잘 살아보려고 했지만 다시 돌아온 중국도 빠르게 발전해서 벌어온 돈만으로 여유롭게 살기에는 부족했다.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났지만 그곳에서는 불신과 차별을 다시 돌아온 곳에서도 변화를 겪어야 했다. 한국이 노동력이 부족해서 이들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도 정작 이들에게 최소한 제공해야 할 인권보호는 너무 소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노동력을 제공하며 기여했는데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단속해서 추방하는 제도적 현실에서 인간미를 찾아볼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이주노동자, 북한이탈주민, 미등록 체류자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들 모두 그곳에서는 살 수 없거나 더 나은 삶을 위해 왔지만 유목민처럼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 같다.

소설은 ‘디아스포라의 삶’, ‘노마드’라는 주제를 통해서 정체성을 잃은 주인공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탈북자를 다룬 소설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받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는데 탈북자뿐만이 아닌 모두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인권과 차별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탈북자와 조선족을 주인공을 통해 다뤄졌을 뿐이다. 이 소설을 통해 나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되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베트남 국적도 유지하고 있지만 베트남에 가면 그 곳에 소속감이 없는 것 같고, 한국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것 같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곤 한다. 나도 빨리 제 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나하늘(이주민방송MWTV 월례세미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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