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 피플] 이번 주도 모두 굿모닝! 관악FM DJ 도영선씨 인터뷰

“Good morning, Magadang umaga, 안녕하세요, 세상의 아줌마들?”
매주 화요일 아침 10시, 관악 곳곳에 세 가지 언어로 아침 인사가 울려 퍼진다. 「Good morning! 세상의 아줌마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DJ 도영선씨와 멜라니씨의 목소리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필리핀 사람이 필리핀 말로 진행하는 이 방송의 정체는 무엇일까. 도영선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영선 : 도영선입니다. 한국 온 지는 16년 정도 되었고요. 그런데도 아직 발음이 잘 안 돼서(웃음). 관악FM에서 방송한 지는 7년 정도 되었고요. 「Good morning! 세상의 아줌마들」이라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M 「Good morning! 세상의 아줌마들」은 어떤 방송인가요?
영선 : 방송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돼요. 월요일에는 한국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방송이 나가요. 한국어 방송에서는 이웃을 알아가자는 의미에서 세계문화 이야기, 이주민들에 대한 인식개선을 목표로 하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고요. 나머지 요일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 나가요. 화요일은 필리핀, 수요일은 중국, 목요일은 베트남, 금요일은 일본. 이렇게 다섯 개 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요. 자기 나라 노래를 틀기도 하고, 한국 노래를 틀기도 하고. 거기에 뉴스나 정보 같은 것도 같이 알리는 거죠. 저는 필리핀 사람들을 위한 방송을 7년째 진행하고 있고요.
 
M 7년이라, 상당히 오랜 기간 라디오를 진행하셨네요. 어떻게 처음 방송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영선 : 봉천 YWCA에 이런저런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아요. 거기서 교육을 받다가, 관악FM 국장님이 다문화가정을 위한 공동체 라디오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을 해주시더라고요. 관악구에 다문화가정 비율이 0.6%래요. 그분들을 위한 라디오를 방송하면 반응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요.
M 그 얘기를 듣고 방송을 결심하시게 된 건가요? 
영선 : 처음에는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죠. 우리가 매스컴도 아니고. 방송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교육을 받는 도중에 각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자국어로 하는 라디오를 방송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온 거죠. 한국어로 방송하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고 들을 수 있는 이주민들도 제한되어 있으니까. 우리말로 하면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한 시간이라고 하는 시간도 굉장히 길게 느껴졌는데, 막상 방송을 해보니까 중간에 노래 틀어주는 시간도 있고. 필리핀 사람들은 노래 듣고 춤추고 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또 친구도 초대할 수 있고, 제가 말해야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아서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막상 해보니까 또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M 그러셨군요. 이제 그렇게 방송을 진행하신 지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 요즘에는 주로 어떤 내용으로 방송이 진행되나요? 
영선 : 제일 중요한 건 정보에요. 다문화센터 같은 데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거든요. 다문화가정을 위한 것도 있고, 아이들이 들을 수 있는 것도 있고요. 한국에 새로 들어오는 필리핀 사람들한테 그런 강좌가 제일 절실하게 필요한데, 그분들은 한국말이 익숙지 않아서 정작 그런 강좌가 열려도 잘 찾아볼 수가 없어요. 안내문자가 와도 한국어로 오니까. 그래서 우리가 좋은 정보를 알려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러면 그분들한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꼭 그런 정보뿐만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시간도 필요해요. 한국에서는 집안에 행사가 있으면, 예를 들어 추석을 쇤다고 하면 며느리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이걸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M 청취자분들한테 반응도 좋으셨을 것 같아요.
영선 : 처음에는 신기하다고들 하더라고요. 여기는 한국인데 필리핀 방송이 나온다 하면서. 신청곡 보내도 되냐고 하기도 하고. 아, 그리고 전화연결 시간이 굉장히 반응이 좋더라고요. 얘기할 게 엄청 많아서 한 시간으로는 부족한 거예요. 전화 연결로 자기 목소리가 라디오에 나오는 걸 다른 가족들이 듣고 신기해하기도 하고. 서울 말고 다른 지방에서도 전화를 많이 주세요. 지방에 계신 분들도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라디오를 들을 수 있거든요. 방송이 언제 올라오나 메시지도 많이 와요.
 
▲ 관악FM <굿모닝 세상의 아줌마들>의 화요일 DJ 필리핀 출신 도영선, 멜라니 씨 ⓒ 관악FM
 
M 그런 방식으로도 소통이 되고 있군요. 혹시 청취자들이 보낸 메시지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가요?
영선 : 경기도 광주에 사는 친구였는데요. 라디오를 통해서 저를 알게 되었다고 페이스북에 친구 요청이 온 거예요. 언니 방송 잘 듣고 있어요 하면서. 그래서 제가 다음에 전화 연결을 한번 해줬거든요. 그러면서 이 방송을 필리핀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방송을 통해서 가족들한테 5분이든 10분이든 메시지를 전하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막 울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친구의 고향은 신호가 잘 안 터져서 전화도 잘 안 되는 동네인 거예요. 그런데 방송을 통하면 시간차는 좀 있더라도 가족들한테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 그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M 그러셨군요. 또 방송 중에 기억에 남는 주제가 있으셨나요? 반응이 좋았던 주제라든지.
영선 :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코너가 반응이 좋아요. 필리핀에서 온 젊은 며느리들이 한국에서 시부모님하고 같이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이 어른들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니까. 저는 그걸 제일 많이 알려줘요. 고부갈등을 이겨내는 방법이나 노하우라던지. 젊은 친구들이 아무래도 그런 부분을 잘 모르잖아요. 한국에서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그런 부분에 도움을 주는 거죠. 청취자들한테 어떤 부분을 알려달라고 따로 요청이 오기도 해요. 우리 신랑이 왜 이런 식으로 말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하고. 시아버지 이름을 불렀는데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하고. 한국 문화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문화 때문에 생기는 오해도 같이 풀어주는 거죠.
 
M 방송을 하면서 힘드신 점은 없으셨나요?
영선 : 다른 라디오에는 작가분도 계시고 PD분, 기사분이 다 계시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대본 작성부터 엔지니어링, 녹음까지 다 우리 손으로 해야 하니까 시간이 부족한 거예요. 그 준비 과정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우리는 또 이것만 전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직업이 따로 있으니까.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거죠. 대본 쓸 시간이 특히 부족한 주에는 음악을 최대한 많이 틀고는 해요(웃음). 그래도 페이스북이나 이곳저곳에서 방송을 잘 듣고 있다고 연락이 오고 그러면 또 힘을 내서 방송을 준비하고 그러는 거죠.
 
M 마을라디오라는 매체가 이주민분들한테 특별히 의미를 가지는 부분이 있을까요?
영선 : 방송할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감사하죠. 다른 매체들에서는 이렇게 일주일에 한 시간씩 방송할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잖아요. 심지어 남의 나라인데요. 그래서 방송할 때마다 좋은 방송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한국에 필리핀 사람이 계속 들어올 테니까. 계속 방송을 하는 게 그분들한테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이죠.
 
M 라디오를 하면서 영선씨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영선 : 사실 한국 사람들이 필리핀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말도 다르고 하니까. 그런데 방송을 하다 보면 한국 사람들이 나를 덜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방송한다고 하면 대단한 것을 하는구나, 똑똑하구나 하면서. 그러면서 자존감도 많이 올라간 것 같아요. 시부모님이나 남편도 네가 이런 것도 하는구나 인정을 해주고요. 아이들도 엄마가 방송을 하는 걸 많이 자랑스러워해요. 그래도 역시 가장 큰 것은 새로 오는 분들의 적응을 도와줄 수 있다는 보람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된 거죠.
 
M 마지막으로 라디오를 듣는 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주세요.
영선 : 제 방송을 못 듣는 분들한테도 드리고 싶은 말인데(웃음), 한국 문화나 한국말을 빨리 배웠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살러 왔으니까 한국 사람 못지않게 모든 걸 잘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 그래야 나중에 자식한테도 도움이 되고. 그리고 남편들도 필리핀 문화를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한국 문화를 배워도 필리핀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그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단 말이에요. 가족 간에 이해를 잘하고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 남편들도 노력을 좀 하면 좋겠어요.

글 | 한건희 MWTV 기자단 5기

이주, 노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이것저것 읽는 것, 그리고 이것저것 먹는 것을 좋아한다. bbscg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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