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 칼럼] 이주민 라디오 이야기_참여, 제작, 운영

이주민라디오에서 교육을 하다가 이렇게 글로 쓰려니 쑥스럽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지도 고민이 되고요.

어렵고 긴 이야기를 알지도 못하고 그런 이야기를 해 봐야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그저 교육 과정에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요. 우선 참여와 제작,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요?

다른 나라의 사례도 이야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험을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이주민방송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이주민방송에 맞게 만들 것인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1. 참여 | 당사자들이 이야기하는 라디오

우선 참여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공동체 라디오는 보통 절대적으로 많은 자원활동가들이 존재합니다. 이는 기존의 지상파 방송처럼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 언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당사자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것을 추구하는 공동체 라디오의 정신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를 하자면 전자는 언론의 역할을 한다면 후자는 커뮤니티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죠.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개인보다는 기존에 있는 커뮤니티와의 연결고리를 찾아 그 커뮤니티의 내부적인 소통을 담당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2. 제작 | 실수를 즐기라, 매끈한 이야기보다 솔직한 이야기

둘째, 제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교육을 할 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을 보면서 알고 있던 것들을 모두 잊으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방송은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제작을 하고 있는 우리를 위한 방송이기도 합니다. 지상파 방송처럼 잘 정돈된 상태에서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수를 하고 왁자지껄하고 어딘가 어눌하기도 한 방송을 만든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죠.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니까요.

실수를 즐기세요. 방송을 잘 만드려고 하지 마시고요. 내 이야기를 우리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한다고 생각하면 굳이 격식을 갖추는 것보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나 그런 실수투성이 방송을 사람들이 들으면 어떨까? 걱정이 된다면 이런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솔직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듣는 사람들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을요. 아마도 이주민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솔직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지 잘 다듬어진 매끈한 지상파 방송을 흉내만 내는 방송을 듣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실수를 부끄러워 마세요.

3. 운영과 재정 | 이주민이 방송을 책임지는 이주민 커뮤니티의 방송

셋째, 예전에 영국의 공동체 라디오 사례에 대한 논문을 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공동체 라디오에 비해 이주민들이 운영하는 공동체 라디오의 수익구조가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방송국들이 광고와 기금 수익이 거의 전부인 반면 이주민방송의 경우 후원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척이나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영국의 이주민 방송이 이주민 커뮤니티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동시에 그들이 이주민 방송을 내 방송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주민 방송이 내 방송이라면 운영과 재정에도 고민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주민 방송에 이주민들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곧 방송을 하고, 후원을 하고, 다른 커뮤니티와 연대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방송의 재정을 책임지겠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책임을 지자고 이야기하는 것을, 그리고 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할 수 있을지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어줍잖게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제가 교육을 하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이야기, 이주민 방송을 보면서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주민 방송이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 점점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려움의 원인은 사람이었고, 활기를 가지는 원인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공동체 라디오에서 사람이라는 것이, 아니 사람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오히려 제가 배우게 됩니다.

더 많은 참여로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기는 이주민 방송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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