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 칼럼] 이주민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

(사진출처: 미디어스)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이제는 4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까지 생기고 있다. 이러한 대감염 시기에 소외 집단과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외면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국 언론은 이주노동자에 대해 거의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한국 언론이 이주노동자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올해 1월에서 7월까지 7개월간 조선, 중앙, 동아, 문화, 세계, 국민 등 6개 언론사와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매일경제 등 8개 경제지 등 14개 언론사를 분석해 보았다. 이 언론사들을 선정한 이유는 한국민들 대부분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데 포털 뉴스에서 이들 보수와 경제지들이 상위 언론사에 랭크되어 있고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도 이들 보수언론사와 경제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를 키워드로 하여 추출된 기사 186개 중에서 이주노동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 뉴스만을 추출한 결과 모두 33개의 기사가 수집되었다. 이 중에서 이주노동자 키워드가 포함되었으나 이주노동자와 관련이 없는 기사 (예를 들면,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기사, 국제엠네스티에서 대한민국의 여성 폭력 관련 기사, 40대의 박영선지지 기사 등) 8개를 제하고 나니 25개의 기사만이 남았다.

지난 7개월간 국내 주요 보수 및 경제 신문 14개중에서 25개만이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뉴스를 보도한 것이다. 7개월간 매체별 평균 1.7개, 매체별 월평균 0.25개의 기사, 즉 한국의 주요 신문들은 4개월에 한 개꼴로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생산한 것인데, 양적인 측면에서 실로 의미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같은 조건에서 “고양이”를 키워드로 했을 경우 이보다 15배 이상인 379건의 기사가 생산되고 있었다. 한국의 보수 및 경제지는 이주노동자보다 확실히 고양이가 더 높은 뉴스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국내 전체 인구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이 중에서 20%는 이주노동자로 한국인을 포함한 전체 임금노동자 중 1%를 차지한다. 100명중 한 명꼴로 이주민이 우리나라 각 산업분야에서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있지만 국내 주요 언론은 이들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삶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고통스럽듯이 이러한 무보도는 이주노동자를 사회에서 지워버린다. 이주노동자를 사회적으로 삭제함으로써 우리는 이주민의 노동이 어떠한 조건에서 우리나라 생산 과정에 관계하며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한국에서 이주민의 노동은 그렇기 때문에 그림자 노동이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해 보도한 25개의 기사는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 보았다. 가장 최근 기사는 “불법체류자 39만명 코로나탓 사상 최대…진단, 접종 방역 사각” (문화일보, 2021,06.22 보도)인데, 불법 체류자들이 “추방당할 것을 우려해 진단 검사를 꺼리고 있어”라며 우려하는 기사였다. 미등록이주민이라는 용어 대신에 불법체류자라는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불법체류자로 인해 한국의 보건 환경이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편견을 반영하고 동시에 그러한 편견을 강화시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이주노동자들의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의무화한 일부 지자체 행정명령에 대해 명확한 차별이라는 의견을 내린 바 있다. 국적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차이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앞장서서 차별을 심화시키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과 권고는 언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인지 더 노골적으로 차별적인 보도를 한 것이다.

또 다른 보도는 “공장에서, 밭에서…일 끝나고 미친약 찾는 이주노동자들” (머니투데이, 01.19)이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이 기사는 국내서 적발된 외국인 마약류 사범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태국인 이주 노동자의 비중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이주노동자들은 ‘미친약’에 중독된 범죄자라는 강력한 신호를 주고 있다. 사실 보도라는 미명하에 이주노동자를 범죄시하며 마약사범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이주노동자에 대한 기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범죄 기사가 주는 악마적 이미지의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차별적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도와 아울러 이러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범죄화 보도는 이주노동자를 이 사회에서 더욱 고립시킬뿐 아니라 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극우적 주장들의 논리적 근거가 된다. 보수언론과 경제지가 극우적 담론의 공범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보도만 있다고 하는 것은 과장일 수 있다. 추출된 기사들중에서 많은 경우에는 피해자로서의 이주노동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포천 채소농장 기숙사서 30대 이주노동자 숨진 채 발견” (국민일보, 2021.06.02.)이나 “고향도 못 가고, 알바도 끊긴 설…공장에 갇힌 그들” (머니투데이, 2021.02.12.)는 이주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문제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 고립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보도는 사회 섹션에서 노동이 아닌 일반 사건사고 기사로 취급되고 있다. 사건사고의 이면에 노동의 문제가 은폐된 형국이다. 이외에 가장 많이 보도된 이슈는 캄보디아 이주여성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 농장주의 상습 성폭행 범죄를 다룬 기사로 4개 언론사가 이를 보도하였다. 그런데 이 기사들은 비록 “인면수심”의 농장주에 대한 비판을 담고 성폭력으로 정신과 육체 모두 회복될 수 없는 고통을 입은 이주여성 노동자의 피해를 보도하고 있지만, 이 기사들은 한국 노동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의 문제, 취약한 거주 공간이 문제, 상습적 성폭력이 문제 등 본질적인 이슈들은 축소 또는 외면하고 임신중절, 상습성폭력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피해 상황을 주로 묘사하고 있다. 즉, 이주노동자의 노동과 그들의 실제적 삶의 환경들은 이 기사들에서도 주변적이다.

코로나19로 예외적인 상황이지만 우리나라 언론들은 이주노동자에 대해 거의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 이전처럼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매우 드물게 이주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경우는 어처구니 없게도 방역에 위험이 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피해자가 될 경우이다. 결국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실제 노동 조건과 환경을 알 수도 없으며 이들의 노동을 통해 우리 사회와 경제가 어떠한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의 노동자와 공동체와는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철저히 은폐되어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의 목소리 자체가 소멸되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환경에서 이러한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보도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배제를 더욱 심화시키며 코로나19 이후 이주노동자의 삶의 조건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 이주방송국 MWTV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들도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의 삶과 목소리가 한국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억압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자괴감이 든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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