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 칼럼] 이주노동자는 죽으러 한국에 오지 않았다_모든 이주민에게 인권과 노동권을

이주노동자는 죽으러 한국에 오지 않았다
<2016 세계이주민의 날 이주노동자대회, 모든 이주민에게 인권과 노동권을>
 

박진우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사무차장
 
     여기 한 이주노동자가 있다. 태어난 나라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도저히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어 한국어시험을 치르고 가까스로 고용허가제 비자를 발급받았다.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에 일하러 온 그는 하루 12시간 일하면서 위험한 환경에 계속 노출되어 있었다.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임금에서 한 달 몇십만 원에 달하는 기숙사비용을 빼면 집에 송금조차 보내기 힘들 정도로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더군다나 같이 일하는 한국인 동료는 이주노동자가 자기들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연일 욕을 하거나 폭력을 일삼았다. 노예처럼 꾹 참고 일하던 그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일을 도저히 할 수가 없어 회사에 이야기했지만 자기 돈으로 병원에 가라는 이야기만 들을 뿐이었다. 더 이상 여기서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사업주에게 제발 사업장을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여기서 계속 일을 하거나 아니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호통만 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 고용센터와 노동부에도 찾아갔지만 사업주에게서 사업주변경확인서 사인을 받아오라는 이야기만 계속 들을 뿐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해주지 않았다. 결국, 금의환향의 꿈을 안고 한국에 일하러 온 그는 한국에 온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이야기는 그동안 이주노동조합에서 상담을 받아온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들었던 실제 공장에서의 피해사례를 종합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숫자의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로 들어와서 일하다가 산재, 자살, 사고 등 다양한 이유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감 및 정부 보도자료 취합한 산재통계로 낸 자료에 따르면 매해 평균적으로 94.4명이 산재사망을 하고 있고 5,048.7명이 산재재해를 당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살이나 교통사고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실제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같은 시기의 전체 노동자의 재해율과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를 하고 있는 데 비해 이주노동자의 재해율과 사망률은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 12월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대회, 모든 이주민에게 인권과 노동권을> 집회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했다. 1부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 준비한  사망 이주노동자 추모제, 2부는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로 진행되었다.
     이에 이주노동조합, 이주공동행동, 경기이주공대위, 민주노총, 외노협 등 이주제단체들이 공동으로 12월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대회, 모든 이주민에게 인권과 노동권을> 집회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였다. 1부는 사망 이주노동자 추모제, 2부는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로 진행을 하였다. 1부에서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 준비한 추모제 순서로 비록 종교와 국적은 다르지만 먼저 떠난 이주노동자들을 기리는 한마음으로 헌화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시간이었다. 2부 결의대회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캄보디아, 네팔, 방글라데시, 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며 2017년에는 우리들이 원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그중에서도 네팔에서 온 한 이주노동자가 천천히 낭독했던 추모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동지 여러분
     오늘은 UN이 정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입니다. 우리들의 생일이라고도 볼 수 있는 날에 우리들은 먼저 한국에 와서 일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이주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 죽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똑같이 일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은 한 해 평균 백 명 가까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왜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공장에서 농장에서 기숙사에서 길거리에서 죽어야 하나요? 이건 이주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직도 많은 결혼 이주민들이 가정 폭력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스스로 자살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업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고 퇴직금도 한국에서 받을 수 없도록 한(출국 후 퇴직금 수령) 고용허가제도 때문에 젊은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민들이 죽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고용허가제도 노동허가제로 바꾸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단속추방이 아닌 합법화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광화문광장에서 이주노동자대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은 조계사 일주문까지 행진을 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고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구호들을 외쳤다. 우리에게도 한국인과 똑같이 퇴직금을 한국에서 지급하고, 자유롭게 사업장변경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인종차별이 없는 사회에서 살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주민 200만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사회에게 반드시 필요한 메시지였다. 부디 2017년에는 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서, 기숙사에서, 농장에서, 그 어디에서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한국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래본다.

 

박진우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사무차장

2012년부터 이주노조 사무차장으로 재직 중. 주로 노동상담 및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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