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 칼럼]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슬픈 정체성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슬픈 정체성

이제는 우리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어 따뜻한 손을 잡을 때

작년 실태 조사에 이어 올해, 미등록 아동 및 엄마 정서지원 프로그램 실시해 

안은주 |  이주노동희망센터 국장

현재 지구별 여행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지구별 60억 인구 중 5억 명 넘는 사람들이 일 또는 정치와 관련된 이주자로 구분된다해마다 10억 명 이상이 좋든 싫든 집을 떠난다. 20세기 후반은 이주의 시대라고 묘사됐을 만큼 대대적 인구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있으며 사실상 모든 국가를 그 구성에 있어 보다 다인종문화화시키고 있다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이주의 시대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슬픈 정체성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온 지 20여 년이 지나면서 가족들을 데려와 함께 살거나 한국에 머물면서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그사이에 이주 아동들도 늘어나고 있다.

혈통주의를 따르는 현행 국적법은 이주 아동이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한쪽 부모가 한국 국적이 아니면 아동의 국적 취득을 허락하지 않는다즉 우리나라에서는 외국 노동자가 자녀를 낳았어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이에 따라 많은 이주 아동들이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이들은 한국 땅에 살고 있지만 없는 존재이자 존재 자체가 불법으로 돼 있다.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2013년 2월 기준으로 합법체류 기간 만료로 인해 미등록 신분으로 전락한 19세 미만의 아동 수가 6천여 명에 이르며통계로 잡히지 않는 미등록 아동을 포함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미등록 이주 아동은 1만에서 2만 명이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정확한 숫자와 실태 파악이 정부를 통해서조차 되고 있지 않아 이는 향후 아동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미등록 아동 실태조사

이주노동희망센터는 작년에 취학전 미등록 아동을 수소문해서 실태조사를 시행하였다한국의 법과 제도 속에 들어 와 있지 않아서 교육과 그 외 다른 복지 혜택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아동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실태를 알고자 했다.

미등록 아동은 주로 미등록노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부모들처럼 제한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부모들이 단속을 피해서 활동 반경이 좁아지므로 또래 아동들이 누리는 자연스러운 교우관계와 교육을 받을 수 없어서 생애 주기상 성장에 필요한 외부 접촉과 애착경험교육놀이 등이 모두 부족한 상태였다주거 환경도 공장에 딸린 방 한 칸 정도의 기숙사에 주로 많이 거주해서 외부에 나가 놀 공간도 부족하고 미등록 아동이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립 어린이집에 다닐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는 경우에는 아동들은 주로 한국어를 사용하여 친구들과 소통하는 반면에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부모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미등록 아동 정서지원

미등록 아동의 실태 조사를 하면서 아동들의 정서 지원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2016년 올해는 작년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미등록 아동의 정서를 지원하는 미술치료를 시행하게 되었고 동시에 그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게 되었다.

엄마들은 작년 실태조사 때 만난 네팔 출신 모임을 중심으로 전문가와 함께 격주에 한 번씩 모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낯선 나라에 와서 아기를 낳아서 미등록신분으로 지내야 하는 이 엄마들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아기 양육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두가 우울증을 겪었다고 했다낯선 나라에서 아이를 낳고 어떻게 키우는지도 모르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그리고 네팔은 가부장적인 문화가 있어 돈 버는 일 뿐 아니라 집안일도 거의 담당하는 편이라 스트레스가 아주 많은 편이었다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어 무척 행복한 기회였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엄마들이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면 그 손에 자라는 아동들은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미등록 아동은 미술치료는 작년 실태조사 때 만난 경기도의 미등록 아동 어린이집 6~7세 아동 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손으로 만지는 촉감 중심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에 아주 재미있게 참여하였다프로그램을 진행한 전문가 선생님의 의견에 따르면 한국의 또래 아동보다 성장발달이 두세 살 정도 늦어 보인다고 했다여러 가지 활동 경험이 부족한 점은 아동들의 소통과 애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동은 생애 시기적 특수성으로 특별보호가 필요

아동에 대한 권리는 현재나 미래에 생애 시기적 특수성에 기인한다아동기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며성장이 빠르게 진행 중인 불완전한 시기이다사람의 자아는 세 살 때까지 형성된다고 한다세 살 때까지 형성된 것은 아이에게 강하게 각인된다그리고 이 자아 형성기에 정신적으로도 그대로 주변 사람과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다어릴 때 불안한 심리적 환경에서 자라게 되어 심리불안이 형성되면 죽을 때까지 고쳐지기 어렵다고 한다특히 취학 전 아동의 보육은 전 생애에 걸쳐 성장에 핵심이 되는 시기이다그렇기 때문에 아동은 인간답게 살 권리는 물론이고 성인과 달리 특별한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아동만큼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하는 등 국제 수준으로 이주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국적 관계없이 모든 어린이에게 기본권 보장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지켜야

이주 아동은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 자격은 아이의 책임이 아니다그런 아이에게언제 어느 곳에서 살든아동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건강권과 교육권의 행사를 박탈함으로써 체류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이주 아동이 아동 또는 보호자의 사회적 신분출신 지역출신 국가출신 민족인종체류자격 등과 관계없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수립되어야 한다또한국내 거주하는 모든 이주 아동이 교육적·신체적·사회적·정서적·도덕적으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주 아동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도록그리고 이주 아동의 건강과 안전인권보장을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이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곳에서 교육받고치료받고보호받으며 꿈을 키워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한 인격의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또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켜 국격을 높이는 중요한 일이다. 이주노동희망센터에서 진행한 정서지원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주 아동들이 모든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인류의 미래 희망의 씨앗이 될 소중한 존재임을 함께 공유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안은주 이주노동희망센터 국장

이주노동희망센터 | 이주노동희망센터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다가 강제 추방당한 이주노동자들, 계약 만료로 귀국은 했으나 세상의 모순에 눈뜬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한국에서 인권과 정의를 추구하는 여러 비영리 단체들의 활동가들, 이런 사람들이 손을 잡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지속적인 국제 연대 및 교류를 목적으로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국내에 체류 중인 이주민의 노동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개선과 이와 관련한 조사·상담·연구사업을 진행하며, 그밖에 국내·외 이주노동자에 대한 희망학교 건립 등 지원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주요사업 | ○희망학교 건립(네팔, 방글라데시) 2011, 2014, 2016 ○해외 장학사업(네팔, 방글라데시) 2011~2016 ○해외 NGO 및 이주노동활동가 지원사업(네팔, 필리핀) 2015~2016 (▷네팔 한국어 교실 ▷방글라데시 방과 후 희망공부방-릭샤, 가사도우미 등의 자녀 ▷필리핀 이주노동자 권리 찾기 프로젝트) ○해외 미등록 아동 사업(필리핀) 2016 ○국내 미등록 이주 아동실태조사, 미등록 아동 미술치료(이주노동자 정서지원프로그램) 20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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