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 칼럼] 고용허가제, 강제노동 제도 아닌가요?

12년이 지나도 논란이 큰 고용허가제

‘현대판 노예제도’로 말 많고 탈 많았던 산업연수생제도를 대신하여, 2003년 8월에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2004년 8월 17일에 ‘고용허가제’가 시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반쪽짜리였습니다. 산업연수생제도는 병행해서 유지되었거든요(결국 2007년에 산업연수생제도는 폐지되었지만요).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법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적용하는 선진적인 제도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화자찬 해왔지만, 노동자들과 인권단체들은 끊임없이 비판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왔습니다. 이 뿐만 아니었지요. 국가인권위나 국제기구인 UN, ILO(국제노동기구),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제도를 시정할 것을 권고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용허가제의 ‘강제노동’ 성격에 초점을 맞춰 얘기해 보겠습니다.

ILO 협약 상의 강제노동

1930년에 제정된 ILO 제29호 협약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제2조에서는 “어떠한 사람이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받거나 또는 임의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모든 노무”를 강제노동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1957년에 제정된 제105호 협약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 제1조에서는 “이 협약을 비준하는 회원국은 이하에서 규정한 어떠한 형태의 강제노동이든 금지하고 이를 이용하지 않을 책임을 진다. ▲정치적 견해 또는 기존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제도에 사상적으로 반대하는 견해를 가지거나 발표하는 것에 대한 제재 및 정치적 또는 교육의 수단 ▲경제발전을 위해 노동을 동원 또는 이용하는 수단 ▲노동규율의 수단 ▲파업 참가에 대한 제재 ▲인종적·사회적·민족적 또는 종교적 차별대우의 수단”이라고 하면서 강제노동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폐지를 보장하기 위한 효과적 조치를 취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와 비교를 해 볼까요. 일단 이주노동자는 사업주 허락 없이 자기 마음대로 일을 그만둘 수 없습니다. 그러면 비자를 잃게 되고 강제추방이라는 ‘처벌’을 받게 되지요. ‘사업장 이동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사업주의 부당한 요구가 있어도 사직을 할 수 없지요. 원치 않는 초과노동, 휴일노동 등도 종종 사업주의 위협을 동반한 강요에 의해 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 두 가지 협약에 해당되지 않나요? 비록 한국정부가 강제노동협약을 비준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ILO의 8대 기본협약 중의 하나이고 회원국은 이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ILO는 또한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기본협약들이 적용된다고 한 바 있습니다.

▲ 시행 12년을 맞은 고용허가제의 폐지와 이주노동자 노동3권 쟁취를 슬로건으로 내 건 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8월 21일 일요일 오후에 서울, 대구, 부산에서 동시에 열렸다.

국내법 상의 강제노동

헌법 제12조 1항에서는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7조는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라고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4년 10월에 발간한 <고통을 수확하다: 한국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착취와 강제노동> 보고서에서 “상당수 농업 이주노동자들이 일종의 처벌(예를 들어 해고, 비자 갱신 거절, 폭행 위협)의 위협을 받고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노동조건 하에 일하도록 강요받았고 이에 따라 강제노동협약에 규정된 강제노동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문제를 고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원치 않는 노동을 하게 되는 상황을 정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거나, ‘폭행, 협박’ 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걸까요?

또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3조 1항의 3호에서는 “외국인근로자가 사용자의 승인을 받는 등 정당한 절차 없이 5일 이상 결근하거나 그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신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내에서 근로조건 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일손을 놓게 되면 사업주가 ‘이탈신고’를 하여 비자를 박탈할 수 있게 만드는 무기입니다. 아무리 사유가 정당하더라도 사업주는 이탈신고 한방으로 노동자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이지요. 강제노동을 시키는 또 하나의 장치인 것입니다.

▲ 시행 12년을 맞은 고용허가제의 폐지와 이주노동자 노동3권 쟁취를 슬로건으로 내 건 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8월 21일 일요일 오후에 서울, 대구, 부산에서 동시에 열렸다.

강제노동이 계속되어야 할까요

국제기구들의 권고를 살펴보겠습니다. 2012년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특히 다음에 관하여 고용허가제를 재개정할 것을 권고한다. : 복잡하고 다양한 비자 종류, 출신국에 따른 차별,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제한, 최장고용기간 제한. 또한 위원회는 당사국이 이주노동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완전하게 향유하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 특히 아동이 적절한 생계, 거주, 의료, 보건, 교육을 향유하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한다. 위원회는 당사국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모든 개인에게 보장하도록 촉구한다.”고 하였습니다. 2015년에 UN인종차별특별보고관은 “특히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을 없애고, 고용주가 서명하는 고용변동신고서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기준법을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전면 적용하며, 특히 노동시간, 휴게시간 및 주휴수당과 관련된 사항을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고요. 2015년 ILO 104차 총회는 특히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에 관한 유연성을 부과하기 위해 제도의 효과에 대해 노사단체와의 협의하고, 이주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관련 제도를 보완할 것,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과 노동시간에 관한 권리가 확실히 보장되도록 정기적인 조사와 연례사업보고서 발간도 주문했습니다. 이런 권고들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외면하고 있지요.

강제노동 제도로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제도가 중동지역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카팔라 제도’입니다. 즉 비자 발급을 사업주가 보증해야 입국할 수 있으며 사업주의 허가 없이 일을 그만두거나 옮길 수 없습니다. 출국도 할 수 없지요. 사업주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고 이주노동자를 매우 취약한 지위로 떨어뜨려 현대판 노예제도로 비난받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와 어딘가 비슷하지 않나요? 강제노동이라고 비판받는 제도들이 지속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정영섭 |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

이주공동행동은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의 약칭입니다.

30여 개 이주, 인권, 노동, 사회단체들이 함께 행동하는 연대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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