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 책 리뷰] 영국에서 살아가는 일본인 이주민인 저자가 말하는 영국사회와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 『나는 옐로우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일본인 여성으로서 음악을 사랑해서 영국으로 이주해 간 저자 브래디 미카코는 노동자 계급의 아일랜드 이민자 후손인 남편과 아들 하나를 두고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책을 첫 번째로 만난 것은 『아이들의 계급 투쟁』 이였다. 이미 이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보육교사로서 일했던 어린이집을 통해 하층계급과 이민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모티브로 해서 싱글맘, 아동학대, 이민자, 무슬림, 문화 갈등, 계층 갈등과 특히 인종 간 갈등에 관하여 쓴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읽은 책은 앞서 쓴 책의 후속 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두 책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주민으로서의 삶과 아이의 성장 과정이 얽혀서 먼저 쓴 책이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면 이 책은 그 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독자로서 느낌은 먼저 쓰인 책보다 뒤의 책이 더 흥미로웠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자식이라고 하는 혈연의 관계에 있는 아들의 자기 주장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유아 시절 보다 청소년으로 성장해 가는 아들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전달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내가 파키스탄에서 온 남자와 살면서 낳고 기른 딸과 아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듣는 것 같았다.

물론 시기와 환경 그리고 사는 곳이 너무나 달라서 정말 같은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혼혈 또는 다문화라고 불리는 우리 아이들의 심정을 이렇게 저렇게 추측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만난 이주배경청소년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오르기도 했다. 개인적 네트워크나 공적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만난 모든 아이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어렵지 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면서 자신이 맞닥뜨린 영국과 일본에서의 인종차별 경험이나 계급적 차이에서 오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의 다름과 차별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꿈꾸게 하는 글이었다. 그것이 책의 제목이자 앞부분에 언급된 <나는 옐로우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가 책의 뒷부분에서 <나는 옐로우에 화이트에 그린>으로 바뀐다는 점에서다. 불루는 불루스 음악처럼 뭔가 애환을 토해 내는 슬품 같은 것이라면, 그린은 청소년으로 아직은 잘 모르지만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희망적인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드러난 영국 사회의 이민자 계급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저자의 고향인 일본인들의 민족주의와 폐쇄성 또한 드러내기도 한다. 그것은 아들이 성장과정에 맞닥뜨리며 고민하게 되는 정체성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으며, 소속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고민해보라고 질문하는 것 같다. 특히 아들의 피부색이 백인의 피부를 닮았다는 것과 외모가 자신을 닮아 동양적으로 보이는 것이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면서 말이다.

이 나라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각양각색의 사고 방식이 있으며, 갹양각색으로 분노를 표현한다. 오랫동안 배워온 사실임에도 자칫하면 지뢰를 터뜨린다.”(167p)라는 문장에서 같은 이주민이자 영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기르지만, 동일한 집단도 아니며,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살지 않을 뿐 아니라, 단지 같은 아시아 출신이라고 해서 서로를 위하는 듯한 동질감이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주류인 영국인 뿐아니라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갈등은 발생하며, 서로를 향한 편견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오해도 하고, 무지도 드러내고, 편견을 가지고 상대를 판단하기도 하고, 오류에 빠지기도 하고, 부끄러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인권이나 반차별의 감각을 갖출 수는 없다. 매일 매일 나이지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문화사회는 곳곳에 지뢰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그 지뢰를 밞았던 사건이 전북 익산시장이 말했던 발언 같은 것이다. 심지어 선한 의도에서 했다는 말들이다. ‘잡종, 튀기, 혼혈, 다문화가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문제가 되는지를 모르는 그 무심함으로 말이다. 이주민이라고 해서 모두가 영국의 교육과 사고방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출신국가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중학교에서 이뤄지는 라이프 스킬 수업에 대해 불쾌해 하는 부모도 있을 법하다.“(202p)처럼 인권이나 보편적 권리에 무심한 이민자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올린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활동을 싫어하기도 하고, 이주민의 권리를 내세우는 집회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을 반대한다는 소리를 한국인들처럼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그들이 무슬림도 반대하고 중국동포도 반대하고 이주노동자도 반대하고 난민도 반대한다는 사실에 대해 못 본 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주류 집단이 갈라 치기 하는 선동은 우리를 분열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종차별은 타인을 불쾌하게 하거나, 슬프게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칭키또는 니하오라고 낙인이 찍혀서 차별당한 사람들이 자신은 특정한 그룹에 소속되어 있음을 느끼게 하고, 그렇게 분노나 동료애 같은 소속의식을 강화함으로써 사회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다.’(231p)

우리는 어떤가? 중국, 베트남, 일본, 한국, 캄보디아, 네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시리아,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멕시코, 콩고, 이집트이렇게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자신의 공동체를 꾸리며 혹시 한국사회와 다른 소속감으로 이민자의 삶을 견뎌내고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결혼이민자, 난민, 이주노동자, 유학생, 기술이민자, 벤처사업가, 외국인기업가, 스포츠 맨, 교수 등 다양한 직업과 체류자격으로 분열되어 있지는 않은가? 우리의 이야기가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에는 우리 사회에 적용해 볼만한 프로그램들이나 개념들이 담아 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적용시켜 보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정혜실(이주민방송MW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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