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현장] 결혼이주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버린 조직의 운영철학

결혼이주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버린 조직의 운영철학

한 명의 이주여성 관리자가 탄생하기까지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례연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워크숍 <한 명의 결혼이주여성 관리자가 탄생하기까지: 사례연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담당자 좀 바꿔주세요.”

“제가 담당자인데요.”

이지연 연구자(서울대학교 아동가정학과 박사 수료)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처음 전화하던 날의 당황스러움을 기억한다. 이주여성 A가 전화를 받았고, 담당자를 바꿔달라고 했더니 A는 본인이 담당자라고 소개했다. 이주여성단체에서 근무하는 이주여성이 선주민이 하는 일반 업무를 하리라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주여성을 돕는 단체에서 이주여성이 일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야? 뭐가 대단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들도 많을테지만, 이주민 관련 사업을 하는 현장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이지연 연구자는 말한다. 이주여성이 이중언어의 이점을 활용한 통역과 상담 업무 이외에 회계와 조직업무와 같은 일반 행정업무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뚜렷한 철학과 확고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이 연구자는 지난 18개월 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이곳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 결과 한 명의 이주여성 관리자가 탄생하기까지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례연구」라는 주제로 최근 박사 논문을 발표했고 해외 이주학회 등에서도 초청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17일은 그가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활동가들 앞에서 이주여성관리자가 탄생할 수 있었던 센터의 조직문화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혼이주여성이라 하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F-6 비자로 들어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을 말한다. 이지연 연구자는 결혼이주여성의 53%(2012년 기준 통계청 통계)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한국의 일반여성이 일하는 비율과 유사하다고 한다. 그는 “일을 하면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가족 외에 아는 사람이 없어 겪는 우울증 등 부정적인 경험이 크게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혼으로 왔기 때문에 공적영역이 아닌 사적 가족의 구성원으로 묶어”두려는 사회적 시선이 강하게 작용하는 탓에  “기존의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연구 경향은 이들을 노동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지연 연구자가 ‘일하는 결혼이주여성’에 주목하게 된 이유다.

일을 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은 어떤 직종에 근무할까?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사회에 고용된 이주여성의 87%는언더임플로이드under-employed’되어 있다고 이지연 연구자는 설명했다. 본래 가진 역량보다 낮은 지위의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LA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다 식당이나 세탁소를 한다고들 생각하고, 미국에 사는 남미 사람들은 가정부, 보모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 이 연구자는 한국의 이주여성은 무슨 일을 하는지 청중에게 물었다. 청중은 대부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일하는 이주민 또는 선주민 활동가들이었다.

“마사지”

“가사노동”

“식당일”

“모텔청소요.”

대번에 이런 대답들이 나온다. 이러한 일들의 공통점은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했다. 이렇게 특정 직종이 어떤 민족집단에게 딱 맞는 일인 것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에스닉 니치(Ethnic Niche)’라고 부른다고 그는 설명했다. ‘에스닉ethnic’은 ‘민족·종족’을, ‘니치niche’는 ‘아주 편한(꼭 맞는) 자리(역할·일)’를 뜻하는 단어다. 여성이주자가 에스닉 니치를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니치 현상은 이주여성들이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여러 불평등이 들러붙어서 일어난 것’이라고 이 연구자는 분석했다.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사람은 살면서 점점 더 불리한 지위에 처하게 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교육을 못 받고 그래서 좋은 직업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돈이 없고, 병원치료도 받지 못한다. 이렇게 점점 불평등이 누적되는 현상을 생애과정 이론에서 말하는 ‘축적된 불평등’이라는 개념을 들어 그는 설명했다. 이주여성은 ‘민족적 소수자’이며 ‘미숙련·비전문 노동자’에다 ‘여성’이라는 불평등이 중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자는 “사회적 계급의 재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즉 점점 나빠지는 그 축적된 불평등의 고리를 끊기 위해 숙련노동자들이 나와야한다”고 했다. 그는 전문영역에서 일하는 숙련된 노동자·관리자를 가장 잘 보여주는 특별하고 본질적인 사례를 찾았다. 특이한 사례라서 다른 데서는 찾기 어려운 사례. 그가 주목한 기관은 한 결혼이주여성이 10년 간 활동하며 성장해 온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였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워크숍 <한 명의 결혼이주여성 관리자가 탄생하기까지: 사례연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 연구자는 이 기관에 근무하는 3명의 선주민 활동가와 1명의 이주민 활동가를 18개월간 관찰했다. 그리고 4명에게 같은 질문으로 일대일 심층면접을 했다. 결혼이주여성뿐만 아니라 그를 뽑아준 사람의 입장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주여성뿐 아니라 선주민도 같이 인터뷰하게 되었다. 그의 연구 목표는 한 명의 결혼이주여성이 관리자 직급으로 고용되는 과정을 서술하는 것, △고용과정에서의 중요한 이슈와 주제를 고용자 중심의 관점에서 정의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정부나 고용인(이주여성) 관점에서만 고용 문제를 바라보고 고용자 관점은 간과해왔던 탓에 이 연구논문이 여러 곳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지연 연구자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조직업무 자리에 이주여성을 고용한 기관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비정부/비영리기관 △이주여성의 능력과 당사자성을 배양하는 기관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 △관련 정책의 영향에 대응하는 기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향상시키는 기관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설립된 기관 △여러 개의 지부와 관련기관.

이어 이지연 연구자는 축적된 불평등을 가지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을 한 기관이 어떻게 훈련시켜 나가는지, 그 훈련과정 △고용이전 △고용과정 △적응과정 △지도력개발의 네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1단계: 고용이전

A는 2006년에  F-2-1 결혼비자(지금의 F-6비자에 해당)로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어를 배우러 이 기관을 방문했다. 이때 D가 A의 근면함과 열정을 보게 되었다. A는 다른 훈련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상담통역으로 자원봉사도 하기도 했다.

2단계: 고용과정

A와 선주민 B가 같이 고용되었다. 결원이 생긴 상태였고, 정부 재정지원이라는 여유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B는 유사한 기관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서 팀장으로, A는 관련 경력과 경험이 없어서 시간제 간사로 고용되었다.

A가 고용된 이유에 대해서, A 본인은 당시에 같은 출신국(베트남)에서 온 상담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통역자가 필요해서 본인이 뽑혔다고 기억했고, D는 A의 능력과 ‘당사자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D가 강조하는 ‘당사자성’이란 ‘이주여성의 문제를 이주여성이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이 연구자는 부연했다.

“D가 A를 고용한 이유는 한국어를 배우기만 하는, 누군가에게 받기만 하는 이주여성이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로 누군가를 도우려는 이주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거든요. 자원봉사로 상담통역할 수 있으면 하고 번역도 하고, 그렇게 시혜적인 존재, 주체적인 존재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3단계: 적응과정

A는 각 팀장의 보조 역할을 했다. 은행에 가서 통장 정리하고 우체국에 갔다. 본인은 그 과정을 “지루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많았고, 타자연습 하는 날도 많았고 업무가 서툴렀다”고 말했다고 한다.

B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얘가 정말 일을 못하는구나. 한 사람의 몫의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사실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처음이니까, 이주민이니까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상사가 아닌 먼저 일을 시작한 선임자로서 주말에도 나와서 모든 업무를 자세하게 지도했다고 한다. 자기가 해야하는 이외의 일을 한 것이다. 배우고 가르치고, 상호작용하고, 인내하고, 서로 신뢰하는 이러한 과정은 A가 숙련되고 독립적인 노동자로 훈련되고 발전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이게 이 기관이 해야하는 일이라고 이 연구자는 보았다.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상임대표와 레티마이투 활동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4단계: 지도력 개발

A는 시간제 간사로 시작해서 상담팀장이 되었다가, 회계담당이 되고 조직팀장이 되었다.

“저는 이게 가장 쇼킹했어요. 처음에 이 기관에 왔는데 A가 회계를 담당한다는 거에요. 선주민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일이에요. 머리가 아파요. 용어가 복잡하고요. 어떤 기관에서 그 사람을 성장시키려고 작정했을 때 맡기는 일이 회계에요. 회계를 담당한다고 하길래 중책이구나 생각했어요.

처음에 회계를 담당하다가 (산하기관인) 상담센터로 이직했어요. 그랬다가 다시 법인 조직팀장의 자리로 재고용되었죠. 갔다 오는 과정에서 내부 논쟁이 있었어요. 회계담당이 되었을 때도 내부 논쟁이 있었어요. 이사회에서 누구는 굉장히 반대하고 누구는 아니다 꼭 필요하다고 논쟁이 있었어요.

저는 이 A를 고용하고 재고용하고 회계를 맡기는 일련의 과정들이 이 기관에게도 굉장한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줬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A를 고용할 때 고용해야하는 이유, 고용하지 말아야하는 이유는 뭐야? 하고 싸우는 과정에서, 이 기관이 우리 기관이 왜 설립되었는가, 목표가 무엇인가를 다시 확인했다고 B, D가 다 이야기했어요.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주체성, 그리고 이주여성이 이주여성을 돕는 당사자성. ‘주체성과 당사자성’ 두 가지가 이 기관이 설립, 운영, 지속되는 이유이고 운영철학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주여성을 클라이언트(사업대상)가 아닌 동료로 두자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해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워크숍 <한 명의 결혼이주여성 관리자가 탄생하기까지: 사례연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지연 연구자는 4가지를 연구주제로 삼았다. △한 명의 이주여성 관리자가 탄생하기 위한 촉진요인과 방해요인을 살폈다. 그리고 △주어지는 업무의 진화과정, △결혼이주여성 출신의 관리자의 의미를 살폈다.

조직의 운영철학, 구성원들의 독특한 상호작용, 시혜적 존재, 주체적 존재로 갈 이주여성 본인의 가능성촉진요인으로 꼽았다. ‘조직은 사람을 키우는 곳’이며 ‘운동가를 성장하게 하는 건 단체의 중요한 일’이라고 한 분이 인터뷰했다.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이미 잘 훈련된 사람, 이미 잘하고 있는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보다는 사람을 성장, 훈련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그는 운영 철학을 밝혔다.

또한 C는 이 기관의 독특한 상하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다른 NGO들의 경우, 도와주지 않고 도움받지 않고 서로 알아서 하자는 수평적, 혹은 개인주의적인 멤버쉽인 경우가 많은데, 반면에 이곳은 서로 편하게 대하지만 가르쳐줘야 하는 것은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것은 배워야 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이것이 이주여성을 키워낼 수 있는 기반”이라고 보았다.

방해요인으로는 △현장과 정책과 대중인식 사이의 괴리, △한국의 시혜적 복지시스템, △다문화에 대한 대중의 모순적 태도를 꼽았다.

시혜적 복지시스템으로 인해 이주여성들이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방해요인으로 거론했다. 이곳 저곳에 강의나 세미나는 많이 다니는 데 배운 걸로 역량 발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아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이주여성의 태도 문제라기 보다는, 계속 주는 시혜적 복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인터뷰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온 사항이라 했다.

다문화에 대한 대중의 모순적 태도로, 쇼업 되는 다문화현장에 대해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보내는데, 다양함을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 보는 건 싫어한다. ‘이주여성 도와줄 땐 좋아, 같이 일하는 건 그건 안 될 거 같은데?’ 이런 식의 이중적인 태도로 나타난다.

A의 업무는 ‘특화-일반-특화’와 같은 단계로 진화했다.

‘특화’ 단계는 선주민은 할 줄 모르지만 이주여성이 접근하기 쉬운 특별한 일들로 시작한다. 언어점 이점을 활용한 통역과 상담이 이에 속한다. 접근가능한 일들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개인에게 중요한 일이지만, 대부분 여기에서 끝난다고 이지연 연구자는 덧붙였다.

A는 그 다음 스텝인 ‘일반’ 단계로 나아갔다. 이 점 때문에 이지연 연구자는 A의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선주민들이 하는 ‘일반’적인 일들을 언젠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이주여성이 에스닉 위치에서 일할 순 없잖아요. 접근하기 쉬운 일들에 머무르면 그러면 계속 이주여성이 하는 일은 저런 일들, 이건 선주민이 하는 일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데 A는 일반적인 일로 진화했다고 생각해요. A가 일반적인 사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이 기관에서 업무관련 교육을 제공했고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느정도 일반적 업무에 배치를 당했어요. 그래서 선주민이 하는 업무를 하는 것 이 과정이 힘들지만 몰아붙여서 이주여성들의 역량을 높이고 선주민들이 이주민을 생각할 때 아 이주민들도 우리와 같은 업무를 할 수 있구나를 생각하게 되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이 포인트가 대부분은 없죠. 왜냐하면 기관에서도 힘든 일이고 이주여성에게도 힘든 일이니까요.”

기관은 이에 머물지 않고 A를 다시 특별한 영역에 보내고 싶어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A라는 사람이 선주민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주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시 하길 원해요. 무슨 말이냐면 통역, 상담을 다시 하란 얘기가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선주민이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이 이혼하게 되는 현상이나 결혼이주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는 데 겪는 어려움 등을 해석하고 한국사회 속에서 이주민을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이주민만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을 감당하기를 기대해요.”

▲ 3월 1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 집회에서 이주여성의 인권을 위해 발언 중인 레티마이투 활동가 ⓒMWTV

마지막으로, 결혼이주여성 출신의 관리자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라고 이 연구자는 말했다. ‘당사자성’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게 아니구나, 실제로 실현가능한 것이구나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또한 이주여성 최초의 상임활동가라는 롤 모델을 만들고, 일반시민과 협력기관의 인식을 ‘당황’에서 ‘당연’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지연 연구자는 결혼이주여성을 노동자로 바라볼 때 ‘고용자 관점’을 고려하는 걸 강조했다. 고용 이슈에 관해 고민할 때 정부·고용인·고용주의 세 가지 축이 있는데 우리는 너무 정부와 고용인 즉 이주여성에 대한 고민만 한다. 이주여성을 고용하는 고용자에 대한 얘기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램이다.

또한 고용자 관점을 고려할 때 그 조직의 문화가 어떠한가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선 조직의 경영철학, 구성원들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탐색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주여성을 주체성을 가진 한 명의 노동자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발표를 듣고, 중국동포 출신인 생각나무BB 안순화 대표는 본인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어교실 출신이라고 소개한 뒤. 2004년 말에 한국어 배우러 왔는데, 자신은 A보다 더 먼저 이 센터에 왔고 그때도 통역 봉사도 하고 그랬는데, 왜 B가 나한테 아무것도 안 가르쳤을까 라며 농담을 했다. 그는 자기개발하는 이주여성은 많지만, 암만 노력해도 B 같이 헌신하는 분을 만나기는 쉽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워크숍 <한 명의 결혼이주여성 관리자가 탄생하기까지: 사례연구>에서

보충 설명 중인 허오영숙 대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에 사례 발표에서 내내 B로 등장했던 허오영숙 대표가 답했다.

“시기적인 요인도 있다. 2005년 국제결혼이 피크여서 3만 건이 넘었다. 2007년 마침 다문화지원센터가 많지 않아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미어터졌을 때였다. 지금은 이주여성들 사이에 경쟁 치열하고 기본기 갖춘 이주여성 숫자가 너무 많아졌다. 기본기 갖추기 위해 학력 못 갖춘 이주여성들이 본국에서 사이버대를 그렇게 많이 다니고 있다고 한다. 최근 사이버대는 이주여성들이 먹여살리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요구하는 직업을 맞추기 위해 이주여성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선점한 친구들이 자리잡은 세계에 들어가기 힘들어진 면도 있다. 당시의 희소성이 겹치면서 같이 가능했던 지점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일단 이주여성에게 (일반 업무의) 일을 주면 될 것 같다. 이미 지금 외국인력지원센터나 다문화지원센터, 다누리콜센터에 경력이 몇 년 이상된 이주여성들이 많다. 이 사람들에게 순환업무를 주고 능력개발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주면 될 것이다.”

이에 다문과가족센터에서 온 선주민 담당자는 이주민에게 일반업무를 줄 수 있다는 걸 생각조차 못해 봤다며 부끄러워했다. 

“B라는 한 명의 사수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롤모델이 아닌가. 이주여성인권센터 내에서 전국 지부에 확산 가능한 모델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허오영숙 대표는 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즐겨 쓰는 이주민 활동가와 선주민 활동가 간의 갈등을 풀기 위한 장치를 소개했다.

“몇년 전부터 전국수련회 때 자주 하는 건데요. 이주민 활동가와 선주민 활동가 사이에 서로 불만이 많은 거에요. ‘이주여성들이 못 하는 업무가 있어’ 하는 선주민들의 고정관념이 있고 이주여성들은 ‘선주민들이 다 해먹는다’고 하는 그런 갈등이 있어요. 말하기 껄끄러운 문제인데, 저희 모토 중에 하나는 갈등은 말해야 한다 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주민 활동가, 선주민 활동가 따로 해서 서로 욕하는 시간 가졌어요. 실컷 서로에 대해서 씹고. 그렇게 끝나면 안되니까 ‘실현가능한 요구사항’을 적는 걸 했어요. 이게 일상에서 실천되고 서로 관계적 평등이나 가치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일상적인 것도 있어요. 사무처회의나 이사회의나 활동가들이 다 들어와요. 이주여성이든 선주민이든 상관없이. 다른 기관에 가면 이주여성은 회의에 안 들어가더라구요. 회의도 상당한 지도력 훈련이거든요.”

이지연 연구자는 ‘사례연구’는 완전히 이상적인,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를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본질적인 케이스이고 여기 밖에 없는 단일한 케이스인 탓에, 이 기관의 독특한 경영철학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극단의 케이스를 소개하는 것은 이러한 이상적인 모델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벤치마킹하고 확산시켜 나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말을 남기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인터뷰  | 숲씨 웹진 VOM 편집장

숲도 작은 씨앗에서 태어났습니다. 악의 평범성, 내재화된 폭력성을 살피고 끊어내는 일, 일상에서의 실천, 평화에 물들고 평화에 물들이는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mwtvb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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