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피플] 믿고 보는 무전여행, 이주민영화제 – 이나단 코디네이터와 곽경임 기술팀장 인터뷰

믿고 보는 무전여행, 이주민영화제

이나단 코디네이터와 곽경임 기술팀장 인터뷰

제10회 이주민영화제 ‘고향 지금 여기’ 아트하우스모모에서 28~30일 열려


2006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주민영화제(Migrant World Film Festival)가 올해로 10회를 맞이하였다. 이주민영화제는 이주민 당사자들의 출품작으로 구성되는 국내 유일의 영화제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예년보다 이주민 당사자들이 출품한 작품 비중도 크고 완성도도 높다. 한마디로 한층 더 숙성되고 깊어진 셈이다. 이주민영화제를 향한 주요 언론사의 무관심과 정부 후원이 급격히 줄어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영화제가 10회를 맞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주민도 살만한 사회, 그런 살맛나는 세상을 꿈꾸는 활동가들의 열정일 것이다. 오는 10월 28일부터 시작되는 영화제 준비에 바쁜 사무국 식구들을 만나 영화제에 얽힌 이야기와 활동 소감을 들었다.

제10회 이주민영화제 ‘고향 지금 여기(Home Now Here)’

채리 두 분 모두 그동안 못 뵈었던 것 같은데, 이번 이주민영화제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신 건가요?


경임 저는 사실 그동안 이주민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었고, 이주민영화제의 존재 자체도 몰랐어요. 지인의 추천으로 영화제 기술팀이 필요하다고 해서 팀원인줄 알고 온 건데 막상 명함을 받고 보니 ‘기술팀장’이더라고요(웃음). 이주민을 만나본 경험도 없고 이주 분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새로운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도전하게 되었어요.

나단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만났어요. 졸업 후 NGO에서 난민 인권을 위한 활동도 했고요. 일하다 보니 전문성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무사 시험도 준비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겠다 싶어서 지난 5월에 이주민방송국 MWTV의 이주민 기자단 워크숍을 신청했는데, 막상 하려고 했던 공부는 못하고 코디네이터로 발탁되어 버렸네요. 매일 매일이 정신없이 바쁘지만, 사무국 식구들 덕분에 영화제를 준비하는 일들을 즐기고 있어요. 보람도 있고요.

채리 10회를 맞이한 이주민영화제가 대견스럽기만 한데요(짝짝짝).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Slogon)은 무엇인가요?

경임 그동안 이주 문제에 대해 고민한 적은 없지만, 영화제를 준비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주민 문제는 사람이 잘 사는 것, 한마디로 정착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자신이 태어난 곳이 아니더라도 한 곳에서 10년 정도 살게 되면 정이 생기게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우리 선주민들이 발 딛고 있는 대한민국 땅이 이주민들에게도 제2의 고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지금 사는 이곳이 우리의 고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을 ‘고향 지금 여기(Home Now Here)’로 정했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를 살면서도 여전히 이곳은 타향일 수 밖에 없고 떠나 온 ‘고향’을 떠올리며 향수에 시달릴 많은 이주민들의 마음도 담아보려했어요.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려고 컴마를 없앴어요.

채리 제2의 고향, 지금 사는 이곳이 우리의 고향이 될 수 있다…. 이주를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마음 깊이 와 닿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영화제는 주로 어떤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나요?

▲ 개막작은 ‘사전제작제원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섹 알 마문 감독의 <피난(Diaspora)>과 덤벌 수바 감독의 <그녀는 다시 일어섰다(She Rose Again)>, 폐막작에는 김정 감독의 <도시를 떠돌다(Drifting City)>이 선정되었다.

나단 이번 영화제는 총 9개의 세션(Session)으로 구성되었고 15개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에요. 그 중에서도 공모 작품이 3개이고, 미디어교육작이 3개이고 개막작은 작년에 이주민영화제에서 처음 만들어진 ‘사전제작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섹 알 마문 감독의 <피난(Diaspora)>과 덤벌 수바 감독의
<그녀는 다시 일어섰다(She Rose Again)>로 선정되었어요. 폐막작은 김정 감독의 <도시를 떠돌다(Drifting City)>로 선정되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북한이주민 이야기를 다룬 작품 <마담 B>도 선정됐어요. ‘북한이주민을 이주 이슈로 담아내야 하는가’라는 고민과 이견도 있었죠. 하지만 영화에 출연하는 주인공이 중국에 가서 노동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북한이주민도 이주노동자로 바라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 탈북민이 중국에 가서 노동을 하는 장면을 담아낸 <마담 B>

☞ 제10회 이주민영화제 자세히 들여다보기 : www.mwff.org

열악한 환경과 끈끈하고도 질긴 연대의 힘 속에서 피어난 꽃, 이주민영화제

채리 북한이주민도 이주노동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네요. 사실 북한이주민은 국제적 관점에서 ‘난민’이기도 하니까요. 2006년 시작된 이주노동자 영화제가 2011년 이주민영화제라는 이름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이제는 북한이주민도 이주노동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서 힘과 역동성이 느껴지네요. 자, 그렇다면 여러 작품들 중에서 두 분이 인상 깊게 보신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경임 공모 작품 3편중에서 <목따르마마>(감독 로빈 쉬엑, 김은석) 라는 작품이 있는데 ‘마마’라는 말이 삼촌을 의미해요. 영화 속 주인공은 고향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타국에 가있는 이주노동자에요. 그런데 주인공과 가족의 화상통화 장면에서 주고받는 대화의 대부분은 돈에 대한 이야기죠.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건 맞지만, 이주 노동의 이유가 오직 돈이라는 것밖에 안되나 싶어서 씁쓸하더라고요.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행복하다’라고  표현해요. 제가 주인공이라면 멀리 떠나있는 내게 돈 이야기만 하는 가족들 때문에 고통스럽고 슬프기만 할 것 같거든요. 자신의 이주 경험을 행복하게 일궈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묘하더라고요. 이주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생기는 순간이었죠.

▲ 20년간 한국을 3번 방문하며 마석 가구단지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목따르 마마> 이야기

채리 돈 이야기만 하는 이주노동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 <목따르마마> 듣기만 해도 기대되네요. 이번에는 사무국의 속사정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이주민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 어떠신지요?

경임 저는 그동안 이주민을 만난 적이 없어요. 심지어 전철에서도 만난 적이 없어요(웃음). 그러니 당연히 이주민 이슈에 대해 고민해본 적도 없죠. 그래서 굉장히 낯설어요. 그런 면에서 제가 이주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뿐만 아니라 영화제 재정형편과 제반환경이 매우 열악해요. 낮은 급여를 받아가며 밤새워 일하는 활동가들이 존경스러운 요즈음이에요. 이주민 인권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의 인권은 보장받지 못하니까요. 제게는 낯설면서도 신기한 광경이에요. 참, 이주민 당사자 활동가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해서 놀랐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하시더라고요. 덕분에 낯선 느낌이 쉬이 사라진 것 같아요. 관계에 있어 언어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됐어요. 언어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와도 같으니까요.

채리 NGO의 열악한 환경을 몸소 체험하고 계시다니, 씁쓸하면서도 공감이 되네요. 나단씨는 어때요?

▲ 영화제 집행위원회 회의 장면. 영화제 작품들은 여러 차례 치열한 논의를 거쳐 선정되었다.

나단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출퇴근하고 있으니 매일 매일이 즐거워요. 물론, 출근을 안 하는 날은 더 즐겁죠(웃음). 저도 최근에 NGO의 열악한 환경을 새삼 느끼고 있는데요. 동시에 NGO의 든든한 힘도 느끼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영화제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이주민센터친구(영등포구 대림동) 조영관 변호사님의 든든한 후원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변호사님께서 이주민영화제 1차 순회상영전 장소 제공과 더불어 웹자보도 흔쾌히 제작해주셨어요. 심지어 부천에서 하는 2차 순회상영전 웹자보까지도요. 본인의 일도 아닌데 시간과 재정을 후원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끈끈하고도 질긴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 10월 7일 부천 문화공간 디디에서 열렸던 2차 순회상영전 
 


▲ 8월 5일 영등포 대림동 이주민센터친구에서 열린 1차 순회상영전. 진행하는 이나단 코디네이터와 인사말을 하는 조영관 변호사.

경임 사실 저는 아직도 활동가들을 보면 이해가 안돼요. 자신의 가족도 아닌데 낮은 급여를 받아가며 밤 새워 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존경스럽죠.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에요.

나단 열악한 재정형편 속에서도 이주민영화제가 10회를 맞이할 수 있었던 건 활동가들의 땀방울과 끈끈한 연대 덕분이겠죠. 정말 힘이 되더라고요.

이주민영화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채리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이주민영화제, 저도 더욱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드네요. 마지막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이주민영화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단 “이주민영화는 무전여행이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이기 때문이다.” 농담이고요(다 같이 웃음). 이번 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많이 배우고 많이 만나고, 앞으로의 새로운 여행계획도 세우게 돼서 매우 의미가 깊어요.

앞으로 국내 유일의 이주민영화제가 각 지역마다 개최되었으면 좋겠어요. 전국적 이슈를 포괄하는 영화제보다는 지역별로 이주민영화제를 개최할 만큼 규모도 커지고 이주민 당사자 활동가들도 많아지는 거죠. 이주민 당사자 활동가로서 미디어 운동을 앞장서고 있는 제2의 마문과 덤벌수바가 탄생하는 그 날까지!

경임 “이주민영화제는 믿고 보는 거다. 일단 나오세요!” 이주민영화제는 저 같은 사람 때문에 꼭 필요해요. 우리나라에 이주민에 대해 관심조차 없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이 많은데, 사실 선주민들도 잠재적 이주민이거든요. 이번 이주민영화제가 선주민과 이주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주민을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바라보기보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그 어느 때보다 이주민영화제가 기대된다. 예쁘고 따뜻하다. 볼거리도 많아지고 깊어졌다. 무엇보다 NGO의 힘과 연대가 느껴진다. 그야말로 이주민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갈망이 발현되는 종합선물세트처럼, 이 세상의 좋은 단어들을 모두 가져와 붙여주고 칭찬하고 싶다. 생각건대 그들의 땀과 노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향 지금 여기(Home Now Here)”, 태어난 곳을 떠나 다른 공간에서 살고 있지 않은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면, 아니 고향이 원망스러울지라도 10월 28일, 망설임 없이 아트하우스 모모로 달려가시라!

 

안채리 | MWTV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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