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피플] 미등록 이주아동의 마음을 읽는 사람들② 공장에서 크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아동의 마음을 읽는 사람들,
이주노동희망센터 안은주 국장과 송정은 미술치료사

 ②공장에서 크는 아이들, 무지개교실 심리치료 이야기 
미등록아동 미술심리치료
평균 한국 아이들보다 발달이 1년 이상 늦어 
무지개교실은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마석 가구 공단 내에 있는 유치원이다. 주로 미등록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고,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 배경의 아이들이 있다. 올해는 6-7세가 7-8명 되었다. 송정은 대표는 곧 초등학교에 진학할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이 용이하도록 사회성에 집중된 프로그램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받았다. 그러나 첫 시간에 아이들을 만나보고는 계획을 다시 세웠다. 
마석 무지개교실의 미등록이주아동들과 함께 실시한 미술심리치료 과정
ⓒ아트온어스 제공 (소중한 사진들은 아동과 보호자의 동의하에 촬영 및 게시합니다)
송정은 한국나이로 6-7세 아이들인데 굳이 한국평균과 비교하자면 약 5-6세정도의 발달을 보였어요. 7세 아이들 중에 가위질이 어려울 정도로 소근육 발달이 늦는 친구들도 있었구요. 
미등록아동의 발달이 느린 원인으로 안은주 국장은 환경 요인을 꼽았다. 직접 방문한 가정들의 집은 단칸방인 경우가 많았는데, 아이들의 감각놀이를 형성할 거리들이 부족했다. 또한 부모들이 일하니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적었다.
송정은 : 부모들이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건 아무래도 건강한 애착 형성을 형성할 기회가 적다는 뜻이에요. 아이들이 자존감, 유능감이 많이 부족해서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걸 즐기기 보다는, 나는 실패할 거니까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많이 보여요. 기회 자체도 적으니 자세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어린 시절 아이들은 촉감놀이라고 하는 감각놀이를 통해서 정보를 습득하고 인지를 발달시켜 가는데, 그런 놀이경험 자체가 없다보니, 욕구가 해소가 안되고 여전히 감각놀이에 몰두되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어요. 신체적 나이는 7세지만 아이들의 욕구는 아직 더 어린 나이에 머물러 있는거죠. 이게 학교 간다고 저절로 욕구가 해소 되지는 않거든요. 해소가 돼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아이들과 감각놀이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곧 진학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에게 사회성, 조절능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예요.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규칙을 배워야하는데 어떻게 적합하도록 조율할까 하다가 감각놀이를 한 다음에 그걸 모아서 규칙에 맞게 변화시키는 방식을 썼어요. 종이 습자지를 색깔별로 갖다놓고 음악 틀어놓고 미친 듯이 찢어요. 방 한가득. 그러면 감각놀이하면서 발산도 되고 종이무덤을 만들어서 서로 서로 묻어주고, 그 다음에 누가 더 빨리 이걸 뭉치나, 공을 만들어요. 호일로 싸서 공을 만들고 다트판에 맞춰서 점수 내는 걸 해요. 이걸 발산하는 것부터 모아서 사회적 규칙에 따라 놀이하는 방법으로 이어지는 거거든요. 그런 구조를 가진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마석 무지개교실의 미등록이주아동들과 함께 실시한 미술심리치료 과정
ⓒ아트온어스 제공 (소중한 사진들은 아동과 보호자의 동의하에 촬영 및 게시합니다)
아이들이 사람 만날 기회가 없고 애정 욕구들이 다 높다보니까, 내가 안 하고 선생님에게 해달라고 계속 요구해요. 그래야 나한테 관심 주는 거잖아요. 애들이 계속 선생님 저 여기 아파요, 선생님 저 이거 못 해요, 이거 해주세요, 계속 이러거든요. 요청한다고 다 해주지는 않아요. 기다려야하고, 게임하려면 규칙을 지켜야 해요. 10회기에서 후반기로 갈수록 스스로 하는 비율이 늘어났어요. 그런 경험을 해야 성취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껴야 비로소 지속이 되잖아요.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나는데, 조금씩 조금씩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요.
미등록이주여성들의 정서 지원
‘마음을 표현하는 게 처음이었다’
안은주 : 아이들의 발달에서 느린 점도 있고 애착 부족도 보이는데, 사실은 그 부모들도 제한된 환경에서 살잖아요. 이분들도 정서적으로 굉장히 힘든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네팔 미등록 여성들 중심으로 부모들과 함께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했어요. 이분들이 마음을 표현하는 게 처음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어디 털어놓기도 힘들고.
부모로서도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이분들도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니까 어떻게 키울지도 모르겠고 그냥 살아가는 거죠. 본국으로 돌아가면 일자리도 없고. 거의 대부분이 우울증을 앓더라구요. 이런 부모에서 아이들이 나니까 당연히 아이들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죠. 그래서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아요.
인력송출을 정책으로 삼는 나라와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하는 나라
송출국가와 고용국가가 함께 해결해야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아이 문제만 해결되면 95% 이상이 한국이 좋다고, 있고 싶다고 한단다. 한국은 당장 내일 일 할 곳이 있다. 장미 아빠는 한국에서 최소 150만원을 벌었고, 지금은 필리핀에서 운전을 하며 월 10~20만원 정도의 수입으로 벌고 있다. 그 돈으로는 아이들 교육은 어림도 없다.
안은주 : 필리핀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으로 안정이 안 되어 있어요. 현재 필리핀 국민이 전세계로 나가 있는 숫자가 천만 명, 이주노동자로 180만 명이 나가 있고, 필리핀이 국가주도로 이주노동자 수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자국 이주노동자 보호나 귀환 이주노동자를 위한 정책과 복지제도를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어요. 필리핀 이주노동자단체에서는 국내 일자리 만드는 걸 정책으로 새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있고, 좀 수용되는 분위기에요.
네팔도 신생국가에요. 왕정이 끝나고 이제 작년 9월 22일에 헌법이 제정됐어요. 우리나라 50~60년대 상황이에요. 지금 정책이 전혀 정리가 안 되어서 일자리 자체가 없어요. 고등학교까지 네팔에서는 무료교육을 해요. 졸업하고 나면 할 게 없고, 갈 데가 없으니까 당장 먹고 살아야 하니까 외국으로 나가는 거죠. 돌아가서도 땅이 있는 것도,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계속 이주노동을 하는 거죠.
크게 보면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의 착취구조로 볼 수도 있고, 작게 보면 개별 나라의 정책 부재로 악순환이 되는 거죠. 단순하게 한 사람 막거나 오게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함께 해결해나가야 해요.
공장에서 크는 아이들 
송정은 아트온어스에서 하는 일이 트라우마 커뮤니티 지원인데, 관련해서 제도권 밖, 사각지대 커뮤니티 지원을 하거든요. 그중 하나가 미등록 아이들인 건데, 심리지원 한다고 공단을 쭉 돌아봤거든요. 아이들이 걸어 다닐 수가 없어요. 길이 위험해요. 밖에서 놀 수도 없고. 기관지 문제도 많다고 하는데. 놀이터는 상상도 못하고 그냥 공장지대에요. 그런 아이들이 건강한 정서를 형성할 기회가 차단되는 것 같아요. 환경적으로 열악하다 보니까, 환경지원과 심리지원은 제도적으로 지속되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미등록아동들의 제도적 배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누려야할 행복할 권리를 원천 차단하는 일이다. 누구보다 아이라면 어떠한 차별없이, 최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배제하고 차별해야할 불법적 존재이 아니라 우리 땅에 찾아든 소중한 아이라는 시각이 필요하다.
수많은 심리상담센터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주노동희망센터와 아트온어스가 하는 활동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커뮤니티를 찾아내 아직 발화되지 않은 목소리를 길어 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희망센터 미술치료를 계기로 아트온어스와 무지개교실은 미등록아동 연극심리치료와 결혼이주여성으로 구성된 무지개교실 활동가 미술심리치료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이주노동희망센터가 준비하는 ‘이주노동/미등록아동 심리사회적지원 결과 간담회’는 9월 1일(목) 오후2시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있을 예정이다(문의: 070-4632-5890)

인터뷰 취재·정리 | 숲씨 웹진 VOM 편집장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과 생명 아닌 것들의 벗이 되고자 합니다. 악의 평범성, 폭력의 내재화를 끊어내는 일을 나와 내 이웃으로부터 실천하고자 합니다. 평화에 물들고 평화를 물들이는 삶을 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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