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피플] 마음의 문을 여는 건 결국 사랑입니다_’인천 한누리학교’ 박형식 교장 인터뷰

마음의 문을 여는 건 결국 사랑입니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조기 적응을 돕는 ‘인천 한누리학교’ 박형식 교장 인터뷰

“중도입국 자녀가 한국에 들어온 직후에 한누리학교를 찾아오는 게 중요해요. 한국에 들어오고 3~4개월 정도라도 시간을 끌게 되면 학교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그 기간 동안 학생들이 학업에 뜻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 국내 최초 초·중
·고 통합 기숙형 공립 다문화학교인 인천 한누리학교의 박형식 교장
▲ 인천 한누리학교 건물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도착한 인천 한누리학교의 첫 느낌은 다른 학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운동장에 걸려 있는 다국기 정도가 눈에 띌 뿐이었다. 이와 달리 학교 안에는 마치 박물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온갖 전시품이 가득했다. 아랍 주전자, 이집트 은공예, 심지어는 커다란 낙타 조형물도 있었다. 그제야 조금 특별한 학교에 와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물건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린 우리를 박형식 교장 선생님이 맞아주셨다.

▲ 인천 한누리학교 1층의 귀여운 낙타

MWTV : 인천 한누리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간단하게 소개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형식 교장(이하 교장) : 보통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하면 결혼이주여성들의 자녀를 떠올리죠. 우리 학교에는 이런 학생들은 많지 않아요. 이 학생들은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또래 애들보다는 좀 느려도 대부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우리말을 깨우치거든요.

우리 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난민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온 학생들,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자녀들, 그리고 외국에서 자라다가 부모님이 한국에서 재혼한 후 데려온 중도입국 청소년들이에요. 이 학생들의 공통점은 외국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아직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익숙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천 한누리학교는 이 학생들의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해 인천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립학교입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일반 학교에 입학하면, 그 학교 학생 신분을 유지한 채 인천 한누리학교에 와서 초등학생은 6개월, 중·고등학생은 1년 정도 위탁교육을 받은 다음에 원적 학교로 돌아가는 거죠.

MWTV :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 교육 기간 동안 학생들은 인천 한누리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우게 되나요?

교장 : 먼저 인천 한누리학교에는 언제라도 학생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려야겠어요.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기간을 정해놓고 한국에 들어오는 게 아니니까. 자리만 난다면 바로바로 학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요.

이렇게 학생이 들어오면 먼저 평가를 해요. 한국어 실력을 우선으로 보지만 그 외에 적응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죠. 이렇게 학생의 수준을 파악한 다음에 정규과정 외에 추가로 운영되는 디딤돌 반에서 기초적인 의사소통을 가르칩니다. 이 반 안에서도 들어온 시기마다 차이가 날 수 있으니 그 안에서 한글사랑 반이라는 과정도 추가로 운영하고 있고요.

여기서 어느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나면 우리나라 학제에 맞춰 정규 수업과정을 진행합니다.

정규과정은 일반교육과정 50%, 특성화 교육과정 50%로 구성되어 있어요. 일반교육과정은 말 그대로 한국 학생들이 배우는 것과 똑같은 걸 배우는 겁니다. 특성화 교육과정에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쳐요. 태권도, 한국예절, 전통문화 같은 걸 배우기도 하고 K-POP을 배우기도 하죠.

▲ 한누리학교 마당의 연못은 오대양 육대주를 형상화한 모양이다.

MWTV : 이주 배경 청소년들을 가르치시면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실 때보다 특별히 신경 쓰이는 점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교장 : 일단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학생들의 건강입니다. 인천 한누리학교에 워낙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질병이 생길 수도 있고, 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한번 질병이 생기면 퍼지기도 쉬운 환경이거든요.

학생들끼리 말이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달라서 생기는 오해와 다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는 신경 써준다고 한 말과 행동이 다른 학생에게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든가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죠. 이런 점에도 항상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 문제도 있습니다.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은 하루 세 끼, 통학하는 학생들도 하루 한 끼는 학교에서 먹어야 하는데, 이 학생들한테 학생들의 체질과 문화적 배경에 맞는 음식을 주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입에 맞지 않는 한국 음식을 억지로 강요한다든가,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권 학생들한테 식사를 준다든가  하는 일이 있으면 안 되겠죠.

MWTV : 연구를 많이 하셨겠네요. 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교장 : 네. 인천 한누리학교에서는 영양사 선생님이 학생들의 출신 국가와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학생들의 음식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MWTV : 학생들이 또 인천 한누리학교의 어떤 점들을 좋아하나요?

교장 :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일반 학교에 가면 언어 문제 때문에 누구하고 말을 하기가 어려워요. 지금 인천 한누리학교에는 23개 나라 출신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학생이 새로 들어오더라도 누군가하고 말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자기 나라 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생긴다는 것. 학생들이 이 점을 가장 좋아하지 않나 싶습니다.

MWTV : 그런 점은 일반 학교에 비해 확실히 인천 한누리학교의 장점이겠네요.

교장 : 원래 학생들이 한국에 오면 심리적,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학교는 한글뿐만 아니라 그런 불안감도 같이 해소하면서 가니까 학생들의 적응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담 전문 선생님도 두 분이나 학교에 상주하고 있고요.

제 생각이지만, 한국말을 가르치는 것은 결국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마음의 문이 열려야 한국말을 배우고 싶은 생각도 들고, 세상에 나오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니까요.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가장 외롭고 힘들 때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한국말을 잘 배우면,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인재가 되니까요.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인재로 키워내는, 그런 역할을 인천 한누리학교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한누리학교 교실. 한 반에 최대 15명가량의 학생들이 모여 공부한다.

MWTV :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으실 것 같은데요.

교장 : 이렇게 좋은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는데, 정작 교육을 받아야 하는 청소년들은 인천 한누리학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아쉽죠. 지금도 고등학교 과정에는 결원이 있는 상태고요. 아무래도 중도입국 자녀들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들도 교육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좀 떨어지는 상황이니까요.

어떤 학부모님은 인천에 6개월 동안 살고 있었음에도 인천 한누리학교가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대요. 매스컴을 찾아봐도. 언어능력이 안 되는 상태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구전을 통해서 간신히 홍보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은 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MWTV : 어떤 방식으로 홍보할 수 있을까요?

교장 : 우리 생각에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중도입국 자녀가 들어왔다고 하면 그 단계에서부터 학교를 안내해줄 수 있는 절차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중도입국 자녀가 한국에 들어온 직후에 학교를 찾아오는 게 중요하거든요. 한국에 들어오고 3~4개월 정도라도 시간을 끌게 되면 학교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그 기간 동안 학생들이 학업에 뜻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MWTV : 그렇군요. 그 외에 더 필요한 지원은 없으신가요?

교장 : 급식비 지원이, 전액은 아니더라도 농어촌지역 학교 정도 수준으로는 지원이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고등학생 기준으로 한 끼에 3,100원 정도를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데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고 치면 수업료 포함 한 달에 평균 37만 원 정도의 꽤 부담스러운 금액이 되거든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중도입국 자녀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지원은 아니지만, 결국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들어왔을 때 받아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해요. 이 아이들도 나중에 국적을 취득하면 다 한국 사람이 되는 건데. 배움을 받아야 할 시기에 동등하게 배움을 받을 권리를 줘야 같은 한국사람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함께 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

MWTV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교장 : 효명(가명)이라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이였는데, 처음에는 등교할 때마다 아빠 손을 잡고 울고 불며 거의 발악을 하다시피 하는 거예요. 말을 시켜도 입을 꾹 다물고요. 그런데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인사를 하다 보니까, 어느 날 이 친구가 인사를 하면서 유리창 너머로 그림을 하나 건네는 거예요. 하루종일 그린 그림이었을 텐데. 그 아이가 지금까지 가르쳤던 아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서요.

사실 인천 한누리학교가 좋은 시설에서 안전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다문화 가정, 나아가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면 부모님들도 제대로 일을 하시기 힘들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 학교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할 시기에 가장 따뜻하게 사랑을 심어 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효명이 같은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까요.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적응을 돕는 것만 해도 인천 한누리학교 같은 교육기관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나중에 민간 외교관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꼭 그렇지 않아도 2, 30년 후에 각자의 자리에서 대단한 인재로 성장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요. 아니,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웃음)

정말 마지막으로, 인천 한누리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언제라도 032-442-2103~5번으로 연락을 주시면 입학 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연락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 아이들이 그린 그림 벽 앞에서 환히 웃는 박형식 교장

    인터뷰를 끝내고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학교답게 교실, 체육관, 도서관 등 모든 시설이 깔끔하게 갖춰져 있었다. 박 교장은 내내 인천 한누리학교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한누리학교를 아예 알지 못해서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끝내는 방황하게 되는 이주 아동들이 있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운 것 같았다.

아직 중도입국청소년들에 대한 자세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대략적인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이민정책연구원의 2013년 자료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의 수를 최소 12,00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도입국청소년의 수가 매년 증가세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중도입국청소년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고 보아야 옳다. 기타 이주노동자 자녀, 난민 아동들의 수를 합하면 수는 훨씬 늘어난다.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은 발달을 위해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이주 아동들의 절반 이상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소외되어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를 위해서 이주 아동들의 교육에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 한누리학교 다국어도서관에서 교장 선생님과 MWTV 기자가 함께 찍은 기념 사진

글 | 한건희 MWTV 기자단 5기

이주, 노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이것저것 읽는 것, 그리고 이것저것 먹는 것을 좋아한다.

bbscgd@gmail.com

 

사진 | 루나 MWTV 기자단 5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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