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피플] 대접받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주는 당신의 한 끼_지구인의정류장 김이찬 인터뷰

대접받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주는 당신의 한 끼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김이찬 상임역무원 인터뷰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주는 무게를 그대는 기억하는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먹거리에는 농업 이주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베여있다. 머나먼 타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농촌사회를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버팀목과도 같다. 그럼에도 그들이 처한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속에서 경험하는 부당함은 외국인 청년들의 꿈을 앗아간다. 미래를 꿈꿀 시간과 여유는 그들에게 사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업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지구인의 정류장’에 내리면서, 자신의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연대할 기회가 생겼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지구인의 정류장’에 들려 김이찬 대표를 만났다.

2009년 미디어 교실을 시작으로 2016년 지구인의 정류장까지

채리  드디어 지구인의 정류장에 방문하게 되었네요. 우선 단체를 소개해주시겠어요?

이찬  제가 활동하는 단체 이름은 지구인의 정류장인데, 지금 상황만 놓고 보자면 캄보디아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쉼터이자 상담소예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캄보디아어를 통역해 줄 사람이 없어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요. 낯선 이들과 함께 충분한 토론 없이 무언가를 공동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려고 하다 보니 어렵죠. 그래서 2011년부터 캄보디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배운 지 5년이 되었어도 아직 읽는 것은 미숙하고 쓰는 것은 거의 못해요.

채리  5년 동안 캄보디아어를 직접 배우는 열정까지…. 지구인의 정류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지는데요. 다큐멘터리 감독에서 단체 대표까지, 쉽지 않은 여행이었을 것 같네요.

이찬  2008년 안산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미디어 교실을 열었고, 그 이후 이주노동자들을 많이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었거든요. 그 당시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과 함께 30편 정도의 영상작품을 만들었는데, 정부 지원금이 없어지면서 미디어 교실도 사라졌죠. 노동자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공간이 없어지면 안 되겠다 싶어서 2009년 NGO의 일부 공간을 빌려 “이봐요 우리 지금 안산에 살아요”라는 미디어 교실을 열었어요. 점차 시간이 지나다 보니 교육을 받으려고 오기보다는 노동문제를 호소하러 오더라고요. 그래서 상담을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상담한 노동자들은 시흥의 미나리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이야기했고,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체류자들이 생기더라고요. 이주노동자들은 실직하면 거주할 곳도 없어지거든요. 안산 지역에서 일했던 노동자라면 친구 집에서 며칠 신세를 질 수도 있겠지만, 먼 지역에서 실직하고 온 노동자들은 여관비가 없으니 지구인의 정류장에 살게 된 거죠.


미디어교실 운영 당시의 모습 (사진출처: 김이찬 페이스북)

채리  미디어 교실에서 상담소로, 상담소에서 쉼터가 된 셈이네요.

이찬  그렇죠. 초기에는 10명 정도의 남성 노동자들만 체류했는데 2011년 가을에 큰 일이 터졌어요. 강원도 양구 지역의 여성 이주노동자 12명이 찾아온 거예요. 12명 모두 근로계약서상 일하는 곳과 실제 일하는 곳이 달랐고, 꽤 큰 사건이라 민주노총도 함께 항의했었어요. 그런데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오니까 기존에 살던 남성 이주노동자들이 불편하잖아요. 미디어 교실에 참여하고 있던 캄보디아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열었고 여성과 남성을 위한 공공쉼터 마련에 대한 결의를 했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2012년 초 크메르노동권협회가 설립되었고, 현재 회원은 300명 정도예요. 규모가 꽤 커졌죠.

화장실도 없는 비닐하우스에 살면서 하루 11시간 일하고 한 달에 두 번 쉰다고?

채리  이주노동자들의 쉼터를 넘어 독립적 자치 기구의 탄생까지, 그 역사와 힘이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는 사람들이 주로 호소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이찬  상담의 70% 정도가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인데, 문제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에요. 크게 분류하자면, 과도한 노동 시간, 열악한 주거 형태, 성폭력 상황에 대한 노출이에요. 우선 화장실도 없는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주면서 월세 명목으로 30~35만 원 정도를 월급에서 공제해요. 평균 일일 노동시간이 11시간 정도이고, 휴일도 한 달에 2일 정도죠. 여성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휴게실이 숙소인 경우가 많아요. 같이 사는 건 아니지만 같이 지내요. 저녁 7시면 일이 끝나 쉬어야 하는데, 숙소가 곧 고용주의 휴게실이니 늦은 시간에도 고용주가 누워있는 거죠. 여성 노동자들이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고용주가 와서 쳐다보며 빼앗으려 하고, 거기에 대응하면 “나가라”고 하면서 이탈 신고 협박을 하죠.


농업이주노동자들의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작성한 진정서 일부. (사진출처: 김이찬 페이스북)

고장 난 노동부 계산기

채리  농업 이주노동자들도 고용주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할 텐데, 아닌가요?

이찬  가장 큰 문제는 근로계약서와 고용노동부예요. 일단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노동시간에 대한 계산이 안 맞거든요. 일일 노동시간이 7시부터 19시까지(12시간)이고 휴게시간은 1시간, 휴가는 월 2일로 적혀있어요. 하루 11시간씩 28일 일하는 것으로 계산을 해보면 308시간이죠. 그런데 고용센터의 근로계약서에는 224시간 정도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노동시간과 근로계약서에 적힌 노동시간이 308시간(11시간×28일)인데, 고용센터 내부에 등록하는 총 노동시간은 계산이 안 맞아요. 속이는 근로계약서이니 이건 관리·감독의 문제죠. 임금 체불 때문에 고용센터에 가면 어떤 근로감독관은 실제 일한 증거자료를 가지고 오라고 해요. 영상 촬영 자료를 제출해서 구제받은 적도 있지만, 반면에 해결 의지가 없는 근로감독관도 많죠. 그냥 적당히 합의하기를 바라는 거겠죠.

채리  감독님과 같이 노동자들의 편에 서 계신 분들 덕분에 희망이 보이기는 하지만, 암담한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사회의 한계를 느끼네요. 감독님도 지구인의 정류장을 지키시다 보면 한계를 느끼실 텐데, 최근에는 어떤 점이 어려우신가요?

이찬  가장 어려운 점은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다른 것을 할 여유가 없어요. 모여서 어울려야 하는데, 연대를 싹트게 하기 위한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어렵죠. 그래도 이젠 노동자들도 자기주장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 노동자들이 늘어난 것처럼 보여요. 이는 선배 노동자들이 자기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SNS가 발달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특히 휴대전화는 인권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 1년을 살았어도 일하느라 시간이 없으니 SNS로 교류하거든요.


농업이주노동자들이 노동문제를 알리는 피케팅을 하는 모습. (사진출처: 김이찬 페이스북)

지구인의 정류장은 기대되는 곳이다!

채리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구인의 정류장이야말로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지구인의 정류장과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이찬  제가 생각하는 지구인의 정류장은 “기대되는 곳”이에요. 왜냐하면 언제나 예기치 않은 만남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죠.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경험하는 인권침해 상황에서 대응하는 역량이 향상되었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으면 다른 삶을 기획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노동자들에게 당면한 고통을 참아내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쓰고 있어요. 열악한 곳에서 살면서 억지로 월세도 내고, 여유롭게 다른 미래를 꿈꿀 여력이 없죠. 불합리한 제도가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될 것 같진 않으니 자신이 경험하는 부당함에 대항하는 역량들을 동료 노동자들에게도 퍼트렸으면 좋겠어요. 자기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직접 하면 더 좋고요!


지구인의 정류장에 들어서는 문 (사진출처: 김이찬 페이스북)

매일 먹는 식사에는 자연의 힘과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땀이 깃들어있다. 이 세상에 밥 안 먹고 사는 사람은 없는데 그걸 사 먹는 우리들은 누가 만든 곡식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기억해야 한다.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안채리 | MWTV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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