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피플]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뭉쳐야 돼요_타워크레인기사 전용수 님 인터뷰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뭉쳐야 돼요
 건설노조 타워크레인기사 전용수 님 인터뷰
“합법 불법은 국가의 필요에 따라 강요된 것일 뿐”
   지난 1월 22일,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에서 동탄2신도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불법외국인 체류자 근절 및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였다. 건설현장의 모든 정문을 봉쇄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현장에 출근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서는 「모든 노동자는 하나입니다」라는 제목의 비판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2월 2일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의 전용수 조합원을 만났다.

▲ 1월 22일 새벽 동탄2신도시 건설현장에서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에서 미등록건설노동자를 배척하는 일이 벌어졌다 ⓒ 전용수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숲씨(이하 숲)>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타워크레인지부에 있다고 하셨죠? 혹시 지부에서 같이 활동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있나요?
전용수(이하 전) 아직은 없어요. 타워크레인이 신호를 잘못 받으면 바로 사고가 나는 장비라서, 아직은 한국어 소통이 부족한 이주노동자분들은 진입이 어려운 분야입니다.
   며칠 전에 건설연맹에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배척하는 정책이 나왔잖아요. ‘건설연맹(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이하 ‘연맹’)’ 내에 세 개의 조직이 있어요. 아파트 짓고 일반 건물 짓는 ‘건설노조’가 있고, 국가 기간 설비 특히 발전소를 짓는 ‘플랜트건설노조’가 있고요. ‘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이건 대우건설, 현대건설 같은 원청기업 사무직 노동조합이에요. 이렇게 조직이 되어 있는데, 플랜트 사측에서 이주노동자를 현장에 채용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이 보이니까 플랜트노조 측에서 연맹에다가 그런 정책을 내달라고 한 거죠.
   이걸 거부하기도 어려운 그런 상황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연맹 사무처에서 좀 더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처했어야 된다고 봐요. 한 동지가 그거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기는 했는데 재청을 하는 동지가 없어서 그 수정동의안이 폐기가 된 거예요. (저도) 수정을 제기하려고 했는데, 그리고나서 제가 있는 지부에서 이 상황이 벌어졌죠.(※편집자주: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는 건설노조에 속한다.)
숲>  플랜트노조의 상황하고 건설노조(혹은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 상황은 또 별개였던 건가요?
전>  그렇죠. 여기서의 상황은 이유가 나름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게, 여기는 인력사무소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을 현장에 배치시키는 역할을 해요. 개별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인력사무소) 다니다 보면 노동조건도 떨어지고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그런 경향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통해  일자리를 배치해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새로 생기는 현장들에서 노동조합을 통해서는 노동자들을 안 받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보니까. 사실은 이게 가장 비굴한 건데, 약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거죠.
숲>  압박한다는 게, 노조 조합원들을 안 쓰면 현장에서 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당국에 고발하겠다는 식인 건가요?
전>  최종적으로는 그렇죠. 그런데 아직 신고까지는 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출근할 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지부장을 직접 찾아가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격은 이건 매우 잘못된 거고 민주노총의 기본 정책에도 어긋나는 거니까 하지마라 하고 부탁을 했었어요. 사측을 압박할 용도면, 그 쪽하고 교섭할 때나 그런 소리를 흘릴 수는 있어도 절대로 조합원들 앞에서는 그런 소리를 하지마라.
   그런데 제 말을 무시하고 지도부가 조합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비난해버린 거예요. 그것도 3일 연속으로. 그 과정을 제가 어설프나마 다 촬영을 해놨어요. 그런데 태도가 고쳐지질 않는 거죠. 오늘 아침 집회에 나갔더니, 민주노총에서 건설노조 쪽을 통해서 문제 제기를 했더니, 약간 수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태도가 바뀐 건 아닌 거죠. 조합원들한테 불법 노동과 합법 이주노동의 차이를 나름 설명한다고 하는데, 이게 어설픈 거예요.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민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또 참,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는데, 건설노조 현장에서 집회할 때 쓰라고 배포하는 ‘선무CD’가 있어요. 그 CD를 틀어놓는 거예요. 소리도 아주 짱짱하게. 그런데 이 CD에 ‘불법 외국인노동자가 현장에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내용이 있어요. 불법 외국인노동자 때문에 현장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한단 말이죠. 태도가 약간 누그러졌다고 한들 선무에서 그런 걸 틀어주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물론 이주노동자들이 폭력을 일으킨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것이 큰 폭력도 아니고, 팀끼리 상대방에게 으름장을 놓는 정도인데. 그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살아온 문화 자체가 다른데, 중국에서 문제 제기하는 방식이 있는 거고, 남한에서 문제 제기하는 방식이 있잖아요. 남한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기도 해요. 문화적 차이로 볼 필요가 있는 거죠.
   사실 소위 3D업종의 최고봉에 서있는 게 건설노동자 아니겠어요? 정말 힘들어요. 거푸집이라는 게 있는데, 20에서 40kg까지도 나가는 걸 인력으로 옮겨야 해요. 그 뿐만 아니라 못 박고 망치질하고 그런 일 하면서 근골격계질환이 반드시 생겨요. 현장에서 불안전한 통로 때문에 다치는 경우도 있고, 거기다가 이주노동자들은 신분 문제까지 얽혀 있는 거예요.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그런데 거기다가 대고 ‘너는 불법이다 나와라’ 이런 식으로 해버리면 같이 있는 동료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나라도 가만히 안 있지.
   저는 공식 자리에서는 아예 ‘이주’라는 말 자체를 꺼내지 마라. 이렇게 몇 번을 부탁하다시피 문제 제기를 했는데 무시당했어요. 월요일날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했는데, 화요일에는 오히려 더 대놓고 하더라고, 그래서 저도 공식적 통로를 통해서 문제 제기를 시작한 거죠.
숲>  그렇게 정문에서 봉쇄하고 있으면, 실제로 현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도 생겼겠네요.
전>  그렇죠. 돌아가는 것도 다 촬영 해놨어요. 그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얼마나 기가 막혔겠어요. 이주노동자들 팀은, 대부분 팀 단위로 현장에 특정한 영역의 일을 배정받아서 일하고 빠지는 형태입니다. 굉장히 불안정하죠. 해봤자 아파트 한 동, 두 동을 할당받는데, 그 정도 가지고는 하루 일거리도 안돼서, 오전에는 이 현장 가서 일하고 오후에는 저 현장 가서 일하고 그런 경우도 있고.
   물론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팀장급들은 상당한 수입이 보장되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구조는 국내 노동자한테도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죠. 국내 노동자도 팀을 짜서 일하니까. 노조를 통해도 그렇게 팀장이 중간에 돈을 떼어가는 구조가 존재하기도 해요. 대구경북지부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일정 정도 사라지긴 했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이주노동자도 함께 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죠. 사실 이런 팀장 시스템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한은 지금과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 수도 있다고 봐요.
숲>  대구경북지부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팀장 시스템이 사라질 수 있었나요? 이주노동자와 함께 가는 것도요. 내부에서 반발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전>  건설노조 특징이,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많이 달라져요. 노동조합을 통해서 취업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이렇게 태도를 시정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일자리 보장을 못한다, 이런 식으로 제재를 할 수 있는 거죠. 이런 특징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게  대구경북지부였던 것 같아요.

▲ 1월 23일 새벽. 동탄신도시 건설현장에서 미등록건설노동자에 대한 출입 저지로 일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이주노동자 ⓒ 전용수
이주노동자들하고 친구가 되어야지, 왜 굳이 쫓아내려고 하냐고.
숲>  선생님은 한국인 분들께 이주노동자도 함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득하시나요?
전>  저는 설득을 한다기보다 주장을 해요. 그럴듯한 말로 설명해봤자 건설노동자들, 특히 타워노동자들은 자신이 직종에 대한 자부심이 독선적일만큼 강해서 설득이 안 되거든요. 그래도 지도부가 싫어해도 마이크를 쥐면 꾸준히 할 말은 하려고 하고. 그리고 메신저를 통해서, 제 주장에 소극적이나마 동의하는 사람한테 계속 이야기를 해 보는 거죠. 사진을 보낼 때에는 한꺼번에 보낼 수가 있는데 글을 보낼 때에는 하나하나 복사해서 보내야 하니까 보내기가 좀 힘들기는 한데. 눈도 아프고. (웃음)
숲>  저는 오늘 아침에 보내주신 메시지를 보고 솔직히 감동을 좀 받았었거든요. 다수를 상대로 성명서를 발표하는 건 봤어도 이렇게 곁에 있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간절히 설득하려고 애쓰시는 분은 잘 본 적이 없어서요.
전>  해야죠. 제가 지부에서는 거의 왕따 비슷해요. 그런데 왕따긴 왕따인데 무시 못할 왕따가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웬만한 다툼이 있어도 제가 좀 수그려주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 이주노동자 문제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부분인 것 같아서요. 지금 정리를 잘 해 놓고 넘어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계속 될 테고요.
숲>  이주노동자들이 정주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하는 프레임은 어떻게 보셔요?
전>  과연 그럴까요? 지금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작업하는 양을 국내 노동자들이 못 따라가는 건 사실이에요. 일하는 시간도 그렇고, 양도 그렇고. 국내 노동자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안전하게 일을 해요. 안전이 물론 제일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기준으로는 일을 해 줘야 되는데 일을 안 하니까. 그러다 보니까 같은 조합원이 보더라도 이주노동자가 훨씬 일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러니까 원청들도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는 걸 의도적으로 묵인하고. 단종에서도 선호하고 있는 거죠. (편집자주: SK와 같은 대기업 회사들이 원청이 되어서 건설 발주를 받으면, 골조만 하는 업체, 철근만 하는 업체, 내장만 하는 업체, 타워크레인 업체 등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업체들과 계약을 해서 실제 시공을 맡긴다. 이렇게 한 분야만 시공하는 업체들을 협력사, 또는 단종업체라고 부른다.)
   그러면 왜 이주노동자가 일을 많이 하고 국내 노동자들이 일을 적게 하냐. 지난 15년, 사실 20년 동안 국내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에 데뷔를 안했어요. ‘젊은 피’가 없는 거죠. 현장에 가보면 국내 노동자들 평균연령이 대부분 60대가 넘어가는 상황이에요. 자재 하나를 들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드는 것과 젊은 이주노동자들이 드는 것과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겠죠. 국내 노동자들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의 유입 감소. 이런 부분을 같이 고려해야 되는 거예요.
   또 사실 이주노동자가 아무리 들어와도 내국인 노동자들이 가서 일할 곳은 많아요. 아직 소규모 현장에는 이주노동자들이 거의 없거든요. 그런데 좀 더 조건이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거예요. 조그만 다세대주택 짓는 것보다 아파트 짓는 데가 안정적이니까. 다세대는 공사 기한(공기)도 일정하지 않은데, 아파트는 공기가 늦어지면 피해가 크니까, 최대한 공기를 맞추려고 하죠. 그만큼 안정적이고.
   안전 문제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아파트 건설 현장 같은 경우에는 나름대로 안전 시스템이 있어요. 또 타워크레인 조합원들이 존재하니까, 높은 데서 보고 저게 위험성이 있다 하면 안전팀과 통화해서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산재사고의 상당부분이 원룸, 연립 등 소규모 현장에서 일어나요.
   그러면 우리가 해야 될 일은, ‘아파트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데 아파트에서는 일을 많이 하는 이주노동자를 선호한다. 그러니까 이주노동자들 쫓아내자.’ 이게 아니라 ‘소규모 현장에서 좀 더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사실 국내 노동자팀들 중에서도 젊은 노동자가 섞여 있는 팀은 아파트 현장에도 잘 들어가서 일하곤 해요. 국내 노동자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건 고령화 문제하고도 관련이 있는 거라 사회적으로 따로 보상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거죠. 이쪽까지 얘기하면 좀 어려워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동안 국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건 개선 투쟁, 제도 개선 투쟁 등을 통해서 현장을 못 바꿔놓은 게 문제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건설노동 쪽으로 잘 안 오려고 하고. 호주나 스웨덴 같은 데는 현장 목수노동자 하면 우리 돈으로 한 달에 800만 원씩 받는다는데, 우리나라는 한 달 죽어라 일 해봐야 3~400만원 받아가요. 이것도 운이 좋아야 그렇게 받는 거고, 현장을 못 잡으면 몇 달씩 놀기도 하고요.
숲>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에 임금 차이는 없나요?
전>  네. 거의 똑같이 받아요. 임금은 기능에 따라 모든 현장이 거의 일반화가 돼 있어요. 기능공은 하루에 16만 원 정도. 노동조합으로 조직되면 오야지(작업반장)한테 좀 덜 뜯기기는 하겠지만. 이건 국내 노동자이든 이주노동자이든 거의 비슷합니다. 중국 동포나 베트남 사람이나. 차이가 있다면 농업, 제조업 분야에서나 그럴 테고, 건설 분야는 그나마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근접해 있는 곳이에요. 이주노동자들도 대부분 팀을 짜서 팀 단위로 계약을 하거든요. 아, 소규모 현장에서는 또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겠네요. 언론에서는 그런 부분을 많이 다루죠? 그런데 아마 보편적인 현상은 아닐 거예요.
숲>  말씀 들어보면 이주노동자들이 정주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네요. 그렇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배척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요?
전>  저도 잘 모르겠네요. 토목건설지부에 철근, 목수, 뭐 이런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들하고 같은 일을 하니까. 심리적 위기감 때문에라도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우리 타워크레인은 그것도 아닌데 지금 나서서 그러고 있잖아요. 이주노동자를 채용하지 말라고 회사에 압력을 넣거나, 출근을 못하게 막거나 하는데 그게 나한테 무슨 이익이 있냐고.
   그리고 설사 같은 직종이라고 해도 그 사람들을 설득하고 관계를 맺어서 조직할 생각을 해야지. 우리가 그 사람들을 내쫓아서 거리로 내몰게 되면, 그게 우리 사회에 더 큰 해악 아닐까요? 해악이 될 일을 왜 하냐고. 함께 일하고 함께 지켜주고. 원청의 관리자가 A라는 이주노동자팀에 일을 시켜보니까 맘에 안 들어서 내보내려고 해. 그러면 막아줘야죠. 그 과정에서 이 사람들하고 관계도 만들고 해서. 설사 노동조합으로 당장 조직은 못한다고 해도 친구로서는 존재해야지.
​수정>  다른 기능을 가진 노동자들이 비슷한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 부딪칠 일이 좀 더 많아지는 경향이 있지는 않은가요?
전>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실제로 이주노동자들하고 현장에서 부딪히는 건 오히려 타워크레인이에요. 왜냐면, 이주노동자들이 언어하고 문화가 다르다 보니까. 신호가 안 통하는 거야. 예를 들어 여기에는 전기 자재가 있고 여기에는 설비 자재가 있고 여기에는 목수 자재가 있다고 해봅시다. 서로 자기 자재를 먼저 올려 달라고 무전이 오는 거야. 이걸 듣고 있으면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경우가 많아요.
   원래는 올라가기 전에 먼저 순서를 정해놓고 올라가요. 그런데도 올라가면 순서가 바뀔 일이 있을 수는 있으니까. 이러다 보면 이제 각 팀 신호조끼리 싸우는데, 그걸 무전기로 다 듣고 있어야 되는 거야. 그래서 타워 기사들이 성격이 나빠지는 거예요. 그걸 듣고 있다가 교통정리를 해줘야 되니까. 신호조가 대부분 팀장인데 내국인인 경우에는 말을 하면 알아듣죠. 그런데 가끔 이주노동자가 신호조인 경우에는 이쪽의 신호를 모르니까. 자기가 필요로 하는 신호만 하는 거야. ‘올리세요’ 아니면 ‘내리세요’. 내가 뭘 물어봐도 답을 못해요.
   이게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게, 타워크레인은 신호 한번 잘못 받으면 타워가 넘어가 버려요. 그러면 기사는 바로 죽는 거지.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이주노동자들하고 더 부딪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타워크레인 조합원 중에서 내심 이주노동자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런데 어차피 들어와 있는데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이게 해결되나요? 오히려 그 사람들이 우리하고 똑같이 생활하고 말할 수 있게 언어교육, 문화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되는 거지.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요.
   그런데 국가에서 그냥 손 놓고 있잖아. 시민단체만 나서서 하고 있는 건데. 아무래도 재정적으로 좀 부족하죠. 이게 기가 막힌 현실이에요. 그러면서 자기들 필요한 몇백 억은 지들끼리 다 해먹고. 그런 돈 십분의 일만 쏟아줘도 이런 문제 다 해결하고도 남아요. 다문화가족센터 쪽으로 지원을 한다, 그것만 갖고는 이런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고 직장에서의 프로그램도 따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 타워크레인에서 내려다 본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 기사는 현장의 여러 팀들의 신호수와 소통하고 자재 올리는 순서를 조율한다.  전용수
원청이 책임을 져야 되는데, 아주 돌아버리겠어요.
전>  한 번은 일하면서 짜증이 난 적이 있어요. 내려가면 저놈 잡고 한판 해야지. 그러고 그 사람들을 보러 갔는데 가 보니까 말을 못하겠는 거야. 이 사람들이 쉬는 공간이 굉장히 안 좋아요. 최근에 만들어진 건설산업기본법에는 모든 노동자들이 안락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된다고 명시가 돼 있어요. 샤워시설, 온수시설도 있어야 되고. 난방이 되는 공간이 있어야 되고. 탈의실에는 퀴퀴한 냄새 안 나게 환기시설도 되어 있어야 하고.
   그런데 가서 보면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콘테이너 하나 딸랑 있는데서 열몇 명씩 꾸기고 있고. 이런 환경에서 살아요. 그걸 보고서 거기다 내가 무슨 말을 하냐고. 그나마 타워크레인 조합원들은 3명 이상이면 무조건 휴게공간이 제공되도록 단체협약에 못 박혀있어요. 휴게공간 상태가 안 좋으면 우리끼리 돈을 조금씩 걷어서 고치기도 하고. 그런데 이 사람들은 누가 해줄 거냔 말이지.
   사실은 그걸 원청에서 해줘야 되요. 그런데 안 해요. 돈은 제일 많이 남겨 먹는데도요. 백억 공사면 사십억을 원청이 가져가거든요. 하는 거 없이 판만 깔아놓으면서. 심한 데는 60억을 가져가기도 하고. 협력사들한테는 40억만 주면서 30층을 올려라. 아주 돌아버리겠는 거예요.
숲>  하도급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전>  정부에서 원청에다 발주를 한다. 그러면 원청이 협력사들을 열 군데면 열 군데, 스무 군데면 스무 군데를 모아서, 그렇게 공사를 진행하면 돼. 근데 협력사들은 그 알량한 40억 중에서 또 빼먹어요. 그리고 자기보다 약한 업체를 찾아서 또 하청을 주기도 하는 거지. 재하도급을 주는 거야. 이 사람들은 또 그대로 공사를 하느냐? 팀별로 찢어서 또 도급을 주죠. 그러면 팀장 단계까지 가서는, 자기 아는 사람들 모아서 일 시켜줄 테니까 하루에 만원씩 내놔라. 이렇게까지 도급이 진행되는 거죠.
숲>  팀장으로서의 월급도 받는데 또 떼어서 받는 건가요?
전>  그렇죠.
수정>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을 가지게 되나요?
전>  원칙적으로는 원청이 최종 책임을 가져가야죠. 그런데 그렇게 안 하고 협력사한테 떠넘겨요. 물론 사고의 크기에 따라, 인명사고라도 나면 원청까지 책임이 가겠지만, 중상 정도는 협력사에서 다 독박을 써요. 협력사 입장에서는 다음 사업을 또 해야 되니까. 근데 또 일하다가 손가락이나 팔이 부러졌다, 이 정도는 중상으로 보지도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협력사까지도 안 가고 팀장급에서 보상이 끝나버리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산재처리는 거의 안 되죠. 죽어야 산재처리가 돼요. 억지로 산재처리가 되는 경우는, 주위에 동료들이 죽어라 도와준다던가, 현장에 특정한 노동조합원이 도와준다던가. 그냥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 조합원이 노무사가 하듯이 반 또라이가 돼서 챙겨줘야 돼요. 그래야 그 사람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가 있어요.
 
▲ 이주노동자들의 차별없는 노동권과 노동자 전체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 조합원 전용수 기사
이주노동자와 노동조합
전>  어쨌든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건설노동 현장 자체가 열악하다는 거고, 거기에 가장 큰 책임은, 결국 국내 노동자들이 잘못한 거죠. 국내 노동자들이 조직을 하지 못한 거예요. 건설노동자 200만 명 중에서 노조 조합원이 30만 명은 있어야 될 텐데. 현실은 7만 명 정도거든요.
숲>  이주노동자들이 많아져서 조직이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은 없나요?
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한테는,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전에는 뭘 했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20년 전, 이주노동자들이 막 들어오기 시작할 때쯤에, 그때 한창 현장에서 팔팔할 나이였을 선배들은 뭘 했는데? 그때는 좋은 시절이었잖아요. 대통령 바뀔 때마다 건설경기 터지고. 그런데 그때는 현장을 잘 만들 생각을 안 하고 신나게 살다가 이제 나이 들어서 기운 떨어지니까 노동조합 들어오면서, 이주노동자가 많아서 조직이 안 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예요. 정 그러면 이주노동자를 조직해야 될 거 아니에요.
숲>  이주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조직을 하는 경우도 있나요? 비자나 체류기간 문제 때문에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전>  제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본 적은 아직 없어요. 비자 문제도 있고, 보면은 대부분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 움직이는 구조에요. 그런 구조다 보니까, 팀이 있으면 팀장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팀장을 설득하지 않으면 나머지 성원은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는 거예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때가 2012년인가, 타워크레인은 실업기간인 대기자일 때 돌아가면서 일하려고 한 달에 한 번씩 쉬는 날이 있어요. 그렇게 한 번 쉬고 현장에 나왔는데 분위기가 싸늘한 거야. 왜 그런가 봤더니 내가 현장에 안 나온 날 법무부에서 와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여덟 명을 잡아간 거야. 그런데 내가 신고한 것처럼 돼있는 거죠 그게.
   그래서 소장이, ‘형님, 오늘 쟤들 피해 다니세요.’ 그러길래. ‘내가 왜 피하냐. 점심때 이야기할 자리를 만들어달라.’ 그래서 점심때 다 모였어요. 통역을 부탁해서, 나는 인터내셔널 소셜리스트(국제사회주의자)고. 여러분이 이 나라 와서 나랑 같이 일하는 거 고맙고 편하게 생각한다. 여러분 일할 때 다치는 거 싫고, 잘못 먹어서 아픈 거 싫고. 그러니까 언제든지 현장활동하면서 힘들 때는 나한테 애기를 해라.
   그랬더니 팀장 밑에 있는 애들이 통역을 해주더라고. 통역을 어떻게 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 얼굴이 확 피는 거예요. 몇 명은 박수도 치고. 오후에 올라가서 일을 하고 있는데, 팀장이 무전이 오더니 ‘전 기사님 저녁 때 우리 좀 보고 가요’ 그래. 자기들이 저녁 해놨다고. 같이 먹으러가자는 거예요. 가니까 한 상 차려놨더라고. 거기서 먹고 기분 좋게 놀고 노래방도 가고. 이렇게 서로 같이 경험이 왔다 갔다 하면 서로 마음이 열리는 거야. 그런데 사회적으로는 이게 잘 안돼요. 서로 경계만 하고.
   그 사람들 지금도 나하고 연락을 해요. 그런데 노조 가입까지는 못 시켰지. 이 사람들을 노동조합에 가입시키려면, 나만 가지고는 안되는 거야. 노동조합이 원청을 압도해야하고 부분적으로는 원청이나 단종이 노동조합에 우호적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힘들겠지요. 워낙 다들 신분이 불안하다 보니까. 그 팀도, 23명 중에 합법이 3명인가 되고 불법이 13명인가 됐었어요. 나머지는 반합법.
숲>  반합법은 뭐예요?
전>  합법은 합법인데, 불안한 합법이지요. 일상생활에서 갖가지 이유로 경찰에 단속된 일들이 쌓이면 추방 우선순위에 올라가는 제도가 있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한 번 걸리면 항상 조심하고 불안스러워 하는 거야.
숲>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어요. 농업이나 제조업에서 노동자들이 불법이 되는 케이스하고 건설에서 불법이 되는 케이스가 또 다를 것 같은데. 건설 쪽에서 불법체류자가 되는 케이스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전>  그것까지는 제가 잘 모르겠고요. 언젠가 한번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 농촌에서 일하는 비자로 들어온 사람이 있었대요. 돼지우리인지 닭 사육장인지. 그러다가 본국, 베트남에 갔다 와 봤더니 그 사장이 농장을 폐쇄하고 사라진 거예요. 근데 그러면서 여권을 가져가버린 거야. 이 사람은 이 사장을 찾아야 여권을 찾아서 어떻게 할 텐데. 그 상황에 대해서 잘 몰랐던 거지.
   그렇게 하다가 주변의 알음알음으로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 신분이 계속 망가지게 된 거죠. 그러다가 몇 년 만인가 자기가 불법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그런 케이스도 있다고 하고.
수정>  건설 쪽으로 비자를 받고 왔는데 다른 업종에 취직하면서 불법이 되는 경우보다는 그 반대 경우가 더 많을 것 같기도 한데요.
전>  그렇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건설이 워낙 일이 힘들다 보니까. 농업이나 공장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걸 왜 국가가 정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일하다가 자기 적성에 안 맞으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 작업현장에 자재 더미 위에서 휴식 중인 건설 노동자들.  전용수
왜 우리끼리 그렇게 적대적으로 경쟁하면서 살아야 합니까?
수정>  정부도 실질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있는 것을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노동자 수를 늘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전>  자본가들 때문이죠. 이윤을 높이려면 노동자들을 갈라놔야 하잖아요. 노동자들 안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처럼, 서로 경시하게 만들어야 되고. 실제 문제의 원인은 자본주의와 자본가들의 행태, 국가 폭력인데 다른 노동자들이 문제인 것처럼 만드는 거예요. 이게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의 갈등으로 표현되는 거고.
   그래서 나는 그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 수를 늘려라’라는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고용허가제의 폭을 늘린다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지. 누구든지 들어와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되는 거예요. 여행을 왔다가도 경비가 떨어지면 일을 해서 돈을 마련할 수 있게 해주라는 거지. 그걸 왜 막아요.
숲>  예전에는 그랬죠?
전>  그 전에는 모르겠어요. 6~70년대에는 그런 케이스가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여행 왔다가 돈 떨어지면 원어민 강사로 일을 한다던가. 그런데 이렇게 이주노동자 문제가 본격화된 건 신자유주의 정책이 시행되면서부터라고 생각해요.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자기네 입맛에 맞게 흔들려고. 그래서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이주노동자팀을 들여다볼까요?

한 팀안에서도 합법 절반, 불법 절반이며

그들은 같은 고향 같은 동네 친지, 선후배 사이입니다.

한 사람에게라도 문제가 생기면

모두의 문제로 여깁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공정을 나누며

서로 이러쿵 저러쿵 지지고 볶으며 살아갑니다.

따라서 합법과 불법은

이주노동자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며

국가권력의 필요에 따라 강요된 것일 뿐입니다.

사장들과 국가권력자들은 

언제건 어느 나라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자신들의 유희와 이익을 위해 국경 없는 지구촌을 누비지만

저들에게 일상적으로 착취당하며 

엄동설한의 허허벌판으로, 힘겨운 삶의 구렁텅이로, 

죽음이 도사리는 일터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은 

어디서 일할지 어디서 살지 

자유로운 지구촌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모든 노동자는 하나다!” 는 진실에서 희망을 찾는 

열린가슴을 가지는 것이어야합니다.

▲ 2월 2일 새벽, 건설현장에서 설연휴 동안 중단되었던 집회가 재개되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세 수위는 낮아졌지만 언제든 재발할 수 있었다. 위 내용은 노동자 간의 분열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주위 동료들을 설득하기 위해 전용수 님이 작성해서 공유한 문자메시지 중 일부.
숲>  보내주신 문자에서, 사장들과 국가권력자들은 국경없는 지구촌을 누비지만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자유로운 지구촌을 누리지 못하게 한다고 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요.
전>  사실 부자들은 마음대로 해외에서 돈을 벌어 오잖아요. 그런데 왜 먹고 살려고 여기저기 가서 일 좀 해보겠다는 사람들을 국가의 힘으로 막냐고요. 기만적인 거잖아요.
   언젠가 닐 암스트롱이 인터뷰하는 걸 잠깐 봤었는데, 그 양반이 그러더라구요. 지금도 그것만 기억나는데. 달에서 지구를 보면 지구 어디에도 국경이 그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지구에만 도착하면 곳곳이 전쟁터, 싸움터고, 심지어 자기 동네에서도 이웃끼리 싸우고 산다. 그런데 왜 이런 분쟁이 일어나야 하나. 이렇게 푸념 섞인 이야기를 했어요.
   왜일까 제가 한 번 생각을 해 봤어요. 우리 사회에서 너무 이윤을 극대화시키려고 하고 있는 거죠. 그 이유가 아니면 적대적으로 서로를 찍어 눌러야 하는 경쟁이 존재할 필요가 없어요.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경쟁이 필요하다는 사람들도 있죠. 그런데 경쟁을 하더라도 적대적인 경쟁이 아니라 우호적인 경쟁을 해야죠. 이렇게 해보니까 물건이 잘 만들어졌어. 너희도 이렇게 한 번 해봐라. 이런 식으로 하면 서로 발전할 거 아니에요. ‘야 너 그거 어떻게 만들었어?’ 하면 ‘야 그거 영업비밀이야’ 이게 말이 돼요?
   지금 반올림 문제도 그래서 해결이 안 되고 있잖아요. 삼성의 영업비밀이라고. 독가스 가지고 사람을 죽여 놓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이건 적대적 경쟁이 너무 퍼져 있어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이주노동자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 간에 그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자기의 주장을 이야기할 수 있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줘야 된다고요. 어디 가서든지 마음대로 일할 수 있도록. 접시도 닦고. 나 어려서 접시닦이도 했었거든.
숲>  사람들이 왜 왕래가 자유로워지는 걸 두려워할까요?
전>  나는 사람들이 두려워한다고 생각 안 해요. 사람들보다는 사장들과 국가권력이 두려워한다고 생각해요. 사장은 자기 업체에서 왕으로 존재해야 되고, 국가기구를 장악한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서 왕족으로 존재해야 돼요. 그런데 국경 간 벽이 허물어져 버리고 지역 간에 벽이 허물어져 버리면 왕의 가치가 떨어져 버리는 거예요.
   쌍용자동차 파업 때 유명해진 판화 그림이 있죠. ‘사람은 꽃이다. 노동자는 꽃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꽃은커녕 도구 취급을 받고 있어요. 확 다 무너뜨려야 되요. 내가 미국에 가고 싶으면 공항 가서, 비행기 표도 좀 싸져야겠지요, 여하튼 표 사서 갈 수 있는 이런 게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지금 억수로 더러운 나라, 지옥 같은 나라에 태어나서 죽게 생겼는데. 왜 그래야 되냐. 태어나기는 이런 나라에 태어났지만 풍광 좋은 네덜란드 같은 데 가서 구경하면서 살아도 보고 싶고. 히틀러가 무슨 짓을 했는지 폴란드도 한 번 가보고. 가서 공짜 밥을 먹겠다는 건 또 아니잖아요. 가서 일해주고 일해 준만큼 먹고 올 건데. 이게 왜 불가능해야 되냐고. 정작 사장들과 국가 권력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다녀요. 다 우리 돈으로 다니는 거야. 그런데 정작 우리는 우리나라 안에서도 어디 가려면 세금이 나가는 그런 삶을 사고 있어요. 쉽게는 안 고쳐지겠지만 고쳐 나가야죠.
수정>  이렇게 이야기하면 주위에서 반응은 어떤가요? 좀 변화가 있는지.
전>  전혀 안 바뀌죠. 그냥 저놈은 저런 놈. 근데, 가끔 필요는 한 놈. 이 정도에요.
▲ 쌍용자동차 파업 때 유명해진 이윤석 판화가의 판화 ‘사람은 꽃이다. 우리는 꽃이다. 노동자는 꽃이다.’ 전용수 기사님의 방에 걸려 있는 판화 액자. 파업을 지지하며 구입한 작품이다. (사진제공: 전용수)
노동자끼리 뭉쳐서 노동자 힘으로 바꿔 봤으면 좋겠어요.
숲>  이주노동자를 배척하는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 될까요?
전>  계속 이런 일이 있을 거예요. 열심히 막아 나가야죠. 일단 선무방송부터 중지시켜야 돼요. 모든 사람들이 다 듣는 데다가. 불법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건설현장에 폭력이 난무하고 우리가 살기 힘들어진다고. 그게 무슨 소리에요. 폭력은 국가나 경찰이 행사하는 게 폭력이지. 건설노동자들이 하는 건 해 봐야. 자기들끼리 일하다가 맘에 안 들면 멱살 잡는 정도인데. 국내 노동자들도 그 정도는 다 해요. 사람인데 어쩔 수 없는 건 있잖아. 그러다가 돌아서면 또 후회하고 서로 사과하고. 그게 사람인데 그걸 가지고 폭력이 난무한다고 표현하면 안되죠.
숲>  혹시 마지막으로 이주 노동자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혹시 있으신가요?
전>  이주노동자들께라. 2009년에 타워크레인 임대사 사장이 저를 영천에 있는 정비공장으로 인사발령을 낸 적이 있어요. 그때 지도부가 지금 지도부에요. 그때 그 사람들은 저를 보고 내려가지 마라. 사표 쓰고 대기자 줄 서고 그러고 말지. 뭐 하러 싸우러 내려가냐. 그런데 저는 분명히 이야기했어요. 나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싸우러 간다.
   가보니까 공장이 두개더라고요. 제가 발령받은 건 1공장이었는데, 가보니까 주변이 다 배밭이에요. 그런데 바닥, 땅이 다 썩었어요. 공장 관리가 엉망인 거예요. 변압기에서는 전해액이 막 흘러있고. 타워크레인을 정비하면서 다시 칠을 하고 그러는데, 그 페인트가 바닥에 막 깔려 있고. 그러다 보니까 주위의 배밭이 다 망가져 있을 정도인 거예요.
   그런데 그 공장에서 누가 일하냐. 베트남 노동자가 하고 있었어요. 원래 페인트 작업 같은 분진작업을 할 때는 방독마스크를 써야 돼요. 그런데 2~3,000원짜리 싸구려 마스크를 쓰고. 보안경도 말만 보안경이지 분진이 다 새는 보안경을 쓰고. 거기서 13일을 싸워서 결국 그 공장을 폐쇄시키게 됐어요.
   폐쇄시키면서 1공장에 있는 베트남 ‘닷’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저 친구 저 상태로는 도저히 일을 못 한다. 한 달 정도 쉬게 해줘라. 휴식이 제대로 안 되고 있으면 다시 조치를 취할 거다.’ 사장한테 이렇게 따로 이야기를 해 놨어요. 그러고 보름 후에 잘 지켜지고 있나 한 번 내려가 봤어요. 다행히 잘 쉬고 있더라고요.
   그때 그 친구하고 같이 온 친구들을 다 모아놓고 얘기를 해봤어요. 네 친구가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나머지는 뭐하고 있었냐. 몰랐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너는 왜 알리지를 않았냐. 물어봤더니 친구들이 걱정할까봐 그랬대요. 친구들이 성질나면 어떻게 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못 알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그 상황을 보면서, 노동자에게 정말로 필요한건 노동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노동조합이냐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주노동자를 공격하는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당장 굶어죽게 생겼는데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챙기냐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먹고 살기 힘든데 노동조합은 왜 하냐. 너희도 처음엔 그랬잖아. 그런데 지금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먹고 살만 하고 나름대로 건설현장에서 엘리트 노동자라고 소문이 나있는데. 옛날 생각을 못하고 왜 약한 이주노동자를 공격하냐.
   모든 것이 만족스럽진 못해도 일단 노동자들은 뭉쳐야 한다. 그 첫걸음이 노동조합이고. 거기서 끝나지 말고 세상이 어떤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토론과 논쟁도 많이 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이단아 취급도 많이 받고 깨지기도 많이 하겠지만, 그러면서 성장하는 게 노동자 아니겠냐. 그렇게 하자. 사장들이 공부 잘해서 사장이 된 게 아니라, 남 등쳐 먹을 줄 알아서 사장된 거니까. 우리는 그렇게 살지 말고 노동자로서 똘똘 뭉쳐서 노동자 힘으로 한번 뒤바꿔 보자.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야기하다 보니까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한국 노동자들한테 하는 말처럼 돼버렸네요 (웃음)
숲>  오늘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뷰 | 숲씨 웹진 VOM 편집인 mwtvbae@gmail.com    정리 | 한건희 MWTV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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