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컬쳐] “결혼이주여성의 주체적 삶에 관한 생애담 연구”를 읽고

“결혼이주여성의 주체적 삶에 관한 생애담 연구”를 읽고

먼저 어려운 말이 많아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결혼이주여성이 읽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도 주체적인 엄마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201p)”라는 말처럼 결혼이주 여성으로서 매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군분투’라는 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한국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삶에 대해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내 자신과 결혼이주여성들을 더 잘 이해되고 결혼이주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연구참여자들과 내 자신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내가 그때 어떤 행동을 취했지,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서 처하게 되면 그들처럼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결혼이주여성을 인권을 갖는 개인으로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재생산을 위한 존재로서 보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은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가족에 소속될 것을 바탕에 두고 결혼이주여성은 이주 어머니로서 한국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인구학적 대안으로 나타났다. 결혼이주여성 개인의 삶을 둘러싼 복합적이면서 다층적인 그들의 이야기는 배제되면서 일방통행식의 정책 시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46p)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인정 투쟁”과정이라고 표현한 것이 매우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각각의 관계망 속에서 가족의 인정,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투쟁’이라는 단어 속에 녹여내고자 한다.’
취업을 통해 경제적 능력을 확보하고 남편한테 인정받기, 음식 솜씨와 부지런함, 성실함을 통해서 시댁식구들의 인정받기, 영어 실력으로 학부모와 자녀의 친구들의 인정받기, 여기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취업을 통해 본국 가족에게 송금을 통해 본국 가족한테도 인정받기를 통해 주체적인 관계 맺기를 해 나갔다.

힘든 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불쌍하고 가련한 여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홀로 설 수 있는 ‘주체적 존재’로 나아간다는 것이다.(89p)”,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어선 ‘결혼이주여성의 긍정적인 얘기를 통해 이 글을 읽는 많은 이에게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해소되고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드는’(169p) 연구자들 노력에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함께 관심을 갖고 결혼이주여성을 지켜 그들이 잘 살아 갈 수 있도록 자신의 혼자 노력만이 아니라 평생학습관, 직업훈련센터 등 지역사회와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사회적 지지도 받쳐져야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는 의견이 참 공감된다.(170p)

지금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나도 내 한국의 삶은 긴 인정 투쟁의 여정이었다. 처음에 자녀가 아직 없었을 때에는 한국말 못하면 아이가 나를 무시할 까봐, 그 두려움 때문에 아이의 인정을 받기 위해 조급한 마음으로 한국말과 한국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한국 사회와 남편, 시가 식구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안간힘을 쓰고 있던 나였다.

학부모와 학교와의 관계 맺기 부분에서도 너무 공감이 된다. 대부분 결혼이주 어머니들은 한국말 부족과 한국보다 더 못사는 나라에서 온 배경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연구참여자4(중국 한족)가 아이를 위해 될 수 있으면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것을 학교가 모르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나와 너무 똑같았다.(203p) 나도 그랬다. 참 마음이 아픈 얘기다. 나의 경우는 처음에 아이가 저학년 때 학교에서 학부모와 연락할 필요시에 선생님이 나에게 연락하면 내가 그 당시에 한국말을 잘 못해서 못 알아들으니까 아이 아빠한테 전화하게 되었고 아이 아빠는 바쁘지만 배려해서 아이의 학교 문제까지 챙겨주었다. 집에서도 아이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처음에 엄마한테 물어보는데 엄마가 대답 못하는 것을 경험한 후부터 자연스럽게 아빠한테만 물어보게 되고 그렇다 보니 점점 엄마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소외되는 일이 벌어진다.

나와 달리 연구참여자가 그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책임감으로 조심스럽게 학교로, 학부모 사회로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었고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조금이라도 해보고자 애썼고 교사와의 상담에서 자녀의 가정배경이 알려지는 부분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녀의 학교생활 모습을 이렇게라도 들을 수 있어 꼭 찾아가는 편이이라고 해서 참 대단하고 용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가 학교에서 폭력피해를 당해서 학교에 달려가 학교장을 만나 해결책을 요청하고 폭행한 아이들을 찾아 야단치는 중국 엄마의 모습이 참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습을 보고 나도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와 교류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고 이런 얘기들이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에게도 알려지면 그들도 용기를 내지 않을까, 좀 더 한국 생활의 어머니의 역할을 더 자신이 있게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모성상은 완벽하고 책임이 강하고 희생하는 어머니이다. 결혼이주여성은 이주여성의 정체성과 한국 어머니의 정체성이 혼합된다. 완벽한 한국어머니 역할에 못 미쳐 늘 죄책감을 느끼는 것, 아이들에게 내가 한국 어머니만큼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하여 늘 미안한 마음, 한국에서 연고가 없고 인맥이 없는 것도 아이에게 도움이 안되는 것도 미안하다.
그러나 “모성은 역사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구성물로서 그 시대 여성들의 역할을 규정하고 통제하는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대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지금껏 만들어진 모성 이데올로기의 환상을 깨고 각자의 주관적인 삶에서 새로운 모성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신들이 사회의 옛 관습에 얽매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3장 결혼이주여성의 모성과 어머니 되기, 4장 이주해온 타자로서의 어머니 되기 부분을 보자.

모국어를 지키기 위한 이중언어 교육
갈라노바딜노자(2016)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일뿐만 아니라 정보를 받거나 전달하는 수단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며, 아이가 태어난 맨 처음에 사용하는 언어가 아이의 모국어가 된다고 했다’는 말은 참 인상적이었다. (190p, 218p)
이중언어교육에 관심이 많고 그 중요성을 인식해서 본국 유학, 여행을 통해 친정 방문, 친정 식구 초청 등 자기가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녀에게 모국어 교육하는 것을 보면 참 대견하다. 아쉬운 것은 친정 엄마가 없거나 연세가 많고 한국에 올 수 없는 경우, 경제적 여유가 없어 유학이나 여행을 보낼 수 없는 경우 이중언어교육을 하지 못하는 결혼이주여성의 사례를 다루지 못한 것이다.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녀에게 모국어 교육을 해주고 싶지만 사회적 지지기반 빈약으로 꿈을 펼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중언어교육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이주여성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다(결혼이주여성 개인의 부단한 노력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124p). 내 아이인데 내 말을 못한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서운한 마음이다. 내 아이인데 내 아이 같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연구참여자2의 말과 같이, 시어머니가 자신을 늘 아기 취급하면서 가르치려고만 들었다는 것은 나와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한국 사회가 국제결혼을 매매혼으로, 결혼이주여성을 ‘팔려 온 여자’, ‘돈 때문에 시집온 여자’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예리(2011)의 연구에 따르면 첫째,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결혼이주의 의미는 경제적인 동기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혼합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들은 사회적 이동 수단으로 결혼을 선택해 자기 출신국의 제약을 넘어 초국적 공간에서 욕망을 실현시키고자 한다는 점이다. 둘째, 결혼이주여성들은 자신이 기대했던 결혼에 대한 바람과 달리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이 불행했다. 자신의 결혼이주 동기는 간과되었고 남편과 시댁식구들은 그들을 가난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팔려온 존재로 여겨 순종적인 외국인 신부의 모습만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들은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견디며 수동적인 위치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이혼 또는 별거 등의 가족해체를 선택했다. 셋째, 가족해체 이후 결혼이주여성들은 각자 자립적인 삶의 전략을 구사해 나가는 당당한 모습으로 주체적 존재가 되었다.(254p)

자녀 교육관이 남편과 갈등 발생
이주여성들은 자녀 교육에 자신들만의 주장을 지니고 있었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가족 반대 속에서도 자신들의 생각을 자녀 교육에 반영하고자 노력했다.(120p)
저의 경우는 사교육의 문제를 인식해 아이를 보내지 말자고 제안했지만 남편은 아이가 가고 싶어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제 의견을 무시하면서 한국 사회가 원래 그렇다고 비싼 학원을 보냈다. 제가 한국 교육 시스템을 잘 모른다고 ‘넌 뭘 알아’ 하는 식으로 자기가 저에게 물어보지 않고 대부분 다 결정했다.

결혼이주여성에게 모성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보증하기 위한 장치가 된다.

4장에 결혼이주여성의 이혼과 홀로서기 부분에, 폭행당해 이혼하고 자녀 양육권을 갖는 결혼이주여성들만 연구참여자로 선정한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좀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뚜렷한 어려운 환경에서 자기 노력으로 일어서는 결혼이주여성 연구참여자가 더 좋은 이미지와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폭행을 당해도 자녀 양육권이 없이 이혼한 경우, 폭행을 당하지 않고 갈등으로 인해 양육권 없이 이혼한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이 여성들의 이야기도 다음에 연구해 공유해주시길 바란다. 내가 상담해 온 경험에서 보면, 폭행당하든 폭행당하지 않든 간에 이혼하면 결혼이주여성이 자녀 양육 환경이 남편보다 열악하여 자녀 양육권을 받지 못해 불리한 입장에 있어 고통을 받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경우들도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결혼이주여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모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정체성을 잘 협상하고 성공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타자화되고 있는 결혼이민자를 비롯한 다문화 구성원의 구체적인 삶을 이해하고 나아가 정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정책 방향이 일방적‘시혜’를 넘어 인간에 대한 존중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는 연구자들의 뜻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좋은 효과를 기대한다.

 

 

글 |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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