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칼럼] 코로나장기화에 따른 이주노동자 대책이 필요하다 – 정영섭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이주노동자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지 넉 달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는 정치와 경제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그 가운데서도 핵심적인 것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표되는 방역과 의료의 문제와, 경제적 피해에 따른 일자리와 생계 문제일 것이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특히 타격을 가장 먼저, 심하게 받는 취약계층, 그중에서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정부는 초기부터 코로나 대책에서 이주노동자를 제외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공적 마스크 판매는 건강보험 가입된 이들에게만 가능하게 하여서, 건강보험이 없는 이주민들은 아예 구매를 할 수 없었다. 가입되어 있는 이주노동자라 할지라도 하루 열 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처지에서 마스크를 사러 갈 시간도 없었다. 더욱이 사업주들은 혹시나 이주노동자가 코로나를 옮겨 올까 봐 사업장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와서 보면 이주노동자 가운데 확진자가 거의 없는데, 이는 이들이 평소에 일터와 숙소를 오가는 생활만 하고 코로나 사태에서는 밖으로 나다닐 기회가 별로 없는 반강제적인 격리상태였기 때문일 것이다. 마스크 수급에 여유가 생겨서인지 정부는 4월 20일부터 외국인등록증만 있어도 마스크 구매를 가능하게 했다. 그렇지만 등록증 없는 이들은 여전히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없고 따로 다른 마스크를 사다 써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경제에 피해를 주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들도 급속히 많아졌다. 중국동포들은 초기에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혐오와 기피 대상이 되어 특히 식당, 간병, 돌봄 등 서비스업에서 일을 못 하게 되었다. 항공, 관광, 숙박, 도·소매 서비스업 등 대면 업종의 피해는 제조업으로도 옮아갔다. 실업자가 늘고 취업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주노동자들도 무급휴직을 강요받거나 해고를 당하는 이들이 생겼다. 그런데 고용허가제(E-9)나 방문취업제(H-2)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이 임의가입이라 사업주들이 거의 가입해놓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 지원금이나 무급휴직자 지원, 실업급여 등을 아무것도 받을 수가 없다.

서울을 필두로 경기도 등 많은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긴급생활지원금 혹은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코로나 피해를 지원하고 소비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현금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여기에서도 이주민은 배제되었다. 서울시는 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 테두리에서 한다며 내국인과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이주민 및 난민인정자만 그 대상으로 삼았고, 경기도는 처음에 외국인을 아예 전부 배제했다가 비판이 커지자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만 지급하기로 했다. 중앙 정부가 실시하는 재난지원금 지원도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만 해당된다. ‘내국인과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이유로 대고 있는데 궁색하기 짝이 없는 이유다. 3D 업종에서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을 하면 경제를 맨 아래에서부터 떠받치면서 세금 낼 거 다 내며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 동포 등은 내국인과 연관성이 없단 말인가.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서는 기존에 자진출국 시 재입국 허용 정책을 6월 말까지 예정하고 있었는데, 3월 이후 본국과의 항공기 자체가 거의 없어지자 자진신고한 사람도 출국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열악한 이주노동자 집단 기숙사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자 정부에서는 미등록 이주민들을 코로나 사각지대로 보고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원래 미등록 이주민이 병원 진료를 받으면 이를 출입국에 통보하지 않는데, 이에 더해 코로나 방역을 위해 검사, 치료도 내국인과 같이 정부에서 책임지고 5월에는 단속을 유예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미등록 이주민이 불안감을 떨치고 검사를 대거 받으러 오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들에서 홍보를 하고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응하는 숫자는 아직 적다. 혹시라도 나중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그럴 수도 있고, 또는 아직도 이러한 정책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고용 기간이 만료되는 노동자에 대한 대책, 본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막히거나 돌아왔을 때 자가격리 대책에 있어서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고용허가제 고용 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이들에 대해 50일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노동부가 조치를 취했지만, 그 50일마저 끝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해 출국 준비 기간 형식으로 기존에도 출입국에서 임시로 30일 더 체류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있었는데 이걸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0일 이후에도 출국할 방법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욱이 이 기간에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생계도 문제가 된다. 차라리 고용허가제 기간을 더 늘려주는 게 맞지 않냐고 노동부에 물어보니 법무부에서 그렇게 못하게 한단다. 본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이들의 자가격리 대책도 문제다. 사업주에 고용된 이들은 사업장에서 격리해야 하는데 기숙사가 열악해서 그럴 조건이 안된다. 그러면 사업주가 책임지고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과연 지금 노동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다. 구직기간이어서 사업장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이주노동자는 입소시설 비용을 오롯이 본인이 내야 하는데 사업주가 필요로 해서 한국에 와서 일하고 구직 알선도 노동부를 통해 하는 만큼, 이 비용도 정부와 지자체, 사업주가 함께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 세계, 사회가 다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어느 한 부분이 무너지거나 피해를 입으면 다른 부분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방역과 의료, 지원 정책에 있어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위기의 장기화를 겪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사회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고 이주노동자, 이주민에 대해서도 배제와 차별이 아니라 통합과 평등을 지향해야 함이 마땅한 것이다.

우선, 사회안전망을 확장하기 위해 소위 ‘전 국민 고용보험’이 논의되고 있는데 취지는 전체 취업자 가운데 절반이 가입 안되는 고용보험에 대해 모든 취업자를 가입시키자는 것이다. 여기에 반드시 이주노동자도 포함되어야 한다. 재난지원금 역시 지금이라도 모든 장기 체류 이주민에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등록 이주민이 안심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고 방역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체류자격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얼마 전 베트남 미등록 체류자가 검사를 받고 숨어있었듯이, 정부가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말만으로는 미등록 체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어렵다.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방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용허가제 기간이 끝나고 출국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임시 출국준비기간이 아니라 고용허가제 비자 기간을 늘리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일을 못하면서 임시체류로 30일씩 늘리는 것은 오갈 데 없는 사람들만 만들어 낼 뿐이다.

 

글 | 정영섭 (민주노총미조직전략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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