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칼럼] 이주노동자에게 반복되는 차별과 폭력 외면하는 노동부의 유체이탈 거짓 해명

이주노동자에게 반복되는 차별과 폭력 외면하는 노동부의 유체이탈 거짓 해명

이주노동자를 권리가 없는 최하층에 고정시켜 놓고 이 구조를 유지시키는 것이 권력과 자본의 이해관계이며 그들은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각종 법제도를 통해 구조적 인종차별을 정당화해 왔다. 현실에서 숱한 고발이 이뤄졌지만 그때마다 이주노동자를 담당하는 부처인 노동부는 ‘제도는 잘 되어 있고 문제있는 사용자는 처벌하며 정부는 노동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습관처럼 오리발을 내밀고 넘어가기를 반복했다. 어느 부처가 그러지 않겠냐마는 노동부는 수많은 이주노동자 피해 사건에 대해 소위 유체이탈 화법을 넘어 최근에는 사실상 거짓 해명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업주 동의나 승인없이 이직이 가능하다고?

최근 사례를 살펴 보자. 우선 지난 6월 9일 jtbc에서 “인간 존엄을 찾으려 헌재-법원으로 가는 이주노동자들”이라는 보도를 내보낸 것에 대한 노동부의 해명을 보자. 계약과 다른 노동조건, 숙식비 일방적 강제 징수, 난방기구도 화장실도 없는 숙소 등에 대해 항의하고 사업장을 바꿔 달라고 하자 거액을 요구하는 사업주 등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현장의 심각한 문제를 jtbc가 당사자 인터뷰 등을 포함해 생생하게 보도를 했는데 그에 대한 노동부 해명이 가관이었다. “외국인근로자가 이직을 하려면 사업주의 동의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름”이라는 제목 하에, “외국인근로자는 취업활동 기간 중 3회(재고용의 경우 5회)까지 사업주의 승인이나 동의 없이 이직이 가능함”이라고 뻔뻔하게 거짓 내용을 해명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노동자가 자기의지로 사업장을 그만둘 수 없고, 사업주가 불법을 저질러도 이주노동자가 이를 증명해야 하고 그 과정이 오래 걸려서 포기하거나 돈을 주고 사업주 동의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도 노동부는 사업장 변경이 자유로운 것처럼 왜곡했다.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를 제도적으로 종속시켜서 노동착취와 차별을 손쉽게 만드는 핵심적인 구조가 ‘사업장 변경 제한’인데 사업주 동의 없이 이직이 가능하다니? 이제까지 우리가 싸워온 것은 법도 모르고 헛발질을 해 온 것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안산 원곡법률사무소의 최정규변호사가 노동부 담당사무관에게 항의하니, “(합의해지가 된 경우) 사업주의 동의나 승인이 필요 없다는 걸 적은 것”이라고 또 구차한 변명을 했다고 한다. 분노한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전국적으로 연명을 받아서 공동성명(‘허위 해명으로 시민들을 기망하고 피해 이주노동자들을 우롱하는 고용노동부를 규탄한다’)을 발표해서 규탄에 나서고 jtbc도 후속보도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라며 촉구하자 이 해명자료는 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사과의 말도 한마디 없었다.

고용허가제 16년, 반복되는 폭력과 차별 외면하는 노동부

두 번째는 MBC에서 7월 20일에 “‘퇴근이란 말이 나와?’ 쇠파이프로 협박·폭언”이라는 제목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 행태를 고발하는 보도를 하자 노동부가 내놓은 해명 사건이다. 보도는 다음과 같다. 충남의 한 농장에서 갑작스런 추가근무가 힘들다고 하자 농장주 부부가 폭언을 퍼붓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협박을 했고, 비닐하우스 기숙사(1인당 13만원 징수)에서 쫓아내겠다며 협박했다. 또 다른 농장에서 하루에 10시간 일하고 한달에 2일 쉬는 노동자가 겨우 160만원 밖에 못받는데 일을 2시간씩 더하라고 협박을 했다. 이주노동자가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사인해 달라고 하자 농장주는 단칼에 거절하고 막말을 했다. 이런 현실을 지적하며 이주노동자가 정당한 권리와 보상을 받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지극히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보도가 나가자, 노동부는 또 다시 유체이탈 해명을 내놓았다. “처리 과정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제출한 증빙자료가 없거나 미흡한 경우에도 (고용센터의)권익보호협의회의 인정, 고용센터 직권조사, 타기관의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판단하여 처리하고 있습니다.”, “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매년 3,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등의 하나마나한 말을 한 것이다. 그렇게 왜 보도와 같은 노동자들의 극심한 피해가 매번 반복되는지에 대한 성찰이나 사과는 없고 자화자찬식 얘기만 늘어놓고는 끝이다. 다음번에 또 사건이 발생하면 역시나 똑같은 말만 한다. 노동부 말대로라면 매년 3천 개 사업장을 점검하는데 왜 고용허가제 16년이 되는 지금까지 이주노동자들은 폭력과 차별에 시달려야 하는 것인가.

거짓말 해명 반복이 아니라 근본적 개선에 나서라

이주노동자들과 단체들이 지난 3월 사업장 변경 제한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이른 시일 내에 판결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이주노동자들은 차별적 법제도에 짓눌려, 사업주 얘기만 듣는 노동부 고용센터에 막혀 오늘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루 12시간 일해도 월급은 160만원에 고정되어 있는 인도네시아 어업노동자, 계약 조건과 달라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자 사업주가 수백만원을 댓가로 요구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줄 수밖에 없던 미얀마 노동자, 사업주의 횡포로 재고용을 받지 못해 억울한데 코로나 때문에 출국도 할 수 없는 방글라데시 노동자 등등. 이주노동자의 피땀눈물이 이 나라 경제를 밑에서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언제까지 노동부는 거짓 아니면 자화자찬만 늘어놓을 것인가. 8월 17일이 되면 고용허가제 실시 16년이 되는데,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되는 이 나쁜 제도를 지키려고 노동부는 언제까지 발버둥칠 것인가.

글 | 정영섭 (민주노총미조직전략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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