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칼럼] 여수참사 10주기, 여전히 진행형인 외국인보호소 인권문제

여수참사 10주기, 

여전히 진행형인 외국인보호소 인권문제

김대권(아시아의친구들 대표)

▲ 2016.2.11. 여수화재참사 9주기 추모집회 제단 (사진출처: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여수참사, 외국인만 희생된 사건으로는 최대의 피해자 발생

국가시설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적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이하 여수참사)는 2007년 2월11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내 보호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명의 보호외국인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한 사건입니다. 그 이전과 이후에도 외국인이 다수 희생된 사건, 사고는 더러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971년 대연각호텔화재참사(200여명의 사망자 중 외국인 사망자 14명)와 여수참사 이듬해 발생한 이천냉동고화재참사(40명의 사망자 중 중국동포 등 14명의 외국인사망)가 있습니다. 여수참사는 사망자 숫자는 이보다 적지만 외국인만 희생된 단일사건으로는 최대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었고 무엇보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던 시설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현장 (사진 출처: 연합뉴스)

‘외국인 보호소’는 ‘보호’가 아니라

쇠창살에 가두는 ‘구금’ 시설

인권침해는 물론 외교 분쟁의 소지 우려

 

외국인보호소는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이 사건 이전에는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곳이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했을 뿐더러 ‘보호’소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쇠창살로 사람을 가두어두는 곳이었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는 물론 외교 분쟁의 소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마치 ‘형제복지원’에 ‘복지’가 없었던 것처럼 ‘외국인보호소’에 ‘보호’는 없었습니다. 외국인을 ‘보호’한다는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가득 차오르는데도 직원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CCTV를 감시하고 있어야할 법무부직원들은 당직실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계약직 경비원들은 이미 연기가 가득 찼는데도 보호실을 모두 개방하지 않고 하나씩만 열려고 하였습니다. 보호외국인들의 생명보다 도주를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보호실 바닥에 깔린 우레탄은 불연소재가 아니었고 천장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었습니다. 작은 불꽃으로 시작한 화재는 순식간에 화마가 되어 보호외국인 10명의 생명을 집어삼켰습니다. 그나마 피해가 여기에 그쳤던 것은 수건에 물을 적셔 입과 코를 막고 있던 보호외국인들의 침착한 대응 덕분이었습니다.

 

노동으로 생계를 꾸렸을 뿐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보통 사람들

대부분 임금체불 등으로 장기구금되어 있다가 화 입어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추방)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이 출국할 때까지 이들을 ‘임시’로 ‘수용’하는 시설입니다. 간혹 범죄를 저지르고 형을 받아 교도소에 있다가 이곳으로 와서 추방을 대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에 오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체류기간을 넘겨서 체류하거나 체류자격 외 활동(취업 등)을 하다가 단속반에 붙잡혀 온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다수가 이주노동자들입니다. 본인과 가족부양을 위해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을 뿐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입니다.ᅠ

외국인보호소는 이들이 출국할 때까지 ‘임시’로 ‘수용’하는 시설입니다. 법무부는 이들이 본인이 원하면 출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항공사의 지연 등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출국이 지연되는 동안에도 보호소에서 갇혀 있어야 하므로 이는 명백히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구금이라고 할 것입니다. 더욱이 단순히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하는 정도를 넘어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치료, 임대보증금 미반환 등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경우에도 대부분은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보호소 내에서 갇혀 지내야 합니다. 여수참사 당시에도 희생자들 다수가 임금체불 등 때문에 장기구금되어 있다가 화를 입은 경우였습니다.

▲ ‘아시아의친구들’에서는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장기구금되어 있는 보호외국인들을 면회하고 있다. (사진제공: 아시아의친구들)

정치, 종교적 박해를 피해 떠나온 

난민신청자들까지 구금 시설에서 대기

4년 넘는 장기 구금자도 있어

가장 심각한 경우는 난민신청자들입니다.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정치적, 종교적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난민인정을 받고자하는 경우 난민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보호소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짧으면 좋겠지만 한국정부가 워낙 난민인정에 인색한 까닭에 대부분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게 되고 이럴 경우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이상을 보호소에 갇혀있는 상태로 기다려야 합니다. ‘아시아의친구들’에서 지난 해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장기구금되어 있는 보호외국인들을 면회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4년이 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ᅠ

그런데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보호소에 ‘보호’할 수 있는 기한을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라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무기한 구금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결정 역시 법무부장관이 하도록 하고 있어 법원과 같은 외부기관의 통제 없이 법무부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사람의 인신을 무기한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ᅠ

보호소는 사실상의 ‘교도소’

쇠창살 잠금장치된 20평 방에 12~18명 구금

필요 이상으로 주거 및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

그리고 외국인보호소는 교정시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설의 구조나 운영이 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과 다를 바 없이 이루어져있습니다. 20평 정도되는 방에 12~15명 정도(많을때는 18명이상)가 생활하고 있고 각 방은 쇠창살로 막혀있습니다. 국가인권 위에서도 “보호로 인한 외국인에 대한 기본권 제한은 강제퇴거의 심사나 강제퇴거의 집행을 위한 신병확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주거 혹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그쳐야 하고 보호실 밖의 출입문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등 보호외국인의 탈출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데도 출입문의 개폐 정도까지 통제하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외국인보호 및 교정시설 방문조사결과보고서, 국가인권위, 2007)ᅠ

정유라가 구금된 덴마크의 ‘황제수감’ 시설

국제기구에서 정한 최저기준에 따른 당연한 것

최근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덴마크의 한 구금시설에 구금되면서 그곳의 환경이 한국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유라가ᅠ구금된 독방에는 “침대와 책상, TV와 냉장고까지 구비돼 있고, TV 시청이나 라디오 청취가 가능할뿐더러 돈만 내면 게임기도 이용할 수 있다. 한 주에 두 번 피자를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한국언론에서는 ‘황제수감’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유엔 등 국제인권기구에서 정한 구금시설에 대한 최저기준에 따르면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ᅠ

여수참사가 발생한지 어느덧 10년이 흘렀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습니다. 단속과 구금 그리고 강제추방 위주의 출입국행정은 변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반외국인혐오 분위기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추방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난한 노동자들입니다. 부유한 외국인들은 영주권과 국적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거의 강제추방의 대상이 될 일이 없습니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다시한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출입국행정이야말로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부드럽게 적용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가혹하게 적용되는 공권력작용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가난한 사람에게만 가혹한 공권력

출입국의 자의적 구금문제 해결되어야

정부는 왜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혹한 것일까요? 그것은 가난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가난한 사람에 맞서 싸우는 게 정부 입장에서는 쉽기 때문입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감옥과 다를 바 없는 시설에 갇혀 기약없이 있어야 하는 일은 이제 끝나야합니다. 현재 정주가 사실상 금지되어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한국에서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야합니다. 10년 이상 미등록신분으로 살아온 이들에게는 사면을 통한 합법화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난민을 받아들이고 심사기간을 대폭 축소해야하며 인정률도 OECD 평균(20.6%, 한국은 현재 5%미만) 이상으로 높여야 합니다. 체류기간을 조금만 초과해도 무조건 강제퇴거명령을 남발하기보다는 출국권고, 출국명령 등 다양한 대안적 방식을 활용해야 합니다. 구금기간은 최소한도로 제한되어야 하고 부득이하게 연장하려면 법원 등 외부의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구금시설의 환경은 국제인권기구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기준에 맞춰서 개선되어야 합니다.

여수참사 10주기가 한국사회 이주민들의 인권 그리고 행정당국의 자의적 구금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을 높이고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여수참사에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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