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칼럼] 대한민국정부는 모든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의 면모와 유엔인종차별위원회가 2018년 최종견해에서 권고한 사항들에 대해 철저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VOM칼럼]

대한민국정부는 모든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의 면모와
유엔인종차별위원회가 2018년 최종견해에서 권고한 사항들에 대해
철저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3월 21일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이다. 196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벌어진 인종분리정책을 반대하는 평화로운 시민들에게 발포된 총격사건으로 인해 69명의 시민이 사망하자 국제사회의 충격 속에서 더 이상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기 위해 1966년 만들어진 협약이다. 대한민국은 이 협약에 1978년 12월 5일에 가입하였다. 그 가입의 결과로 대한민국 정부는 2년마다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노력을 어떻게 기울이고 있고, 개선된 점은 무엇인지를 보고하는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 2018년은 보고서를 내는 시점이었으며, 과거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보고서를 내지 않아 문재인 정부는 17차, 18차, 19차 보고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이러한 정부보고서에 대한 심의대응팀이 시민사회단체에서 꾸려졌고, 시민사회보고서를 통해 정부보고서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 반박하였으며,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부분들을 보고하였다.

이 모든 보고내용을 분석하고 판단한 위원들은 한국정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분명하게 “직간접적인 인종차별에 대해 정의하고, 이를 금지하는 포괄적인 법을 신속하게 마련할 것을 권고한 지난 권고(CERD/C/KOR/15-6)를 반복한다” 고 했다. 그리고 위원회는 “한국이 협약 제4조에 규정한 대로 인종차별적 동기를 형사범죄의 가중요소로 고려하도록 형법을 개정할 것에 대한 지난 권고(CERD/C/KOR/15-16) 또한 반복하여 다시 권고한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권고의 내용 중에서 유념해 볼 것은 “서로 교차하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통계 자료 수집 매커니즘을 갖출 것을 권고”한 부분이다. 차별은 단지 피부색이나 생김새의 다름 또는 국적 등 하나로만 일어나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주민이면서 여성, 또는 이주노동자이면서 중도장애인, 아니면 이주민이면서 성소수자인 경우와 같이 개인의 다중적 정체성과 그 맥락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차별들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이러한 범죄 행위에 대하여 가중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얼마나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지 수치화 한 통계자료를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자료가 없다는 것이 이미 차별이라는 것이 위원회의 의견이며, 그러한 기록들이 있어야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주요 권고 뒤에 사안별 권고를 보면,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에 우려를 표하면서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 내용을 보면 한국인에 의해 일어난 살해사건에서 가해자가 공모자를 모을 때 ‘불법체류자’도 가능하다는 공고를 냈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문제보다 ‘불법체류자’라는 자막을 좀 더 크게 내보냄으로써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였다. 개인의 범행동기보다 공범자가 합법체류자 중국동포임에도 왜 불법체류자를 자막 헤드라인으로 뽑았는 지 맥락과 맞지 않는다. 이는 현재 정부가 강제추방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불법체류자가 있으면 이러한 일에 공모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두려움과 혐오를 조장하기 위함으로 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그리고 범행의 문제는 어떤 국가 출신의 사람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범행 행위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국가 출신임을 강조하거나 이주민 중 불법체류자를 강조하는 행위 자체가 미등록이주민을 범죄자화 하는 인종차별적인 보도 행태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미 권고사항으로 불법체류자 사용을 금지하였으나, 언론들은 이러한 권고를 무시하고 윤리적인 언론보도준칙을 준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감시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시민사회의 건강한 인식으로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고 이행하도록 하는 압박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이러한 유엔의 권고에 대하여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고, 언급되지 않은 많은 권고들이 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의 자유라든지, 건강보험의 권리에 관한 부분이라든지, 미등록이주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부분이라든지, 인신매매에 관한 부분 등 많은 권고 사항들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한다. 물론 안다고 인식이 바뀌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사회의 인종차별의 수준은 인지할 수 있다. 그 수준을 알아야 더 나은 방향으로의 모색도 가능하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난 3월17일 인종차별철폐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그 반대편에서 성능 좋은 스피커로 돌아가며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일부의 극단적인 사람들을 마주해야만 했던 것이다. 인종차별철폐의 날에 인종차별적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그들에게 일어난 일은 그저 경찰로부터 물리적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보호받은 일뿐이다. 사실 이들은 이러한 혐오발언자체가 범죄임을 인정하는 법이 없기에 담대하고 무모할 정도의 거침없는 혐오발언을 이주민 당사들이 모여 있는 현장에서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러한 혐오발언을 범죄로 인식하게 해주는 포괄적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그 법의 제정은 혐오발언이나 인종차별을 범죄화 하는 것으로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그 존엄함을 지키고 보다 존중을 받기 위함이다.

3월17일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행사가 있었던 당일 현장의 두 곳에서 울려 퍼졌던 슬로건들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이곳에 삶”이라는 슬로건처럼 우리가 사는 일상은 이주민들이 함께 살아가기에 가능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제조업 등 곳곳에서 일하는 이주민들이 이곳에 함께 있기에 우리의 일상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주민들도 일상이 가능한 삶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또 다른 슬로건이었던 “모두를 리스펙트”라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주노동자의 삶을 존중한다는 것은 야근만이 아니라 퇴근이 있는 삶이어야 하고, 휴일이 있는 삶이어야 하고, 제대로 된 급여를 받는 삶이어야 하고, 몸을 쉴 수 있는 주거여야 하고, 취미를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글 | 정혜실 (이주민방송MW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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