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커버스토리] 코로나와 이주민: 생존권과 인권이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 – 정영섭

코로나와 이주민: 생존권과 인권이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 세계 78억 인류의 삶이 위험에 처해 있다. 3억 이주민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주민은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늘 사회에서 열악한 처지에 있었다. 재난이 닥치면 취약한 계층이 더 피해를 입듯이 이주민도 그러한 상황이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 제공, 보건의료와 방역체계에 대한 접근, 일자리와 생계 문제, 혐오와 차별 등 모든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 권리 소외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은 다국어로 된 정보의 제공이다. 나날이 쏟아지는 코로나 관련 정보는 대부분 한국어이다. 예외적으로 일부 뉴스 자막에 영어만 나온다. 정부가 다국어로 제공한 것은 사태 초기에 나온 코로나 예방수칙, 자가격리 수칙 등에 국한되어 있다.

그런데 확진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확진자 동선은 어떠한지, 지역의 보건소는 어디에 있는지, 아동 돌봄 서비스는 어디서 하고 있는지, 지원 정책은 어떻게 실시되는지, 체류 관련 정보는 어떻게 바뀌는지, 재난정보 문자 내용 등 정보를 알아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주민들은 이런 정보에서 소외되어 있다. 일부 정보는 영어나 중국어 정도로만 나온다. 그러니 이주민들이 가짜뉴스 같은 것에도 쉽게 휘둘릴 수 있고, 불안과 공포감을 증폭시키기 쉽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존의 통역 역량을 활용하여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데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이주 인권 단체들이 공백을 메꾸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민을 위해 코로나 관련 정보를 다국어로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페이지를 만드는게 그렇게 힘든 것일까.

마스크 차별
이주민들이 차별을 정면으로 느끼게 만든 것이 공적 마스크 정책이다. 3월 9일부터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판매하면서,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이주민은 배제되었다. 전체 이주민 절반 가량이다. 그것도 처음에는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카드 두 개를 가져오라고 해서 보험카드 없는 이주민들이 건강보험공단에 몰려드는 바람에 때아닌 카드발급 업무가 폭주하는 일까지 있었다. 지역건강보험 가입을 못하는 6개월 미만 체류자, 유학생, 미등록 이주노동자, 난민신청자 등 광범위한 이주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할 수가 없었다. 지난 3월 20일 열린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차별의 민낯 증언대회’에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여러 사례를 보고했다.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없어서 비싼 값을 주고 다른 마스크를 산다는 노동자, 내국인에게는 마스크를 주는데 이주노동자에게는 안 주는 공장, 작업용 마스크를 며칠이고 빨아서 다시 쓰는 노동자” 등등.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초 물품인 마스크마저 이주민들은 차별받아야 하는 것일까.

일자리와 생계 위협
위 증언대회에서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제호변호사는 중국출신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얘기하면서, “특별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일하던 곳에서도 이제 그만 나오라고 이야기를 들었다.”는 중국동포의 증언을 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발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중국동포들에 대한 혐오가 횡행했고 그것이 일자리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언론보도만 보더라도, “”중국말 들리면 손님 가버려” 신종코로나에 중국동포 구직 타격”(연합뉴스, 2.11일자), “중국교포의 울분 “나보고 바이러스라고…””(오마이뉴스, 3.9일자), “된서리 맞은 대림동… 中동포 일자리 뚝, 개학날 4분의 1 결석”(한국일보, 1.29일자), “코로나19 여파..중국인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 증가·조선족은 실직”(세계일보, 3.2일자) 등 중국출신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동포들의 사례가 많이 보도되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는 “취약한 일자리수록 타격도 크다. 이주여성들의 일자리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다문화 강사 활동을 하는 이주여성들은 유치원, 어린이집과 학교의 개학 연기에 영향을 받는다.”라고 했고, 아시아 평화를 향한 이주 MAP 김영아 대표는 “한국 노동시장 구조에서 가장 밑에 있는 난민이 일자리를 잃기 시작. 취업 제한 또는 고용불안정으로 이미 경제적으로 간신히 생존하고 있었던 난민신청자와 인도적체류자, 한부모 가정, 건강하지 못한 난민 등의 빈곤 위기 악화”라고 표현했다. 중국동포들은 혐오와 차별에 더해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서비스산업 종사가 많아서 일자리 타격이 크고 이주민 가운데 가장 열악한 난민들이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가운데에서도 해고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임의가입으로 되어 있어서 사업주가 거의 가입하지 않는다. 그러니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이주노동자에게는 해당이 안된다. 물론 실업급여도 못받는다.

재난지원금 배제
코로나 위기는 건강과 생명의 위기인 동시에 경제적 위기이다. 전 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마이너스가 되었고 불황은 깊이를 알 수 없다. 그래서 각 나라에서는 재정을 동원하여 사회구성원들에게 현금성 지원을 한다. 경제적 고통을 줄이고,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먼저 긴급생활지원금 지급 정책을 내놓은 서울시는 내국인과 가족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이주민에게만 지급한다고 했다. 뒤이어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한 경기도는 아예 외국인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이주민 차별이며 제도적 인종차별이다. 이에 전국의 이주인권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비판을 했다. 4월 초에는 국가인권위에 차별시정 진정을 냈다. 그 자리에서도 이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마치 우리만 다른 세계에 남겨진 것 같아요”, “소득세, 지방세도 다 냈어요.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아요. 이주민도 선주민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제조업체, 농촌 등지에선 이주민 없이 유지할 수 없어요. 이주민은 사회구성원으로 존재하지만, 코로나 같은 재난 상황에서 투명인간이 됩니다. 재난은 국적이나 인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2017년 국세청 통계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이 낸 세금은 근로소득세 7700억 원, 종합소득세 3600억 원 등 총 1조를 넘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인정해야 합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인권위 진정 이후, 이주인권단체들은 서울시청과 경기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날마다 진행하였다. 경기도는 비판을 인식했는지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는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재난지원금 기준이 이것이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 외에도 비영주권자인 장기체류자, 이주노동자 등이 더 많이 있다. 반에 반쪽짜리 재난지원금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평등과 연대를 더하는 계기가 되어야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도 않고, 재난 피해가 이주민을 빗겨가지도 않는다. 혐오와 차별은 치료제가 될 수 없고 오히려 재난의 위험을 가중시킬 뿐이다. 보건의료 방역에 더해 경제적 방역, 심리적 방역 등 사회 활동의 여러 측면에서 방역은 누구도 소외하거나 배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다르다고 말한다. 달라야 한다면, 그것은 평등과 연대가 더 확대되는 세계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부터 그런 세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글 | 정영섭 (민주노총미조직전략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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