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기획] 이주활동가 열전 2 – 이주민센터 동행 원옥금 대표의 목소리

이주민도 그 곁에 있다는 것

평등법(차별금지법) 발의는 이번이 4번째입니다. 2007년 참여정부에서 법무부안이 제출된 이래, 법제정의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아오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법제정에 찬성할 만큼 정당성과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오는 동안, 우리 사회는 이주민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대한민국도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다양한 국적과 피부색 그리고 저마다 이주배경이 다른 약 200만 명의 장단기 체류외국인과 귀화자가 함께 살고 있는 사회입니다. 대한민국에 살게 된 배경은 저마다 다르지만 우리 사회의 빼놓을 수 없는 구성원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이주민들은 하루하루 대한민국에 살면서 다양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겪으며 살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출신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은 다른 외국들에 비해서도 더 낮게 보는 차별의 시선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어났던 택시기사의 결혼 이주여성 성희롱 사건처럼 이주민을 향한 다양한 차별과 폭력은 늘 우리 이주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범죄행위뿐 아니라 각종 법과 정책에서도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존재합니다.

결혼이주 여성은 가정 안에서도 평등한 위치에 있지 못합니다. 체류기간 연장과 국적취득의 과정에서 내국인 배우자가 권력을 행사하게끔 설계된 출입국관리법, 국적법의 차별적 조항 때문에 배우자와 동등한 관계가 아닌 배우자에 종속적인 관계에 있도록 강요당합니다. 결혼생활 기간뿐 아니라 결혼생활이 파탄되면 더 심각한 차별을 겪게 됩니다. 만약 미성년 자녀가 없고 결혼이주여성이 배우자의 결정적인 결혼 파탄 행위를 입증하지 못하면 자리 잡고 살던 곳을 떠나야 합니다.

또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겪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따돌림과 폭력에 희생당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다문화’라는 말조차 학교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 묶는 역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주민 자녀들의 탈학교 비율은 일반학생들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등록체류자의 자녀들이 공적인 교육에서 배제되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또 중도입국 자녀들도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해 공적인 교육에서 멀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고용허가제로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은 더 심각합니다. 이주노동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노동을 할 권리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3년의 계약기간 동안 사업주의 동의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사업장변경을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사업주의 동의를 받지 못하거나 사업주의 불법행위를 증명하지 못하면 강제적인 노동에서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열악한 사업장과 자신의 건강문제에도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네팔 이주노동자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밭 한가운데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추운 겨울을 견디다 죽어간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의 사례는 이주노동자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면서 살고 있는 현실을 말해줍니다.

공적인 영역에서도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다르지 않습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많은 이주여성들은 임금에 있어 호봉제를 적용받지 못하고 매년 최저임금으로 계약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경력이 쌓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일해도 내국인 직원처럼 승진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보건 정책에서도 이주민은 소외되었습니다. 초기에 공적마스크구입에서 외국인이 배제되기도 했고 재난지원금 지급에서도 차별받고 있습니다. 외국인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지역에서의 집단검사 강요도 차별입니다.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데도 이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부당한 현실은 바뀌어야만 합니다.

 

이주민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도 문제가 많습니다. 외국인을 주로 상대하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노동부 고용센터, 경찰서 직원 등이 이주민을 대할 때 고압적인 태도와 반말이 기본입니다. 내국인들에게 절대 할 수 없는 무례한 행동을 이주민들에게는 거침없이 하는 것입니다. 범죄와 관련되어 수사나 조사를 받는 경우에도 이주민에 대해 진술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국인의 진술을 듣고 처분을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일선 경찰이 지역 사회와 밀착된 농어촌 지역에서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해도 지역의 경찰관에 의해 유야무야 무마되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그밖에도 이주민이 우리 사회에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차별받는 사례는 끝이 없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발의된 법률안을 보면 적용범위에 “이 법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영역에 있는 외국인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 그리고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 법이 제정되면 이주민에 대한 차별도 많은 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법이 제정된다고 하여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법으로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없기에 사적인 영역에서의 모든 차별이 금지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평등법의 제정은 우리 사회가 소수자, 약자에 대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제도와 정책의 개선과 차별을 당했을 때 구제는 물론 국민들의 평등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앞으로 평등법이 제정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평등법 제정을 반대하는 세력은 ‘시기상조’라는 핑계를 대거나 법률안에 있지도 않은 내용으로 흑색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어온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에너지와 법률 제정을 책임 있게 추진하는 정치권의 노력이 함께 한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평등법’이 통과 될 것이라고 믿고 저희 이주민들도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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