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of MWTV] 코리안 드림에서 깨어나지 못한 네팔 이주노동자들

코리안 드림에서 깨어나지 못한 네팔 이주노동자들

덤벌 수바 Dambar Subba | MWTV 이주민방송 공동대표

네팔은 50년 이상 이어진 정치적 혼란 속에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되어 세계 최빈국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네팔 안에서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하여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으며, 네팔의 경제는 해외 송금으로 인한 외화 유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네팔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500만 명의 네팔인들이 해외 곳곳에서 이주 노동을 하고 있다.

2008년 한국 노동부와 네팔 노동교통부가 ‘고용허가제(EPS)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래 매해 3,000~4,000명의 네팔인들이 취업 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한국에 체류 중인 네팔 이주노동자 수는 2015년 기준 약 3만2천여 명으로 파악된다.


▲ 고용허가제로 인천공항에 입국한 네팔 이주노동자들

한류의 허상

 

지난 몇 년 전부터 급속히 전파된 한류 열풍으로 인하여 네팔에서는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K-POP, 한국드라마에 나오는 패션과 문화를 따라하고 있다. 한류는 문화적, 경제적으로 네팔에 국가적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네팔에서 보고 배운 한류를 따라 한국에 오게 된 이주노동자들에게 한류는 실재하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 속에서 보았던 한국의 화려한 일상이나 애틋한 사랑, 깔끔하고 친절한 사회라는 이미지가 현실과는 180도 다르다는 것을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인천공항에 입국한 후 2박3일 동안 취업교육을 받고 사업장에 가는 날부터 느끼게 된다. 사업장은 모두 3D(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업종이고, 이주노동자들은 기숙사인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한다. 아프고 힘들어도 쉬지 못하고 참고 일해야만 한다. 그렇게 고통 받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대다수이다.

 

생소한 문화 환경과 고된 노동 환경

한국에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젊은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생소한 문화 환경과 고된 노동환경으로 인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서울 경희대학병원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3년 째 근무하고 있는 히르데에스 브라답 멀라 씨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네팔 이주노동자들 약 60%가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한 번씩 무료진료소에서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진찰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네팔과 한국의 문화와 노동환경의 차이로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을 심하게 겪고 있다고 했다.

 

고용허가제의 제도적인 문제점

고용허가제는 모든 권리가 사업주에게 있다시피 하다. 그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몸이 아프거나 폭행당하거나 임금이 체불이 되거나 비인간적으로 억압과 차별, 무시를 당해도 노동자는 사업장을 이전할 자유가 없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는 이유다.

 

최근 본인이 고용허가제 농업 노동자로 경기도에서 일하고 있는 약 50명의 노동자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0%가 근무환경에 불만족하다고 답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나 대표적으로 세 가지 문제가 두드러졌다.

첫 번째, 고된 노동환경이다. 이른 아침 6시부터 늦은 밤 8시까지 일하며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14시간을 연속으로 일을 하면서 초과 수당도 주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수가 70%였다.

 

두 번째, 휴식과 휴무가 없다. 농업 이주노동자들에게 휴일은 한 달에 이틀 밖에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세 번째, 임금 체불을 당하는 사례가 허다하고(약 60%) 한 사업장에 고용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후에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를 시키는 경우는 절반이나 되었다.


▲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뉴스 (KNN뉴스)

 

네팔 이주노동자간에도 대화 부족

 

네팔 이주노동자들 간 대화 부족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내 10개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들은 근무 중에 상사의 눈치가 보여 동료끼리도 대화를 못한다고 말했다.

심한 경우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네팔인들 간에도 의견과 마음이 맞지 않아서 같은 기숙사 내에서 부엌을 따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을 마친 후 대화도 없이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에 몰두한다. 근무 시간 이후에도 서로간의 대화 없이 각자 개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팔 대사관의 무관심과 네팔 단체들의 한계

 

네팔정부의 제도에는 한 나라에 네팔 시민이 5,000명 이상이 있으면 그 나라에 대사관을 설립하고 직원을 파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네팔대사관에는 7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으나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어려움에 처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대사관에 도움요청을 하면 아무런 대책도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에는 현재 70개 이상의 재한 네팔 단체들이 있으나 그들 또한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이기에 막상 문제가 생기면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받기 어렵다. 단체 활동가들도 한국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때 제대로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족의 압박감

 

끝으로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돌봐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압박을 느껴 정신적으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향과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 땅에서 생활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울증에 심하게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코리안 드림은 없다이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

 

네팔대사관의 통계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시행 후 현재까지 약 100명이 넘는 네팔인들이 한국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특히 그 중 40%는 자살로 인한 사망으로 파악되었다. 한국에 있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자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코리안 드림은 없다. 이제 코리안 드림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잘 지내다 무사히 자기 고향, 자기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네팔 정부와 한국에 있는 재한 네팔단체들의 과제일 것이다. 더불어 한국정부와 한국사회의 관심 또한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만 더 늦기 전에 이주노동자들이 병들고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덤벌수바 Dambar Subba | MWTV 이주민방송 공동대표, 네팔리코리아 편집국장

한국 내에 있는 네팔기자협회 한국지부 초대 회장 및 네팔다란공동체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MWTV 이주민방송 공동대표 및 네팔리코리아(nepalikorea.com)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MWTV 이주민방송에서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소식을 기사로 전하고, MWFM 이주민라디오에서 ‘이주노동자 세상 시즌2’ 진행자 및 ‘이국땅의 우리 네팔인’ PD로 활동하고 있다. 

dambarsubb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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