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TALK] ‘인종차별’에 관해 말하다!’ 시리즈 < TALK 3. >

BOOK TALK(북토크)
‘인종차별’에 관해 말하다!’ 시리즈
< TALK 2. >

최근 한국사회에서 동물권과 동물원에 대한 종차별 논란을 불러온 이슈가 있다.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한 마리의 죽음이 가져온 사회적 논란이었다. 우리에 갇힌 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의 존재를 당연시 해 온 한국사회에서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될 지 의문스럽지만, 관련 단체들은 논의가 확장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만난 책이 있다. 바로 <텔레비전과 동물원>이라는 책으로 부제는 ‘리얼리티 TV는 동물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이 인종차별 시리즈와 무슨 상관일지 궁금하겠지만,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미디어와 관련된 책이며, 미디어 속의 인종주의를 리얼리티TV 프로그램이 동물원이라는 비유를 통해 드러내고 자 한 책이다. 이 책의 주제 의식은 첫 페이지에 안내서처럼 다음과 같은 글로 시작된다.

 

“자신들의 몸을, 행동을, 생활방식을 전시하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백만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는 우리 속 짐승들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을 재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리얼리티 방송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들이 부쩍 늘었다. ‘다문화 고부열전’, ‘사랑은 아무나 하나’,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서울 메이트’, ‘외계통신’, ‘한식대첩’ 등 2018년에는 유례없이 그 수가 많았던 한 해이다. 그만큼 방송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은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방송에서 이주민을 어떻게 재현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강화하거나,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대체적으로 한국인들이 가진 백인 선망 유색인 차별이라고 하는 인종차별적 태도와 연관되는 것으로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이주민방송MWTV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위의 프로그램들 대부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올리비에 라작은 리얼리티TV의 전시되는 사람으로서 출연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박물관이나 박람회를 통해 전시되었던 ‘인종전시’로부터 이야기를 끌어오는데, 그것이 동물원 우리에 가두었던 동물들에 대한 태도와 연관된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공적인 자연환경을 마치 자연스러운 공간인 것처럼 꾸며 놓고 동물들이 원래 있었던 자연에서 살았던 대로 재현해주기를 관객들은 기대하지만, 전시된 동물로서 그들은 이미 달라진 부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고, 다만 길들여질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바로 각자가 살던 곳으로부터 강제이주를 당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식민지의 사람들을 전시했던 방식이며, 그들의 주거지를 그대로 옮겨 놓아 그 속에서 살게 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결국 관객의 기대 에 맞춘 것으로서 이국적이지만 일상을 눈앞에서 그대로 본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고자 한 전시물이 되었던 ‘인종 전시’가 이제는 텔레비전이라는 공간으로 이동했다고 비판한다.

 

“리얼리티TV는 전시된 개인들에 관한 지식을 산출해 낸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표본들을 특정 짓고, 그들이 어느 사회적 종에 속하는 지 일러준다.
(…) 리얼리티TV는 동물원처럼 “보면서 보이기”의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100p)

 

위의 나열한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한국사회에 들어와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결혼이민자나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어떤 식의 사고를 하고 있는 지가 명백히 인식될 때가 있다. 동정과 시혜의 대상일 때만 용인되는 대상이거나, 문제가 많은 대상으로 갈등의 요소를 제거해야 하는 대상으로서 말이다. 그러나 서구유럽이나 엘리트 이주민은 그들에 대한 태도 자체가 다르다. 전문가로서의 위치, 한국을 찬양하는 말들 속에서 한국사회가 인정받고 싶어하는 존재들로서 표상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속 구도에서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민자들이 많이 유입된 아시아인들의 자신들의 존엄성이 무시된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존엄성에 무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오늘날, 우리가 살인하는 것을 빼고 한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의 일들 가운데 하나는 그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젊은 철학자인 저자가 프랑스 제국주의 시대에 벌어진 식민지의 사람들을 향한 존엄성을 무시한 행위로서 인종 전시가 현대의 리얼리티TV로 이어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한다. 동물원을 비유로 이주와 전시 그리고 길들이기로서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한국사회의 미디어 속의 인종주의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글 | 정혜실 (mw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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