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TALK] ‘인종차별’에 관해 말하다!’ 시리즈 < TALK 1. >

BOOK TALK(북토크)
‘인종차별’에 관해 말하다!’ 시리즈
< TALK 1. >

“인종차별주의는 ‘차이의 가치매김’에서 비롯되는 차별이다.”

지난 7월 20일 21일에는 UN인종차별철폐협약 한국심의 대응 시민사회공동사무국에서 개최한 인종차별보고대회가 “한국사회 인종차별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었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인종차별은 더 이상 특정 피부색이나 외모와 같은 것으로 불거지는 차별이 아니라 다른 사회적 범주인 계급, 성, 국적, 성적지향성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차별이며,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차원에서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이날 이러한 보고대회가 있기 전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가 어떻게 국민을 동원해 내고, 편견을 재생산하면서 차별을 선동하는 프레임이 주류 언론과 미디어 그리고 SNS를 통해 확장되는지 목도해야만 했다. 그 탓에 인종차별 보고대회는 많은 참여자들과 함께 뜨거운 논의의 장이 되었다.

그런데 이날 놀라운 것은 참석자들이 비논리적인 혐오 세력들의 말과 행위에 대해 무척이나 논리적이고 합당한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너무나 논리적이었고 현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들을 말했다. 그렇게 비논리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발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질문과 답을 고민하다 찾아낸 책 한 권이 여기 있다. 바로 ‘인종차별주의’라는 책으로, 이 책을 쓴 고모리 요이치는 일본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인종주의는 역사적으로 구성되어 왔고, 일본인에게 내면화되었는가를 쓰고 있다. 특히 차이가 차별화되는 시스템으로서 인종주의 문제와 언어에서 드러나는 차별의 메커니즘 그리고 새로운 인종주의로서 특정 집단에 대한 ‘가치 매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차별의 문제로 단지 인종만이 문제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종차별주의’는 타자로서의 피차별자와 자신과의 ‘차이’을 철저히 강조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중략) 그러므로 ‘인종차별주의’는 특별한 방식으로 ‘차이’를 강조한다. 바로 ‘가치매김’이다. 이 ‘가치매김’을 ‘일반적’인 것으로 확장시켜 ‘결정적’이고 바꾸기 힘든 것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차이’의 ‘가치매김’은 타자에게서 발견하는 자신의 차이를 부정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그것과 대비되는 자신의 특징을 무조건 긍정적인 것으로 그려내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20p)

또한 고모리 요이치의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이 제국주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서양의 인종적 우월주의를 내면화 하는 과정에서 서구백인을 내면화한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 위에서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이 갖는 우월감과 열등감을 어떻게 동시에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대일본제국의 자기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표현을 통해 분석해주기도 한다. 그 분석의 주요 텍스트는 나가이 카후의 <악감>이라는 책이다. 이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일제강점기의 신지식인이면서 독립 운동가였던 자강파 지식인들의 무비판적 서구 인종주의 수용에 대한 모습을 투영하여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왜 자기민족 출신의 특정 집단들에게도 차별을 가하는 가해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이 책은 그 내면의 모순을 보여준다.

저자는 나가는 글에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국가의 민낯을 일깨워주며, 국민의 자리가 어떤 위치에서 이용당하는 존재인지 서술하며 마치고 있다. 그건 일본만이 아니라 바로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이기도 하다.

글로벌 자본은 한 곳에 몰린 군사력에 기반하는 전쟁이라는 폭력을 정당화하면서 매일 “자신의 이익을 체계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시장원리라는 경제의 의사이론에 의해 국민국가는 이제 정치자체를 포기했다. 정치지도자들은 표면적으로는 국익을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글로벌 자본으로부터 얻는 “자신의 이익을 체계적으로 추구하고 있”을 뿐이며,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글로벌 자본에게 팔아 넘기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국민국가의 법으로부터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도록 매일 조금씩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있다. “착취당”하는 사람들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초과착취”로부터 구제할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사회 시스템을 점점 파괴하고 있다.

오늘 대한민국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국민’이었던 자들이 어떻게 혐오세력이 되어 자신들을 차별하는 시스템에 복무하는지 보고 있다. 연일 종교지도자들의 비리와 사익추구,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자들인 대법관의 판사들이 정치세력과 무엇을 담합해 왔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주도적인 세력들의 수장인 대통령과 그를 호위하는 세력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국민을 착취하기 위해 뒷돈을 대오고 있었는지도 훤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착취당한 자들인 사람들이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안의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를 멈추지 않고, 심지어 공격까지 하고 있다. 그 대상은 이주노동자, 난민, 결혼이민자, 유학생 등 모든 이주민을 향해 이루어지고 있고, 동시에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다. 이제 인종주의는 단지 피부색의 다름이 아니라 바로 ‘우리’와 ‘그들’로 나누고 그 차이를 이용해서 행해지는 모든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인종주의는 여러 모습으로 우리를 가르고 이간질하며 증오를 키우고 있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현재 우리가 부인하는 그 인종차별이 어떻게 내 속에 내면화되어 외화 되는지 직시할 때이다.


  1.   2018년 인종차별보고대회 『한국사회인종차별을 말하다.』 김현미 발제문 「정책과 제도에 투영된 인종차별」 28p 참조
    2.   위의 책, 박경태 「한국사회 인종차별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배경」 18p 참조

글 | 정혜실 (mw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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