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14화. 건강하게 살 권리를 빼앗기다 – 이진혜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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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왠지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이럴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다면
이제 ‘친구’의 수요법률살롱을 찾아오세요.

격주 수요일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들이 이주민에게 꼭 필요한 법률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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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살 권리를 빼앗기다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11화’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등의 개정으로 인해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과 그 유지가 더욱 어려워진 점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에 호응하듯 스리슬쩍 개정된 ‘출입국관리법’ 으로 인해 앞으로 수많은 이주민들이 겪게 될 곤란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정부의 끝없는 개악(改惡)으로의 질주를 멈춰달라는 요구를 해보고자 한다.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제도 개편으로 인하여, 한국에 90일 이상 장기체류하고 외국인 등록을 하는 외국인은 직장가입 또는 지역가입의 형태로 ‘자동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된다. 매월 일정한 보험료를 내면 병이 나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적은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 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보험제도에 포섭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유학생과 결혼이민자를 제외한 다른 체류자격 소지자들은 기존에 3개월 이상 체류하여야 가입자격이 주어지던 것이 6개월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6개월동안 아프면 어쩌라고? 친구에서 겪은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한국인 아빠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하기 위해 외국에서 입국한 두살 아이는 엄마가 이미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보험료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가입을 못해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걸 원하는 것인가?

두번째 문제는 6개월이 지난 후 곧바로 지역가입자가 된 이주민은 6개월어치의 보험료를 내야하는데, 그 보험료가 실제 소득 기준이 아니라 ‘지역 세대 평균보험료’, 즉 월 약 11만원, 6개월이면 66만원 가량 한다는 점이다. 보험료가 쌓이면 쌓일수록, 보험에 꼭 가입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기존 제도상으로는 1개월 출국 후 재입국시 다시 3개월이 지나면 3개월치 보험료만 내면 된다는 ‘맹점’ 이 있다고 하면서, 보건복지부는 출국 후 재입국하더라도 체납 보험료는 그대로 살아있을 것이라고(그러나 6개월동안 기다리긴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내국인의 경우에는 체납 횟수가 적거나 일부라도 내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은 전액 납부를 해야지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이게 합리적 수준에 머무르는 차별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당장 올해부터, 아동양육시설에 있는 외국국적의 아동은 소액의 보험료를 내던 과거에서 벗어나 월 11만원의 보험료를 내야하는 ‘부담스러운 존재’ 가 되었다. 아동양육시설에 있는 내국인 아동은 모두 수급대상자로 지정되어 보험료를 면제받지만 외국인 아동은 그렇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정부 지원 한 푼 없이 시설에서 머무르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그 밖에도 문제점은 산적해 있다. 피부양자 등록을 위한 서류를 비현실적으로 까다롭게 만든다거나(외국인은 출생신고도 안받아주는 나라에서), 아무 기준도 없이 영주권자, 결혼이민자와 그 외 이주민들을 차등대우하는 규정들 외에도 더 큰 복병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시행규칙에서 ‘보험료 체납 사실 확인을 출입국에 위탁’ 하는 정부에게 편리한 기준을 만들자마자, 법무부는 쿵짝을 맞추듯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체류기간 연장 심사시 과태료, 범칙금, 보험료 체납 등의 사실을 고려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 법안은 얼마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지역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돈을 내지 못한 이주민은 여러가지 사유로 한국에 체류하여야 함에도 체류자격을 연장하지 못하고 쫓겨나야 한다.

이는 병원의 운영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등록 이주민이 된 사람들이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병원에 가야만 하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무보험 차량에 치이거나, 아이를 조산할 위기에 처하거나,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거나… 그런 경우들에 대비해 불측의 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사회보험의 취지일 것인데, 이렇게 실려간 사람들이 막대한 병원비가 발생하였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 있는가? 보건복지부는 병원이 지게 되는 회수불가능한 채권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아파서 끙끙 앓으면서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주민들을 잔뜩 늘리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 모든 제도 개편이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2017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및 재외국인 가입자 건강보험 재정은 직장가입 및 지역가입 통틀어 2,490억원 흑자라고 한다. 2,490억원. 지역가입자만 떼놓고 보면 적자이지만, 이는 한국인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인의 건강보험료를 많이 걷어서 한국인들 재정에 보태려는 것인가? ‘싫으면 너네 나라 가’ 라고 배짱을 튕기기 전에 외국에서 해당 국가 건강보험제도의 덕을 보고있는 해외 동포들이 743만명임을 상기해보길 바란다.

글 | 이진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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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센터 친구 이메일(friend79law@gmail.com)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 한 가지를 선별하여 법률살롱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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