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통신] 이주노동조합, 이주노동자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주노동조합, 이주노동자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박진우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사무차장

작년 8월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 처음, 

올 3월부터 이주노동자 밀집지역 순회 집회 이어져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와 노동3권 쟁취 주장

한국에는 180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조합에 가입된 이주노동자는 전체 숫자의 0.1%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2015년 8월, 한국 최초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합법화된 이후로 이주노동자들의 가입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러 가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결정된 것이 이주노동자들이 밀집된 지역에 직접 찾아가서 소규모라도 집회를 계속해보자는 것! 그 시작은 2016년 3월 27일 안산역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와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이주노동조합 안산역 집회>였다.

▲ 6월 19일 의정부 집회에서 한 조합원이 발언하고 있다.

그동안 이주노동조합에서는 보신각이나 서울역 등에서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고용허가제 폐지의 날 등 대규모 집회를 중심으로 투쟁을 해왔다. 적게는 3~400여 명에서 많게는 천여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전국에서 올라와 목소리로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하라! 퇴직금은 한국에서 달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서울 도심을 행진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뜨거운 에너지가 분출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열리는 대규모 군중집회는 그날 하루의 뜨거운 기운을 보여줄 뿐 현장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안산역에서 열린 첫 현장집회는 많은 것이 달랐다.

구호와 행진의 대규모 군중집회, 현장의 목소리 담기에는 한계 느껴

일단 안산지역과 그 부근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모였는데 숫자는 이십여 명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주노동자가 집회 때마다 늘 무대를 바라보면서 구호를 외치는 수동적인 위치에 놓여있었다면 현장집회에서는 누구든지 발언이면 발언, 노래면 노래 등 자유롭게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동적인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던 이주노동자들이 하나둘씩 용기를 내서 네팔어, 방글라데시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고 사장과 한국 정부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어떤 이주노동자는 직접 기타를 가지고 와서 즉석에서 거리공연을 하기도 하고 다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누구든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지역 현장집회

안산을 시작으로 의정부, 김포, 마석, 부평 등 이주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일하고 있는 지역을 계속 순회 방문하면서 집회를 진행하다 보니 조합원들 중에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도 집회를 열어달라는 압박 아닌 압박을 받기도 했다. 집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나 동네 친구를 데리고 와서 이주노조에 가입하게 하는 조합원들도 생겼고 오며 가며 이주노조 명함이나 소식지를 받고 연락을 해서 상담을 받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현장집회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쉬운 해고 반대, 재벌에게 세금확충’ 등 민주노총에서 주요하게 투쟁하고 있는 과제들도 함께 제기했다. 특히 최저임금 1만 원 쟁취요구는 지나가는 한국 노동자들에게도 다양한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 안산역 앞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서명을 받고 있을 때 40대 남성 노동자가 다가와서 적어도 최저임금이 1만 원은 되어야 가족들 먹여 살릴 수 있다면서 같이 피켓을 들고 한동안 서 있던 적도 있었다. 늘 현장집회를 하면서 느낀 것은 사람들이 직접 집회에 참여해서 앉아 있지는 않더라도 오가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서툰 한국말로 공장에서 당한 폭력이나 폭언에 대해 증언할 때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나쁜 사장들이 있냐면서 혀를 차는 사람들, 이번에 꼭 최저임금 좀 올려달라면서 힘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주노동자 뿐 아니라 한국 노동자들에게도 공감대 얻어

아직도 2017년 최저임금이 얼마가 될지 미지수이고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하여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억누르기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5년 중형을 선고하는 등 가지 각종의 탄압을 앞세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밑바닥에서 한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향상되어야 전체 노동자의 권리가 상향 평준화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주노동조합은 꾸준하게 나아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주노동조합은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함께 투쟁하는 지역의 여러 동지와 함께 계속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러 지역과 현장을 찾아갈 것이다.

 

박진우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사무차장

2012년부터 이주노조 사무차장으로 재직 중. 주로 노동상담 및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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