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통신] 어필 이일 변호사의 IIDH 47회 국제인권법연수 참가기

IIDH 47회 국제인권법연수 참가기

어필의 이일변호사는 르네 까상 재단 산하 IIDH가 7월 4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개최한 제47회 연례 국제인권법연수과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일 변호사는 공익변호사들의 제반활동을 지원하는 법조공익모임 나우(www.now.or.kr)의 2016년 역량강화 지원대상자로 감사하게 선정되어 항공기, 숙박료등 제반비용을 지원받아 이번 연수를 다녀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동북부의 독일과 접경지역에 위치한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연합의 수도’라고 불리우는 곳인데, 실제로 유럽평의회, 유럽의회, 유럽인권재판소와 같은 핵심 기관들이 이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 스트라스부르 역 앞에서

IIDH Annual Study Session이란?

르네 까상 재단의 IIDH(International Institute of Human Rights, www.iidh.org)가 개최하는 여러 인권법연수과정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년 여름에 3주간 바로 스트라스부르 대학 법학관에서 열리는 Annual Study Session입니다(그 밖에, 난민에 관한 training session 등 몇가지 세션이 더 있는데 불어로만 진행되는 제약이 있습니다).

1948년 채택된 UN 세계인권선언 초안 성안작업에 참여하고, 1968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유명한 법학자 르네 까상을 기리면서 매년 열려 벌써 47회에 도달한 이 인권법연수는, 세계 모든 참가자들에게 참가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기본강의와 테마강의로 나눠져 있는데, 기본강의는 국제인권법, UN system, European system, Inter-American system, African system에 대한 상세한 강의 및 Arab, Asian system에 대한 짧은 강의가 커리큘럼입니다. 테마강의는 매년 시의성이 있는 주제를 선택하여 그 주제에 관련된 특강을 8-10개정도 제공하는데, 올해는 ‘국제분쟁과 법’이 테마였습니다. 최근엔 스포츠와 법, 종교의 자유와 법이 테마인적이 있었고 내년에는 의료와 법이 주제로 공지되었습니다. 

▲ 올해 주제가 담긴 팜플렛 

매년 봄 경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참가신청을 받아 간략한 이력등을 보고 심사(그리고 지역안배)를 한 후 참가를 허가해주는데, 인권활동가, 로스쿨 학생은 물론이고, 검사, 각국 인권위원회 직원과 같은 공무원들도 다수 참가합니다. 불어,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로 기본강의들은 수강이 가능하고, 테마강의들은 불어, 영어 두 종류로 강의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영어만 구사할 수 있더라도 아무런 제약이 없고 수강자 중에 40%정도는 불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개회식과 폐회식이 불어로만 진행되는 것이나 테마특강의 주제나 강사진이 불어반이 조금더 탄탄하기도 하고 서로 시간이 겹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불어로 강의 수강이 되실 경우 모든 강의를 다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아시아권 참가자, 특히 동북아시아권 참가자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는데 실제로 이번에는 필리핀에서 온 참가자, 일본에서 온 참가자를 제외하곤 거의 150명에 달하는 참가자 중 아시아권 참가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참가자중에 이일 변호사를 찾아라! 어디 있죠?

 

세션 개회식은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에서 열렸는데, 개회축사를 유럽평의회의 부사무총장인 Gabirella Battaini Dragoni가 하였습니다. 다른 스피커들과 달리 영어로 진행된 축사는 여러 무력충돌과 산발적인 테러의 위험을 유럽이 직면하면서도 어떻게 국제인권법이 이를 막고,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짧은 감동적인 강의와 같았는데, 마지막에 코피아난이 했다는 멋진 말 “I  argue that we will not enjoy development without security, or security without development. But I also stress that we will not enjoy either without universal respect for human rights.“로 마무리를 하였는데 상당한 무게감과 감동이 있었습니다. 인권에 대한 존중 자체가 후퇴될 수 없는 목표라는데에 대한 완벽한 공감대가 형성된 공간안에 발을 들여놓은 느낌? 한국에서 받기 어려웠던 느낌이었습니다.

▲ 유럽평의회 안에 등장한 어필

▲ 유럽평의회 건물 안의 의미심장한 해쉬태그 캠페인 푯말

코스의 실제 일정과 진행형태?

수업은 거의 대부분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법학관에서 영어반, 불어반, 스페인어반, 아랍어반으로 나뉘어서 진행됩니다. 수업일정이 거의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 정도까지 꽉 차게 짜여있어서 처음에 약간 놀랐었습니다. 그런데 테마특강의 경우 자신이 들을 수 있는 언어강의만 수강하면 되므로, 첫주차를 제외하고는 중간에 공강시간이 있거나, 아예 하루가 다 비는 날도 있고, 3주차는 꽤 여유가 있었습니다

통상 유럽인권재판소 참관이나 기타 기관 견학등도 있었다고 하는데, 올해 세션에서는 외부기관 견학은 없고 강의로 모든 일정이 짜여졌고, 그 밖에 주말에는 해외참가자들을 위해 여러 관광지를 주말에 함께 구경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함께 선택적으로 운영하는 세심한 배려도 있었습니다.

▲ 그 유명한 유럽인권재판소(ECtHR)

▲ 예를 들어, 올해 첫주차 수업시간표(3주 전체 일정은 아래 일정표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 스트라스부르 대학 법학관

강사진이 정말 화려합니다. 각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강사진들은 물론이거니와 실제 관련실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옵니다. 예를 들어, 유엔인권보호시스템을 설명하는 기본강의에는 유엔 특별보고관 출신이, 유럽인권보호시스템을 설명하는 강의에는 유럽인권재판소 현직 판사가 오거나 하는 식입니다. 올해에는 국제분쟁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보니 국제인도법(IHL)이 많이 논의될 수 밖에 없었는데, 영국 육군 부법무감이 와서 강의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가장 최신의 내용들을 반영하여 가르치는 교수들의 강의는 상당히 뜨겁고 흥미롭게 진행되었습니다(제도권 내에서 체계를 활용하고 있는 분들 말고, NGO 활동가들이 국제인권시스템을 활용한 경험들을 가르칠 수 있다면 보다 좋았을 것이란 생각도 물론 들긴 했습니다).

강의가 대규모로 진행되어 수강생들과 긴밀한 교류를 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참가자들도 대부분 실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인권활동가이거나 변호사들인 경우가 많아서 질의응답등에서 상당히 열의있게 참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실제 강의 모습

▲ 올해 테마특강 주제와 강사진

올해의 경우 테마특강의 주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T1 :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영),

T3 : 무력충돌에서의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보호(영)

T7 : 무력충돌에서의 인권보호와 관련된 다국적군의 책임(영)

T9 : 무력충돌에서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인의 책임(영)

T10 : 포스트 분쟁 상황에서의 국제형사법과 국제인권법의 관계(영)

T11 : 무력충돌에서의 강제실종(영)

T2 : 무력충돌에서 민간인의 보호(불)

T4 :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난민의 보호(불)

T5 : 무력충돌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의 보호(불)

T6 : 무력충돌에서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기구들의 활동(불)

T8 : 무력충돌에서 국제인권법을 위반한 사람들의 책임(불)

T12 : 국제인권법과 무력충돌시 피해자의 권리(불)

T13 : 포스트 분쟁상황에서 국가 재건시 국제인권법의 역할(불)

T14 : 포스트 분쟁상황에서의 안보와 정의의 재건 속 국제인권법의 역할(불)

올해 테마특강의 주제는, 예상했던 것과 약간 달리 ‘국제인도법’ – 헤이그육전규약등 전시 또는 무력충돌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하는 규범체계 – 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어서 군법무관이 아닌한 활동가나 변호사들이 이 내용들을 한국에서의 직접적인 활용하는 것은 어려울 여지가 있었지만, 현재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제반쟁점들과 그 안에서 국제인도법, 그리고 국제인권법이 어떻게 규범적으로 의미를 갖고 실제 작동하고 있는 지를 배워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습니다. 기본강의보다도 테마특강이 약간 더 시의성이 있어, 조금 더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3주간의 연수를 마치게 되면, 각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간단한 객관식시험을 통해 ‘성공’ 또는 ‘참가’로 달리 표기된 수료증명을 받을수도 있고,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들 중 지원자에 한해 Diploma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Diploma를 받으려면, 2시간의 논술시험, 구술시험, 그리고 특정 주제에 관해 3명의 면접관 앞에서의 논문심사와 같은 심사라는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야하는데, Diploma를 받는 것이 상당히 영예로운 일로 여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올해는 3명의 학생들이 Diploma를 받아서 모두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기왕 할 수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텐데, 석사학위와 능통한 언어구사능력이 일단 필요해보여서 저는 패스!

▲ 객관식 시험을 통과해 수료증명서를 받고 기뻐하는 이일 변호사

그 밖의 연수와 관련된 제반환경

저는 Airbnb를 통해서 숙소를 구했지만, 대학교 내의 학생 기숙사를 연수기간 내에 신청할 수 있는데, 샤워실이 내부에 포함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가격이 약간 다릅니다.

▲ 이일 변호사가 머물렀던 숙소

학교 식당의 식사도 – 앙트레, 요리, 디저트!! 로 구성된 코스(?) 식사 -를 3.5유로정도의 학생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네! 조금 지루하면 샌드위치, 피자를 먹거나 근처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할수도 있지요!

파리보다는 조금 시원하지만, 그래도 햇살이 매우 뜨겁고 건조한 유럽 여름 날씨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스트라스부르 도시 자체의 중심부는 도보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 4가지 노선이 운행하는 스트라스부르의 트램

실제로 교통수단은 트램(Tram)이 주를 이루고, 더 대다수는 짧은 거리를 자전거로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트라스부르 도시 자체가 환경보호를 위해 정책적으로 자동차를 줄이고 자전거 사용을 늘리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초창기에 지역상인들의 반발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다 만족하는 아름다운 환경이 가꿔졌다고 합니다. 도시 자체가 평지이기도 하고, 구석구석 차량이 통행할 수 없는 지역이 정해져있거나, 자전거도로가 완비되어 있어 성별, 나이 상관없이 자전거를 정말로 많이 이용합니다. 스트라스부르시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velhop이란 자전거대여소도 있어서, 단기여행자는 물론이고 일정정도의 보증금과 거소증명만 하면 한달가량도 35유로 정도되는 금액으로 썩 괜찮은 자전거를 빌릴 수 있습니다.

▲ 잘 가꿔진 자전거도로

▲ 다양한 자전거와 유아 탑승 의자들

▲ 나도 Velhop 자전거 대여시스템 유저!

▲ 이렇게 공강시간에는 노천카페에서 햇볕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배운것과 느낀점?

특히 이주난민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공익변호사 활동을 해오면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일해왔으면서도 계속해서 쉴새없는 일에 스스로를 쏟아내다보니, 뭔가 더욱 배우고 고민하고 채울 시공간에 대한 갈증이 많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사실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국제인권법 분야(국제인권’법’)를 간략히 배워볼 집중적인 기회를 가졌던 것 자체가 매우 뜻 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시아를 포괄하는 인권협약이나, 사법관할권이 있는 인권재판소는 세계의 다른 지역들과 달리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이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UN의 헌장에 기초한 보편적정례검토(UPR)나 각 인권협약의 심의시의 로비와 보고서 제출, 청원제도의 직접적 활용, 또는 유럽의 공간에서 각국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헌법영역의 구체적인 멋진 결정들을 내놓고 있는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을 국내재판절차등에서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것들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 자체를 전체적으로 훑어서 최고의 강사진들에게 집중적으로 배워볼 기회는 쉽사리 찾기 어렵습니다.

공간적으로도 한국의 여러 산적한 치열한 상황과 쉽지 않은 일들로부터 3주정도 되는 시간동안 분리되어 잠시 객관화 하는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저 개인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한걸음 떨어져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가치도 있었습니다. 특히 개회식에서 유럽평의회 부사무총장이 언급한 것과 같은 ‘인권의 불가침성’에 대해 사회 전반의 깊은 동의가 깔려 있는 것으로 느껴지고, 실제로 그렇게 작동할 여지가 있는 UN시스템이나 유럽시스템들을 보다보니, 비록 선언적 측면에 불과할지 몰라도 그와 같이 보편적이고 당당하게 인권을 옹호하는 축적된 내용들과 한국의 상황 사이에 발견되는 ‘괴리’를 통해 앞으로 해야할 여러 과제를 식별하고, 오히려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여러 제약으로 인해 개괄적인 강의에 그칠 수 밖에 없기에 구체적인 사례와 내용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점, 강의 자체가 ‘Advocacy’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보다는, 이미 ‘그 상태로 활동하고 있는’ 각 인권보호시스템 제도 자체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어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곧장 찾아내기는 간단치 않다는 점등은 아무래도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그런 내용들은 추후에 다른 기회를 통해 채워가는 것이 맞겠지요.

한국에서 참여하게 되는데에 항공료와 숙박료 등 여러 제반비용이 있긴 하지만, 800유로 정도의 수업료를 통해 3주간 집중적으로 관련 개념과 제도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 결코 흔치 않습니다. 특히 관심 있는 테마강의들이 개설되어 있는 해라면 더욱 매력적이겠지요. 기회가 주어졌던 제게도 정말 값진 시간이었지만 한국의 개별적인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공익변호사님들, 재단법인, 공익법인에서 활동하는 공익변호사님들 누구에게라도, 잠시 숨을 돌리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국제인권 에 관한 개념과 지역별 제도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볼 계기를 마련해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 자체와 학사일정은 생각보다 좀 버거웠지만, 그래도 알찬 내용과 여러 장점들로 인해 한숨 돌렸던 시간,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고삐를 다시 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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