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통신] 2017년 02월 19일 하루, 두 명의 사장

2017년 02월 19일 하루,

두 명의 사장

강슬기 | 의정부 엑소더스 이주민센터

#오전 11시, 첫 번째 사장

‘뭉클 그리고 눈물’

2015년 라이베리아 출신의 노동자가 공장 기계를 청소하다 손을 다치는 산업재해(산재)를 당했다. 당시 수술비와 치료비용 그리고 일을 하지 못한 기간의 임금은 전부 사업주가 책임을 졌다. 산재가 있고 몇 달 뒤 공장은 문을 닫았고 노동자는 다른 사업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 의정부 엑소더스 이주민센터 입구 사진. 의정부 엑소더스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과 깊이 동행합니다.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존재인 모든 인간이 이주민입니다. (사진제공=강슬기)

1년 후 노동자는 의정부 엑소더스를 다시 방문하였다. 철심을 빼는 수술이 남았고 사업주에게 수술에 대해서 알려야 했기에 사업주와 통화를 요청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었다.

사업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업주는, 현재는 폐업을 했지만 “나의 사업장에서 다친 일이니 책임 질 것이고 언제든지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하면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을 테니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아무리 내가 못해도 그 사람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 사람도 본국에 가족이 있으니까…”

그 사람이 더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업주의 말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내가 이해를 받은 듯한 마음에 울컥했다.

그동안 활동을 하며 내가 받았던 상처,

옆에서 지켜본 노동자들이 받았던 상처,

노동자들을 동행하며 우리가 함께 받았던 상처,

그러한 상처 위에 갑작스런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몰래,

눈물을 훔쳤다…!

#오후 3시30분, 두 번째 사장

‘분노 그리고 똥’

2015년 중국 출신 노동자가 밀린 임금을 요청하기 위해 사업장을 방문했다가 오히려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미등록 체류자였던 노동자는 강제출국을 당할 두려움에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사업장을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너 콩밥 먹게 해줄게.”라는 문자를 보냈고 오히려 사업주가 노동자를 폭행죄로 신고한 것이었다. 그 일을 시작으로 1년 반 정도를 엄청나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나에게 정말 도전이었다. 이 한 사건만 정리를 해도 처음으로 민사·형사사건을 다루는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가이드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은 500만원으로 합의를 보고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25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지급을 하기로 했다.

1차 지급일

노동자: “슬기씨, 250만원 입금 들어왔어요.”

슬기씨: “잘 되었어요~^0^”

2차 지급일

노동자: “슬기씨, 입금 들어왔어요. 사무실에 계세요?”

슬기씨: (아이참, 감사 인사하러 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요즘 단속도 많은데… 그래도 거짓말은 할 수 없지.) “네네. 사무실에 있어요.”

노동자: (김 두 박스를 들고 센터 방문하시면서) “슬기씨,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슬기씨: (부끄럽기도 하고 은근 뿌듯하면서 겸손한 척) “제가 고생은요 무슨… 동자씨가 그동안 마음고생 심하셨죠…”

노동자: “그런데 2,499,000원이 입금 됐어요.”

슬기씨: (WTF!!!) ㅡㅡ^

▲ 2,499,000원이 입금되었다고 은행으로부터 받은 알림문자 (사진제공=강슬기)

100% 받지 못하고 합의금을 받은 것임에도, 함께해줌에 감사 의미로 김 두 박스를 사오는 사람이 있고,

줘야할 돈임에도 1,000원도 아까워서 안 주는 사람이 있다.

▲ 입금 후 사장이 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사진제공=강슬기)

사장 너란 놈!!!

수수료를 빼고 입금을 하다니!!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분노의 산들을 넘게 하고,

마지막까지 천원으로 사람을 분노하게 만들다니!!

대단해!!!

똥 밟았다. 생각할까?

아니, 더러워서 피할까 생각했는데, 치워버려야겠어.

치사한 XX.

강슬기 | 의정부엑소더스이주민센터 활동가

한국에서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딸로 태어나, 필리핀에서 이주학생으로 그리고 남아공에서 이주노동자로 이주민의 삶을 살았다. 지금은, 다시 한국에서 이주민인권 활동가로 이주민의 존엄성을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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