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통신] 캄보디아 프놈펜에 작은도서관을!

캄보디아 프놈펜에 작은도서관을!

정은주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 부관장

ⓒ정은주

파닥파닥힘찬 날개짓이주노동자의 날개달린 도서관

거주민의 78%가 이주민인 안산의 원곡동의 다문화특구에는 23평의 작은 도서관 하나가 있다작지만반월공단과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중국동포고려인 등하루에 평균 88명이 찾는 곳이다이 이용자의 90%가 외국에서 온 이주민.

도서관에서는 2014년부터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날개달린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낯선 환경과 언어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자국의 책읽기로 안정감을 찾고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끔 독서로 날개를 달아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이 중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날개달린 도서관>프로그램이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한 달에 2둘째 넷째 목요일에 자국의 책을 함께 읽고읽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 이주노동자분들을 직접 찾아가 함께 책읽기를 하는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의 <날개달린 도서관> ⓒ정은주 facebook

참가자 대부분이 교과서 외의 책을 읽은 경험이 거의 없는 청년들이어서 <날개달린 도서관>의 처음은 항상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앉은 순서로 한 단락씩 읽고다음 사람이 이어 읽는 형식인데이 짧은 시간에도 참여자들은 최선을 다해 책을 읽는다자신이 읽어야 할 부분에 집중한 나머지앞사람이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몰라함께 책읽는 사람들에게 귀여운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한마디 알아듣지 못해도그들이 즐거워하고 마음을 함께 나누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이시간이 내가 제일 행복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매번 참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은 20명 남짓으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대부분이다그 중에는 편찮으신 부모님이나 동생의 수술비를 벌기위해 나이를 속이고 한국으로 온 친구들도 있다앳된 얼굴의 이 친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책을 읽고독후활동에도 참여한다책만 읽으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2주일 동안 이 시간을 제일 기다린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꼭 있다어쩌면 이들은 책 속에서 자신들이 찾고자 하는 파랑새를 보았는지도 모른다.


▲ <날개달린도서관>의 날개짓을 따라 이주노동자의 꿈이 펼쳐지는 소중한 시간

한겨울밥상에 올라온 미나리

캄보디아에서 온 노동자들은 거의 농업현장에 취직을 한다충청도의 버섯농장경기도의 미나리밭또는 전라도의 인삼밭차밭으로

작년 겨울이었다멀리서도 책을 잡은 손이 유난히 붉은 것이 눈에 띄어프로그램이 끝나고 물어보았더니미나리밭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한겨울에 미나리라니!

생각해보면 겨울에도 마트 같은 곳에서 미나리를 보기도 한 것 같다미나리밭에서 일하는 것은 조금 힘든 일에 속하는데다른 곳보다 월급을 많이 주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한겨울 미나리밭의 일은 꽝꽝 얼어붙어있는 얼음을 깨는 것부터 시작된다새벽의 어둠을 헤드라이트로 밝힌 채얼음을 깨고 물 속을 들어가 미나리를 자르고이를 밭 사이사이에 떠있는 바구니에 80키로가 될 때까지 담아 뭍으로 끌어올린다고이 일은 하루에 12시간씩 계속되기도 한단다겨울 나물의 50% 이상이 이 농업이주노동자들의 손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올라온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그리고 한겨울의 미나리가 비싼 이유를그리고 우리가 한 톨의 쌀도한줄기의 채소도 헛되이 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아는 순간이었다.  

▲ 미나리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 ⓒចង់អោយអ្នកដឹង facebook

선생님아무래도 도서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프놈펜로~

<날개달린 도서관>에 참가하는 사람은 한 번에 대략 20명 정도이다참가자 중에 캄보디아에서 도서관을 가본 경험이 있는 청년은 1명 정도로, 95%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와서 우리도서관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도서관 경험을 한다처음에는 책읽기가 낯설고 수고롭게 책읽기를 왜 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막상 책을 읽다가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한 번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20명 중의 네다섯 명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간다그 중의 한두 명은 2주일에 한번 도서관을 찾는 독서가가 되는 것을 도서관 현장에서 보아왔다그들이 모여 이번에 큰 일을 냈다.

부모님 가게 옆방이 비어있으니그곳에 동네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던 라찌나언젠가는 자신이 졸업한 초등학교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던 결혼이주민 깐야이들의 희망이 모여 드디어 프놈펜에 작은도서관을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가동되었다한국에서 일하고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이 프놈펜에 안산과 연대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그 공간에 작은도서관을 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 선생님아무래도 도서관을 만들어야할 것 같습니다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이야기가 큰 일의 시작이었다이주노동자 한사람 한사람이 만원씩 모은 돈으로 나의 왕복항공권을 지원하였고도움을 요청한지 일주일이 되던 2월 16나는 캄보디아에 날아갔다.

ⓒ정은주

첫날은 프놈펜에 위치한 공단 근처의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맞았다평소 앙코르와트 등의 이미지로 조용한 캄보디아를 생각한 나는 공단을 가로지르는 아침의 활기에 깜짝 놀랐다줄이은 오토바이와 차량의 행렬은 안산 반월공단의 출근길과 다를바 없었다캄보디아의 무한한 가능성이 느껴졌다.

▲ 프놈펜의 아침, 오토바이로 가득한 거리에 활기가 가득하다. ⓒ정은주

공단에서는 먼저 노동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났다노동자 출신의 프랑스 신부님우리나라에서 오신 목사님과 신부님자원활동가로 캄보디아와 사랑에 빠진 박사님그리고 한국에서 일한 후 캄보디아로 돌아온 귀환노동자들과 지구인의 정류장 선생님들이 많은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었다캄보디아어영어프랑스어우리나라 말이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그 순간세상에서 제일 멋진 일이 생겨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프놈펜의 공단에서 만난 노동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머리를 맞댄 시간. ⓒ정은주

 

그 다음 이틀은 귀환노동자들과 논의하는 시간이었다도서관을 열기 위해 필요한 물품 목록을 만들고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귀환한 노동자들 중심으로 책을 기증 받기로 하였다동시에 우리 도서관이 현지에서 필요한 한국어 관련 도서그림책한국 생활에 필요한 생활정보가 담겨 있는 책 등을 모아 이곳에 만들어질 도서관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도서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귀환노동자들이 한 달에 1달러씩 모으고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우리 도서관의 이용자들이 1,000원씩 모아 힘을 보태기로 하였다우리 도서관에서는 누구보다도 캄보디아에서 시집을 온 결혼이주민들이 발벗고 나섰다준비모임을 만들고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천천히하지만 멈추지 않고 그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는 그 과정자체도 참으로 놀랍다

바람에 흔들리던 보랏빛 커텐조차 아름다웠던

스레이나의 집

6일 일정 중 절반을 머물렀던 스레이나의 집에는 빗물을 저장해두는 큰 항아리가 여러개 놓여 있었다물을 틀었더니 개구리가 튀어나왔다는 일행의 말을 듣고 수도꼭지를 돌릴때마다 큰 쉼호흡을 하였는데한국으로 오기 전날 밤결국 만나야 할 것을 만나고 말았다수돗물을 틀자마자 엄지손톱만한 황금색 개구리가 튀어나왔고그 옆에 개구리를 잡아먹기 위해 기다리던 손바닥 크기의 도마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와들짝 놀라 뛰어나오는 나를 바라보던 스레이나의 깊은 눈그 눈 속에 담뿍 담긴 정다움.

ⓒ정은주

2층에 가족들이 준비해주던 오색 모기장과 소담하게 묶인 보랏빛 커텐그 커텐을 흔들던 바람조차 너무나 아름다웠던 스레이나의 집몇일간이었지만 이주민으로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 준 친구와 그 가족의 노고가 느껴졌다이들이 우리 나라에 왔을 때우리 동네에 왔을 때이런 배려를 한 적이 있던가.

▲ 스레이나의 가족들이 준비해준 오색 모기장 ⓒ정은주

캄보디아 사람의 캄보디아 스타일로 이루어 가리라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끼고이들 스스로가 도서관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하고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낸 것은 어떤 거대한 사업을 기획하는 것보다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그들의 방식으로 그들이 가꾸어갈 도서관이 지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그 도서관을 통해 캄보디아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수세기를 걸쳐 가장 훌륭한 스승을 만나고강인하고 아름다운 자신들을 발견해 내며빛나는 캄보디아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것이다.

그 과정을 친구로서 함께 할수 있어참 좋다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서이다.  (2017. 4. 6)

▲ [후일담] 4월 8일,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결혼이주민이 이 일에 합류하여, 한국에서 정식으로 캄보디아에 도서관을 조성하기 위한 ‘캄보디아 모이돌라 도서관 준비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풀어쓰면 ‘캄보디아 원달라 도서관 준비 모임’ 원달러가 모여 어떤 기적이 함께 할지~ 한달에 한번 정기모임을 가지고 논의 내용을 캄보디아와 공유하며 이들만의 멋진 도서관을 만들어갈 겁니다. ⓒ정은주 facebook

 

정은주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 부관장

함께 책읽기를 통해 세상의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꿈꾸는 사서. 현재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 부관장으로 책과 함께 온 세상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다.

목록으로
메뉴,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