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우리 아이들의 집은 어디인가요, 동두천 난민가족들의 외침

미등록-무국적 자녀를 둔 난민 가족들

릴리는 반정부 성향의 정당에서 활동하다가 강제구금될 위기에 처하자 난민신청을 할 목적으로 사업비자를 얻어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으로 왔다. 이후 교회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남편 아킨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아킨은 유학생으로 언어를 공부하러 한국에 왔지만, 그의 기독교인 후원자가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보코하람에 의해 살해되고 교회가 불태워지는 등의 위험으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체재 중 난민(refugee sur place)’이었다. 릴리와 아킨에게 난민지위를 인정받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는 어린 아들이 한국에 남아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난민신청자인 부모에서 태어난 아이는 에티오피아도, 나이지리아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한 무국적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언젠가 아들이 아빠, 엄마 나라의 언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위의 이야기에 나오는 릴리와 아킨의 삶은 동두천 난민가족 모임의 멤버들이 놓인 상황을 대표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가나, 나이지리아, 라이베리아, 에티오피아 등의 나라에서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이들은 미등록-무국적인 자녀를 키우면서 느끼는 어려움들을 해결해야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지난 4월부터 모이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 아프리카 난민들이 많이 모여사는 동두천 보산역 인근의 교회의 건물을 빌려 모임을 갖고 있는데, 주로 아이들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고충을 모으고, 어떻게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이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의지와 간절함이 묻어나는 자리였다.

애들이 하는 모든 것은 한국 것이에요

아이를 키우는 난민 부모들이 제일 먼저 곤혹스러워 하는 점은 아이들의 정체성이 한국에 있고, 본인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게 되면서 부모들은 아이의 적응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게 하고 한국 학교나 어린이집을 보내지만, 동시에 아이들은 부모 나라의 문화에서 멀어지게 된다. 아이들과의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설사 난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본인들은 돌아간다고 해도, 아이들은 한국에 남아서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결국 한국사회에서 아이들의 자리를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 음식을 안 먹어요. 우리 언어도 못해요. 한국 음식만 먹고, 한국어만 쓰죠. 이 애들은 우리의 문화를 아무 것도 몰라요. 애들이 하는 모든 것은 한국 것이에요. 그런데 위험이 기다리는 고국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데려가겠어요? 돌아가면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텐데 왜 이 무고한 아이들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일 때문에 고생을 해야 할까요.” 

가나에서 온 한 난민의 말이었다.

아이들은, 그냥 돌아다닐 수 있는 것 뿐이에요

아이를 잃어버려도 경찰에 가서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국적을 떠나 영토 안에서 태어난 아이를 최소한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 즉 보편적 출생신고제이다. 이미 많은 나라들에서는 부모가 외국인일 경우라도 그 나라의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동두천의 난민가족들은 한국에 그러한 제도가 없다는 점을 매우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특히 난민이라는 독특한 지위상 출신국 정부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본국에 출생등록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더욱 중요했다. 모임에의 한 아버지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미래가 없어요. 정체성이 없는 거죠. 출생등록이나 서류로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고 증명해주지 않으면 소속이 없죠. 그냥 돌아다닐 수 있는 것 뿐이에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근데 그럼 어떻게 살 수 있나요. 만약 문제가 생기거나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경찰에 가서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생계 활동이 없는 난민 신청자에게 

난민지위불허처분 취소소송 인지대만 23만~46만 원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마저 출석해 난민 심사를 받아야 하는 현실

 

결국 부모들이 아이들의 정체성을 찾아주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느끼기에 자녀들에 대한 난민신청 과정은 불합리한 점 투성이이다. 먼저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부모와 연결되어 난민지위인정심사를 거치게 되는데, 이유를 떠나 자발적으로 고국을 떠난 본인과 아이들의 경우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해하기 힘들다. 박해를 피해 이주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에, 아동의 보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부모들의 주장이다.

 

또한 출입국에서 내린 난민인정불허처분에 대해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말 못하는  아이까지 법원에 출석시키고, 만만찮은 인지대(수수료)를 부과시키는 것 역시 부모의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지 않는다. 현재 소송 제기시 내야하는 인지대는 1심부터 3심까지 각각 23만원, 34만5천원, 46만원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원칙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난민신청자 부모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액수다. 출입국에서의 난민신청이 무료라면, 법원에서도 장벽을 그렇게 높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 부모들의 생각이다. 매우 구체적으로, 아이를 법원에 데려간다고 해도 아이에게 질문을 하지도 않을 것인데 꼭 출석해야 하고, 적지 않은 돈 역시 지불해야 하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지하철 교통카드를 제대로 안 찍었다고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기도 해

난민신청 절차에서의 어려움이 존재할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이들이 느끼는 차별과 이에 따른 불안함 역시 존재한다. 한 여성은 불인정결정취소소송 과정에 있던 중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다가 교통카드를 찍지 않았다는 이유로 역무원에게 제재를 당했다. 당시 아이 두 명과 유모차를 끌고 있었기에 카드가 제대로 찍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설명과 함께 지금이라도 내겠다고 했지만, 이미 법을 어겼다고 판단한 역무원은 5만원의 벌금을 내야한다고 했다. 수중에 그만한 돈이 없다며 사정했지만 결국 경찰이 출동했고. 그는 아이들과 함께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어야만 했다. “저희는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서 한국에 왔는데, 지금은 한국이 우리를 두렵게 해요. 우리가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요?” 당시 겪었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가 하는 이야기이다.

 

난민신청 6개월 후에야 노동 허가

아무도 보장하지 않는 생계

동두천의 난민가족들의 생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가끔씩 공장에서 일을 하지만 난민신청과정에 들어가는 돈이 이들에게는 워낙 목돈이기 때문에 그렇다. 원칙적으로  난민신청자는 신청 후 6개월이 지나야 허가를 얻어 노동을 할 수 있고, 정부에서 홍보하는 생계비 지원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6개월 동안 어떻게 살아갈지는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으며, 생계비는 지원자에 대한 선정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녀의 이름으로 생계비를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후 낙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 NGO의 난민아동지원사업의 도움을 받게 된 가족들이 있지만, 가족의 생계에 대한 지원은 아니기 때문에 가족 전반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기는 어렵다.

아이들의 집은 어디에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가족들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고도 열정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보편적인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사실은 아이들이라도 어딘가에 속하고,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한국사회에, 국제사회에 부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의 관점에서 떠나 수혜자의 관점에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의 집은 어디일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여전히 한국을 집으로 생각할 수 없는 아이들의 집은 과연 어디인지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자세가 요청된다.

 

 

글 | 이다솜 MWTV 기자단 5기

이주를 만들어내는 조건 및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 안산의 한 이주민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dasomlee2540@gmail.com

 

영상 | 이정임 MWTV 기자단 5기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소통을 못 하는 이유가 분명이 있다. 그 이유를 영상으로 담아보고 싶다. 

vjung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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