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요코하마 변두리 파라다이스 축제와 와카바초 다문화영화제

“만약에 제가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음향스텝들과 함께 다가갔다면 그들이 경계할 수도 있었을 거다. 그래서 혼자 작은 카메라를 들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북한으로 수학여행 가는 일본의 조선학교 고등학생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하늘색 심포니>를 거의 혼자서 촬영하고 편집한 박영이 감독은 와카바초 다문화영화제 상영 후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북한 시민들과의 촬영 일화를 밝혔다.

요코하마시는 인천의 파트너도시이며, 차이나타운이 있고 외국인 거주자도 많은 국제도시다. 또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시정에 참여하는 살기 좋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그런 요코하마시 안에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나카구 와카바초에서는 매년 특별한 행사가 열리는데, 올해 8월에도 와카바초의 극장 [시네마∙잭&베티]에서 <요코하마 변두리 파라다이스 축제 & 와카바초 다문화영화제>가 열렸다.
▲ 요코하마 와카바쵸 다문화영화제 – 박영이 감독
우선 이 행사의 주최자인 [ART LAB OVA] 대표 카게야마 즈루 씨(이하 즈루 씨)에게 <요코하마 변두리 파라다이스 축제 & 와카바초 다문화영화제>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물어봤다.
“1991년에 오픈한 [시네마∙잭&베티]가 2007년 폐관했을 때, 당시 20대 젊은이들이 영화관의 운영을 이어받았다. (전신인 고전명화상영관은 1952년부터 운영) 당시 [시네마∙잭&베티]는 요코하마 최후의 고전명화상영관이자 유일한 독립영화관이었다.

[ART LAB OVA]는 영화관과 운영을 맡은 젊은이들(지배인과 부지배인)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그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2008년부터 영화관과 지역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태국영화를 상영할 때는 지역의 태국레스토랑의 CM영상을 제작하고, 필리핀 영화를 상영할 때에는 필리핀 상품을 영화관에서 판매한다거나 하는 프로젝트였다.


▲ [ART LAB OVA]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하지만 각 커뮤니티별로 단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기획을 해보고 싶어서 2009년에 <요코하마 변두리 파라다이스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고, 영화관과 상의하다가 <와카바초 다문화영화제>도 동시에 병행 개최하게 되었다.”


▲ [시네마∙잭&베티]의 입구 계단에 장식된 동네의 다양한 주민들의 소개사진

제가 와카바초 다문화영화제를 찾은 날은 제일코리안 박영이 감독의 <하늘색 심포니>이 상영되었는데, 사이타마현 친정에 있었던 저와 막내딸이 함께 영화를 보고, 상영 후 감독과의 교류회에도 참여했다.
▲ 와카바쵸 다문화영화제 – 박영이 감독과 교류회
“솔직히 예전에는 일본사람들이 우리들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들이다 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고, 일본 사람들 중에도 일본정부의 움직임을 떠나서 우리들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요즘 (조선학교) 학생들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리들도 뒤늦게  이런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상영 후 진행된 교류회에서 박영이 감독은 다양한 관객들과 함께 이러한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맛있는 브라질 음식과 함께 식혜나 포도주스 등도 마시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가능하면 끝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친정이 있는 사이타마현과 요코하마시의 거리가 제법 멀다보니 중간에 아쉽게 교류회에서 나와야 했다.

▲ 저의 모교에서의 체험입학을 앞둔 우리 딸을 격려해준 ‘인천’라는 가게를 운영한 홍씨 언니(우측)와 [ART LAB OVA] 즈루 대표(좌측)
그래서 뒤늦게 9월에 일본에서 인천으로 돌아온 후 즈루씨에게 지난 축제 행사에 대해서 다시 물어봤다.
– 이번에 축제 및 다문화영화제를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9일 동안 12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2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영화제와 축제를 소수의 스텝이 진행하다보니 매년 준비나 홍보,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ART LAB OVA]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작품 수급과 관련하여, 작년에 호평을 받았던 감독의 작품을 올해 다시 상영하려 해도, 일본 측에 상영권이 없어져서 상영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자주 있다. 어렵게 영화의 상영허가를 받아도, 배급시기가 지났다고 배급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홍보도 잘 안 되서 결국 관객이 많이 찾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 영화제에서의 [ART LAB OVA] 즈루 대표
작년부터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의 영상작품을 상영하고 있지만, 현대 미술의 영상작품이라서 일본어 자막이 없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영화제 직전에 자막을 넣는 작업을 해야 했다.
운영적인 면으로는 매회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와카바초의 명물 [계란말이]와 [폰데케죠](깨찰빵의 원조라고 하는 브라질빵) 등을 판매하면서, 영화관의 관객들 앞에서 이 기획의 취재를 1분 동안 설명한다. 상영 전 5분 안에 설명을 못하면 다시 설명할 시간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는 것이 늘 큰일이다.

▲ 우리 딸도 흥분하며 놀았던 코린트 게임
또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를 상영 한 후에는 무료로 코린트 게임(파친코를 닮은 핸드메이드 게임)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영화가 끝나면 다음 영화의 상영을 준비해야 해서 늘 정신이 없다.”
– 그런 어려운 점이 있으셨군요. 그래도 보람을 느낄 때도 있다면?
“작년부터 특히 이 지역 어린이들에게 축제 장소가 보금자리로서 개방되고 있는데, 그래서 프로젝트 틈틈이 매일 어린이들이 놀러오고 있다. 비가 내려서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기도 하고, 그래서 진행하기로 한 불꽃놀이도 억수 같은 비 속에서 하는 등,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좋은 추억이 되었던 것 같다.


▲ [ART LAB OVA]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의 작품도 우리가 자막을 제작한 덕분에 이후 일본 어디에서도 상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 영화상영 전에 홍보를 한 덕분에 관객 중에서 우리 <와카바초 다문화영화제>와 <요코하마 변두리 파라다이스 축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이후 기획에도 몇 번씩이나 참여해주는 분들도 있었다.
 

▲ 인기의 브라질 바베큐를 준비중인 일계 브라질인 아저씨
매년 이 시기에만 판매하는 와카바초 배달 도시락집의 [계란말이]도 언제나 호평을 받아서 ‘맛있다’라는 소리도 자주 들었다.
<요코하마 변두리 파라다이스 축제> 기간 동안 아티스트들이 자기가 어렸을 때 유행했던 게임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거나, 고베의 막과자집에서 정평의 볶음국수를 만들어서 먹이거나, 수박 따기 놀이를 함께 하기도 했다. 부모님들의 일이나 경제적인 사정으로 어디에도 나가지 못했던 이 지역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도 보고,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즐거운 여름방학이 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

▲ 나에게도 그리운 지우개 스포츠카 놀이
그리고 9월 23, 24일에 <DMZ 국제다큐영화제>와 10월 말 <이주민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있는 박영이 감독에게도 한국의 상영을 앞두고 기대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봤다.
“이 영화는 특히 한국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향이 남쪽인 조선학교의 학생들이 왜 북쪽을 조국이라고 생각하게 됐을까? 정말 중요한 테마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보도되고 있는 북쪽의 정보가 너무나 한정적이고 일방적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가 권력이나 정치의 세계가 아니고, 북쪽의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마음의 대화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주민영화제> 영화 상영 후 박영이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준비 될 예정이므로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한다.
 

▲ 이주민영화제에서 <하늘색 심포니> 상영 후에 박영이 감독과의 교류회가 열린다. 카톡, 라인 ID ragoyan으로 사전 예약 필수.

▶ <요코하마 변두리 파라다이스 축제 와카바초 다문화영화제> 페이스북 페이지
fb.com/ParadiseFes

▶ DMZ 국제 다큐 영화제 ‘DMZ 비전’에 선정된 <하늘색 심포니>

http://dmzdocs.com/archives/program_type/dmz-vision

 

▲ <하늘색 심포니예고편

▶ 이주민영화제 페이스북

fb.com/withmw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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