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난민이랑 같이 걸을까?> 레인보우스쿨 토크콘서트 후기

레인보우스쿨 토크콘서트 <난민이랑 같이 걸을까?> 후기

 


토크콘서트 <난민이랑 같이 걸을까?> 

  5711명.

난민인권센터가 밝힌,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의 수입니다. 전체 인구의 1만 분의 1 수준이니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수치는 5년 전 난민 신청자 수인 423명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한 해 평균 난민 신청자는 1000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최근 왜 이렇게 갑자기 국내 난민신청자의 수가 늘어난 것일까요?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 난민인권센터 법무부 정보공개 청구 자료 / 시각화 : MWTV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주민과 정주민의 공존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동아리 레인보우스쿨에서 9월 28일 늦은 7시,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서관에서 난민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기 위한 토크콘서트 <난민이랑 같이 걸을까?>를 열었습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시리아 난민 구호단체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님과, 공익법센터 <어필>의 전수연 상근 변호사님이 초대 손님으로 자리해 주셨습니다. 난민과 마주한 경험이 있는 활동가가 직접 전달하는 난민들의 현실을 듣고 싶은 50여 명의 학우들이, 토크콘서트의 청중으로 참석했습니다.

테러를 피한 자에게 돌아오는, 테러범이라는 ‘낙인’

한국 사회에서 난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난민 토크콘서트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난민이 있기는 한가?’ 하는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내전 등의 이유로 인해 난민이 급증했고, 한국 역시 난민들의 목적지가 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필요 때문에 토크콘서트 초반부에 레인보우스쿨이 준비한 것이 난민 현황을 소개하는 발표였습니다. 발표에서는 시리아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사람들이 내전으로 인해 집을 잃고 피란했으며, 그 과정에서 약 500만 명의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떠돌고 있음을 알려냈습니다. 자국에서 벌어지는 테러와 공습을 피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남은 사람들이지만,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잠재적 테러범이라는 ‘낙인’입니다. 난민 유입의 급증은 유럽 내 극우세력이 난민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것이 특히 무슬림 출신 난민들의 IS 가담을 통한 테러를 유발해 다시 혐오가 강화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음을 발표를 통해 지적했습니다.

발표를 통해서, 혐오와 혐오에 대항하는 폭력의 악순환. 이를 끊어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토크콘서트가 조그만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레인보우스쿨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시작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난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토크콘서트를 통해 왜 난민들은 집을 잃게 되었는지, 이들에게 덧씌워지는 낙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릴 수 있다면, 난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해결을 위해 나서는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국제 사회가 키운 아수라, 시리아 내전

발표가 끝나고, 강연을 통해 시리아의 현 상황을 알리기 위해 첫 번째 초대 손님인 압둘 와합 사무국장님이 무대에 올라서셨습니다. 사무국장님은 차분히 내전의 배경에 대한 설명부터 이어나갔습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시리아 독재정권인 알 아사드 정부는 아사드를 비난하는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중학생들을 연행해갔으며, 부모들에게 접견 기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시리아 내부의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켰으며, 장기 독재로 인해 만연해 있던 반정부 정서와 결합함으로써 반군들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싸움은 끊임없는 학살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시리아를 빠트렸습니다. 시리아 정부와 다양한 반정부 세력들과 연관을 맺고 있는 미국, 터키, 프랑스, 러시아 등 각국 정부의 개입은 이러한 내전을 격화시켰습니다. 격화된 내전 속에서 차츰 세력을 키워 간 무장조직이 바로 IS입니다.

“IS는 이슬람교를 따르고 있는 조직이 아니에요. 그냥 싸움을 일삼는 이상한 무장조직일 뿐. IS에 ‘이슬람’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언론들의 보도 행태에는 문제가 많아요.” IS로 인해 무슬림들이 테러집단으로 비춰지는 데에 대한 사무국장님의 말씀입니다. 우리는 특히 우리 사회 속 약자에게 언어를 통해 쉽게 낙인을 찍고는 합니다. 이주민 범죄를 부각시켜 편견을 조장하는 보도 행태는 이미 수차례 레인보우스쿨에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무력이나 경제력을 독점하고 있는 서방 세계에서 알려지는 중동의 현실은 무슬림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IS의 형성과 성장에 대해 책임이 있는 국제 사회는 IS를 이용해 편견을 만들고, 이를 활용함으로써 표 몰이를 통해 이득을 취하고자 합니다. 사무국장님은 특히 미국이 IS 소탕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IS가 사용하고 있는 무기가 미국 등 열강이 사용하던 고성능 무기라는 점을 지적하시면서, 정말 열강들이 내전 해결에 열의가 있는 것인지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내전의 가장 큰 피해자, 난민

내전으로 인해 살 곳을 잃은 시리아 국민들은 정부와 IS의 감시를 피해 국경을 넘어 요르단과 레바논 등지로 피란하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난민들은 난민 캠프에 수용되어 있지만, 시설이 매우 열악하며 홍수나 모래바람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환경입니다. <헬프 시리아>가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주요 대상이 바로 이곳 난민 캠프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들이라고 합니다. 난민 캠프에서 겪은 사무국장님의 경험담 중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캠프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들에게 교육 지원 활동을 할 때, ‘공부해서 써먹을 곳이 없는 데 왜 공부를 해야 하냐?’는 질문을 어린이들로부터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지속되어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내전은 어린이들의 꿈마저 앗아가고 있었습니다.

터키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어 전 세계에 충격을 가져다주었던 3세 소년 에일란 쿠르디의 사례가, 난민 캠프를 벗어나 유럽에서 거주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확보한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라는 점에서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오히려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시리아 난민들이 처해 있는 현실의 심각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매년 수천 명이 지중해를 넘다가 익사하고 있음을 알지만, 절반의 확률로 유럽 입국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위험한 바다 피란길에 나서고자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내전이 벌어지는 시리아로 돌아가는 것이, 국외 난민캠프보다 낫다고 이야기하는 난민들도 있다고 합니다. 국제 사회가 만들고 키워놓은 내전과 무장조직 IS의 테러가, 시리아 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사회가 시리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리아 어린이의 죽어가는 사진이 필요한 것일까요?” 강연 말미에 해주신 사무국장님의 이 질문을 듣고, 공습과 테러로 죽는 것이든 피란길에서 죽는 것이든,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하루빨리 국제 사회가 난민 발생에 책임감을 느끼고 해결에 나서는 것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난민 문젱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인권변호사로의 길

두 번째 손님으로는 공익 법 센터 ‘어필’에서 활동하고 계신 전수연 변호사님이 와주셨습니다. 전수연 변호사님은 난민신청이 회부되어 인천공항에서 5개월 간 억류 되어있던 28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난민심사를 받기 위한 소송을 함께 하셨는데요. 앞선 발제들에서 시리아와 시리아 주변국가들, 유럽의 난민상황을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한국에서의 시리아 난민의 인권 상황을 전해 듣고자 변호사님을 초청하게 되었습니다.

전 변호사님은 대학교육을 마친 후 사회로 나와 보니 사회구조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회 구조 밖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고, 그들의 삶을 어떻게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변호사가 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난민을 비롯한 이주민들이 특히 수많은 사회구조에서 겹겹이 소외되고 배재된 약자라고 생각하여, 그들을 지원하고자 어필에서 법률지원활동을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듣도 보도 못했던 한국에서의 난민실태의 심각성

전수연 변호사님은 이어진 질문들에서 난민에 대한 법률지원활동을 하며 겪으셨던 어려움에 대해서 생생히 들려주셨는데요. 이를 통하여 한국에서의 난민심사와 소송절차, 지원제도에 대한 많은 문제점과 실태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한국에 들어오는 난민들이 받는 난민심사절차였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난민들은 공항을 통과하여 입국을 하면서 1차적으로 난민심사가 이루어지는데, 공항은 난민심사기관이 아니기에 여기서의 심사는 형식적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항에서의 난민심사가 실질적인 심사로 준용되면서, 인도적 체류를 받을 수 있는 난민신청자들이 난민심사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공항에서의 난민심사가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공항에서의 심사가 이후의 난민심사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이용됨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통역과 의사소통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정정할 수 없고, 이것이 이후의 소송에서 걸림돌이 되어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난민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난민심사과정에서 한국 법무부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극히 적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난민들이 법무부의 결정을 취소시키기 위해 행정소송을 하게 되는데, 3심을 거친 후에도 난민으로 인정되는 비율이 전체 난민신청자 중에 3%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난민으로 인정되지 못한 난민들에게는 인도적 체류가 허가되지만, 이 자격으로 체류 중인 이주민에게는 어떠한 사회보장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의료, 교육, 최소한의 생계비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보장도 이루어지지 않아, 정부가 인도적 체류자에게 해준 것은 정말 한국에서 숨 쉬는 것을 허가해 준 정도라고 합니다. 게다가 3%의 확률로 난민으로 인정되더라도 그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인 지원은 내국민과 같은 수준이라고 하셨습니다. 본의와 다르게 본국을 떠나야 했고,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이주해야 했던 난민의 상황을 고려한 지원체계가 없다는 것은 참 충격적이었습니다.

변호사님은 이 외에도 난민심사중인 난민에 대한 생계보장제도의 문제점, 송환대기실에서의 비인간적인 생활환경과 대우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는데, 여기서 보이는 정부의 행태는 마치 난민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비용을 난민 개인과 항공사에게 전가할 수 있는 만큼 전가하고 최소한만 부담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전 변호사님은 이 외에도 훨씬 많은 문제점들을 말씀해주셨는데, 그렇게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가 몰랐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변호사님은 잘못된 제도들 하나하나가 난민들의 인권을 얼마나 침해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시며, 이 문제들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난민의 인권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토크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도 ‘난민은 우리와 별로 상관이 없는데, 왜 그들을 도와야 할까? 우리가 왜 난민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냉정한 현실 앞에서 ‘인권을 위해서’라는 구호는 너무나도 나약해 보이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 변호사님이 해주신 말씀으로 인해 그 고민이 정리되었던 것 같습니다.

“난민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지만 같은 인간이며, 인권이란 국민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라면 모두가 존중과 보장 받아야하는 것이다. 인권은 세금을 내야지 보장받는 것이 아니다.”

늦은 시간까지 열정을 다해 시리아 난민들의 상황을 알려주신 두 손님 분께 정말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승주·류동재·이미라 | 레인보우스쿨

레인보우스쿨은 이주민과 정주민의 공존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고려대학교 중앙동아리입니다. 레인보우스쿨에서는 한국 사회의 보편적 이익이 이주민의 권리와 만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며, 이주민 혐오에 대응하거나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요구들을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등 다양한 실천을 벌여내고 있습니다.

이승주 (고려대 경제학과) / 류동재 (레인보우스쿨 회장, 고려대 교육학과) / 이미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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