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베 대지진을 이겨낸 라디오 공동체, 일본의 이주민방송 FMYY를 만나다

고베 대지진을 이겨낸 라디오 공동체
일본의 이주민방송 FMYY를 만나다

▲ 지역 활성화와 새로운 관광거점 조성을 목적으로 한신아와지 대지진 복구의 상징으로 2009년 신나가타역 앞에 세워진 고베 출신의 만화가 요코야마 미츠테루 씨의 대표작 <철인28호>의 철제 조형물.
“FMYY는 1995년 한신이와지 대지진을 계기로 방송을 시작했다. 일본어를 잘 모르는 이주민들을 위하여 그들의 모국어로 재해정보를 안내하는 방송을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FMYY의 종합프로듀서이며 대표인 김치아키 씨 설명중에서)

▲ FMYY가 위치한 나가타구 타카토리 코뮤니티 센터 (사진 출처: 이주민방송 MWTV)
이주민의 숫자가 전체 시민의 10%에 이르는 고베시 나가타구. 그 안에 한신이와지대지진의 경험을 통해 생긴 다양성을 발전시키고 관용을 베푸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된 Radio FMYY(이하 FMYY)가 자리하고 있다.


▲ FMYY가 위치하는 나가타구 타카토리 코뮤니티 센터 (사진 출처: 이주민방송 MWTV)

인종, 민족, 국적, 언어, 종교, 연령, 성별, 장애 등에 관계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커뮤니티 미디어를 활용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지역 사회에 전하고 있다.


▲ FMYY에서는 토호쿠 대지진이 났을 당시에 재난 지역에 방송제작을 지원했다.

FMYY는 단순히 방송국이 위치한 고베시 나가타구 지역 뿐만 아니라 지난 2011년 도호쿠 대지진 등 커다란 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큰 활약을 했다. 피해지역에서 이주민에게 정보방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것이다. 재해로 인한 피해 때문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던 이주여성들을 위로하는 방송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 FMYY에서의 개발도산지역 지원사업 자료나 판매 지원제품 등

FMYY는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과 함께 하는 다문화 도시를 만드는데 이바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연구, 교육, 국내외 커뮤니티 미디어와 연대사업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2010년에는 NPO(비영리활동) 법인으로서 JICA(일본국제협력기구)의 풀뿌리 기술협력사업에도 참여하였다. 풀뿌리 기술협력사업은 비영리단체, 자치단체, 대학 등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기술을 살려서 개발도상국과 협력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하고 일본국제협력기구와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다.
FMYY의 대표 김치아키 씨는 고베시의 학생들과 함께 2012년 인천시에서 이주배경청소년 교육 연구모임을 위해 열린 ‘’‘Roots2 영화제 및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다. 작년에는 서울에서의 ‘이중언어교육 심포지엄’을 준비하기 위해 인천의 다문화 대안학교인 한누리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 


▲ 인천에 방문한 FMYY 김치아키 씨과 함께한 사진들


▲ 부평의 이주민인권센터에서 (우측 세번째가 치아키 대표)


▲ 카틀릭고베중앙교회와 교회 안의 ‘NGO 고베 외국인 구원네트’

이런 지난 활동들 덕에 FMYY의 종합프로듀서이며 지금은 대표를 맡고 있는 김치아키 씨를 한국에서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FMYY의 활동지역인 고베시를 방문한 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초, 이주민방송 MWTV가 고베의 FMYY를 취재하러 가는 데 통역으로 동행할 기회가 생겼다. 요코하마 영화제 방문차 일본에 있던 나는 도쿄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밤새도록 달려서 고베에 도착하였다.

▲ ‘NGO 고베 외국인 구원네트’사무국의 무라니시 유우키 사회복지사 (사진 가운데 / 사진 출처 : 이주민방송 MWTV)
고베시 전체에 살고 있는 이주민 중 약 40%가 살고 있다는 나가타구는 재일교포 1세대부터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약 28개국의 이주민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 FMYY에서 보여준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의 사진 자료

지난 1995년 1월 17일 일어난 한신이와지 대지진은 고베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고,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주민들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하여 긴급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과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불안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2주 정도 지난 1월 30일, JR신나가타역 근처에 위치한 한국학교의 교실 한 켠에서 피해를 입은 재일교포를 향한 한국∙조선어 및 일본어 방송이 시작되었다. 지진에 의한 재해 정보와 한국음악을 방송하는 작은 FM방송이었다. 그것이 바로 ‘FM여보세요’라는 방송이었다.


▲ 신나가타역 근처에서 ‘카페 나들이‘를 운영하는 ’코베코리아 교육문화센터‘ 김시용 대표와 후카다 케이코 씨

이것은 오사카시 이쿠노구의 재일 한국인(조선인) 대상 FM방송국 <FM사랑>의 협력 하에 한국 학교의 선생님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제작된 방송이었다. 여러 자원봉사자들은 계속 교대해가면서 피해를 입은 재일동포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하여 계속하여 방송을 만들었다.
한편, 나가타구에서 살고 있던 베트남인들도 지진 피해로 인하여 주거지를 잃고 공원이나 학교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베트남인들 역시 언어 장벽으로 인해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 타카토리 커뮤니센터에서 베트남 주민을 위해 일하는 투에트 씨도 베트남 난민 가족 출신이란다.

그런 베트남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이들을 격려하고자 FM유멘(유멘은 베트남어로 서로 사랑하여라 라는 뜻)은 시작되었다. FM유멘은 FM여보세요와 FM사랑의 도움을 받아서 가톨릭 다카토리 교회 안에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방송을 제작할 수 있었다.
FM유멘은 베트남어 뿐만 아니라 필리핀인들을 위한 타갈로그어와 영어, 남미인들을 위한 스페인어,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일본어, 이렇게 다섯가지 언어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후 FMYY는 주식회사 <FM와이와이>로 운영 형태를 변경하였다. 이런 변화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방송제작을 위한 선택이었다.


▲ 국내외에서 수상한 표창장 등이 가득한 FMYY 사무실

그러나 실제로 운영을 함께 하는 스탭들은 150명이 넘는 자원활동가들이었다.
96년 4월부터 일본계 브라질인들을 위하여 포르투칼어 방송이 시작되어 방송 언어는 8개가 되었고, 영어 프로그램도 필리핀 청취자뿐만 아니라 모든 영어권 이주민을 위한 방송으로 독립하였다.


▲ 다양한 상패들을 보며 설명하는 김치아키 FMYY 대표

그러나 FMYY는 일본인과 외국인이라는 단면적인 측면에서 지역과 연결되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 안에는 외국인도 있고, 노인도 있으며,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 여러 커뮤니티가 함께 일하는 타카토리 코뮤니티센터 디자인은 현대적이면서도 함께 모여 먹고 이야기할 공간도 많이 있다.

FMYY는 각각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도우면서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풍요로운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할동하고 있단다.

“오랫동안 이주민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고 있는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또한 각 재일 커뮤니티와 함께 협력하여 방송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이주민들이 만드는 라디오 방송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하여 고베를 방문하였던 이주민방송 MWTV의 주원호 PD는 이렇게 방문 소감을 전했다.

밤새 도쿄에서 고베까지 야간버스를 타고 와서 저녁 때 다시 도쿄로 돌아가야하는 짧은 일정 때문에 고베에 오래 머물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 지역에 사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서 들으면서 재해를 통해 더욱 강해진 지역 공동체 의식이 이 지역을 다시 살리고 발전시키는 저력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베시는 내가 사는 인천시와 비슷한 항구도시로서 앞으로도 서로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커뮤니티 연대를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adio FMYY

야마다 다카코 | MWTV 기자

이주민영화제 프로그래머이자 기자. 2011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샵 참여 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인천 통신원을 마치고 인천시 공식 블로그 기자단으로 활동 중. 한국과 일본을 오고 가는 <한일짜장면> 라디오 방송도 진행 중이다.

仁川派 라고 아줌마의 韓日짜장면 : http://blog.daum.net/ragoyan/

Facebook : http://www.facebook.com/takako.yamada.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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