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농업이주노동자, 최소한의 노동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 [부산]

밥상의 양심을 묻는다

농업이주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심포지엄

부산에서 열려

7월 19일 오후 4부산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농업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밀양 깻잎 밭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시민모임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밀양 농업이주노동자의 실태농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법적 쟁점농업 종사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법령 개정 제안 등이 제기되었다.

농업이주노동자들의 처참한 노동주거 실태

먼저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 정해 활동가가 두 가지의 사례 조사를 기반으로 밀양 깻잎밭에서 일하는 농업이주노동자의 실태를 고발했다캄보디아에서 온 농업이주노동자들은 하루에 10시간 30분씩, 1년에 330여일간 깻잎 따는 노동에 투입되었다하지만 그런 식으로 한달에 294시간 이상 일을 하고서도 받는 임금은 224시간 분량뿐이었다기숙사비까지 사전 공제한 후실제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돈은 한 달에 110~12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숫제 근로계약서상의 고용주는 만나보지도 못한채 마을의 머슴처럼 일한 캄보디아 노동자도 있었다이들은 계약한 농장에 일이 없을 때면 다른 농장심지어는 근처 마트 물류센터에까지 불려가 일을 했지만 이에 대한 급여는 한 번도 정산받지 못했다이들은 비닐하우스 안에 패널로 지어진 가건축물에 살고 있었지만, 4명이 합쳐 60만원이라는 기숙사 비용을 내어야 했다게다가 이 비닐하우스에는 샤워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비닐하우스 한 켠에서 샤워를 해야 했다.

이들은 이 농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는 등 갖가지 노력을 했지만성공하지 못했다기껏 찾아간 근로감독관은 가족같이 일하면 되지 법도 모르는 시골 양반들한테 무슨 진정을 하느냐’ 라는 발언을 하는 등 편파적인 모습을 보였다농장주는 농장을 옮기는 대가로 몇 백만원의 돈을 요구하거나 캄보디아로 돌아가라고 협박했다불만을 표시한 휴일을 주지 않거나 새벽에 일을 시키는 등의 보복을 가하기도 했다.

근로감독관은 농장주들이 법도 잘 모른다는 듯이 이야기했지만농장주들은 농장을 관리하고 통제할 때는 전문적인 모습을 보였다예를 들어 확성기를 이용해 작업시간을 통제하는가 하면하루의 생산 목표를 설정해놓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추가 작업을 시키기도 했다제초나 농약 살포상품성이 떨어지는 깻잎을 미리 제거하는 등의 작업을 나누어 시키는 등 농장 안에서 일종의 분업 또한 이루어졌다이주노동자들의 출퇴근 시간 또한 계절이나 날씨와 상관 없이 일정했다밀양의 깻잎 농장은 실질적으로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공장과 다를바 없이 운영된 셈이다그런데도 농업이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63조로 인해서 과도한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합당한 임금조차 받지 못했다.

과도한 노동시간부족한 휴게시간열악한 주거시설

밀양 농업이주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는 대부분 노동 시간을 월 224시간혹은 226시간으로 정하고시업과 종업 사이에 3시간의 휴게시간을 가지도록 되어 있었다임금 또한 이를 기준으로 해서 지급되었다하지만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 시간은 280시간에서 301시간에 육박했다휴게시간 또한 점심시간 명목의 1시간만 주어졌다.

이에 대해서 추가임금지급을 요구하자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이 참을 먹고화장실에 가고물을 마시고심하게는 허리 펴고 머리를 쓸어넘기는 시간을 모두 휴게시간으로 계산하면 노동자들이 하루에 세시간씩 쉬었다는 주장을 펼쳤다이주노동자들은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지만노동부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CCTV와 같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휴게시간과 근로시간에 대한 당사자간 주장 차이만 있고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에는 노동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에서는 현재 샌드위치 패널로 덧대어 만든 공간이나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시설을 임시주거시설로 인정하고 있다이 시설들은 기본적으로 냉난방이 되지 않고곰팡이로 도배가 된다던지여름에 비가 새서 바닥에서 물을 쓸어내야 한다던지칸막이도 없는 비닐하우스 한편에서 샤워를 해야 한다던지 하는 등 하루도 살기 어려운 공간이다하지만 노동부는 이러한 공간을 기숙사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심지어는 수십만원의 숙박비용까지 사전 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은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

 

고용주들은 이런 문제적 행위들에 대해서 외국인근로자 근로확인서라는 알리바이를 만들어놓고 있다이 문서에는 계절에 다라서 근로시간이나 임금이 달라질 수 있고휴게시간을 자유롭게 분할해서 사용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이 이 문서에 충분한 설명이나 확인도 없이 사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이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고용노동부에서는 이 문서의 효력을 일정 정도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1년 넘게 2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농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다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체불이나 인권침해 등의 사유가 없는 한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실제로 이런 일이 있더라도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그렇다고 해서 농장을 이탈했다가는 바로 미등록이른바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저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실태에 나온 4명의 노동자들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생각했고 결국에는 농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농장을 나왔다고 해도 상황이 희망적이지는 않다어디를 가나 다른 농장의 실태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이주노동자들의 목숨과 바꾼 삼겹살피눈물로 키운 깻잎을 먹을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 근로계약 체결 과정의 문제점

이어서 농업종사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 관련 법적 쟁점에 대해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이주인권소위원장 조형래 변호사의 발제가 이어졌다현재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취업 비자를 얻게 된다사용자가 외국인 고용 허가를 신청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자 송출국과 협의해 구직자 중 적당한 사람을 추천한다사용자가 추천된 근로자를 채용하겠다고 하면 사용자는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해당 근로자에게 보내고이후 해당 근로자는 교육 과정을 거쳐 3년동안 국내에서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근로계약 체결 과정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근로자와는 달리 입사하고자 하는 회사의 정보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유일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은 사용자가 보낸 표준근로계약서 뿐이다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을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해 표준근로계약서에 대해 약관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표준근로계약서에서 사업주가 최대한 구체적으로 업무내용이나 근로조건을 설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이미 노동부는 올해부터 농업축산업어업 분야에서는 번역된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한 바 있다이 과정에서는 용어가 적절하게 번역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또한 기숙사를 운영하고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라면 계약서에서 기숙사의 실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이미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사용자와 기숙사비를 협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숙소의 사진을 첨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근로기준법을 둘러싼 쟁점들

근로 계약의 체결과정에 적용되는 법률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근로 제공을 시작한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규제하는 법률인 근로기준법에도 문제가 있다근로기준법에서는 하루 8시간의 근로주 40시간의 근로 등을 법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여이를 초과할 경우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4시간에 대해 30분의 휴게시간일정 시간 개근시 유급 주휴일 부여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 63조는 농축산업에 대하여 근로시간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즉 농업 노동자에게는 시간외 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최장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할 수도 없으며 주휴일이나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물론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에 따라 노동시간의 장단이 정해지는 농업에 대해 공업을 기준으로 제정된 근로기준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농업도 기계화합리화조직화되가는 추세에 있다때문에 근로시간 규제가 필요한 부분과 아닌 부분을 구분하여 근로기준법 적용 배제 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아울러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근로시간 규제를 전혀 두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

산업재해사업장 변경계절근로 노동자에 대한 추가 쟁점들

산재에 대한 법률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이주노동자에게 산재가 발생했을 경우 세 가지 권리 분쟁 수단이 있다산업재해보상법상의 산재보험근로기준법상의 재해보상민사적 손해배상 소송이 그것이다그런데 이 중 산재보험은 아쉽게도 5인 미만을 고용한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업 노동자는 재해보상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그런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에 대한 법률은 이주노동자에게 상해보험 가입 의무를 부여한다이는 사업주가 져야 할 리스크를 법률적으로 회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꼴이다.

이주노동자는 폭언폭행임금체불을 일삼는 사장을 만나는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3년의 취업기간동안 3회에 한해서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이 3회도 이주노동자 임의로 사업장을 옮길 수는 없고복잡한 조건이 필요하다이러한 제한은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데먼저 사업장 변경권 제한은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 가능성을 봉쇄할 수 있다노동자의 협상력의 근원은 사표이다하지만 사업장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는 교섭에 있어 불리할 수밖에 없다더 큰 문제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임의로 옮길 수 없으면 노동인권 침해를 회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이상과 같은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행과 같이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허락하고 예외적으로 금지시키는 방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 변호사는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계절근로자 제도란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단기취업비자를 발급해서 농번기에 90일동안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제도이다. 2015~16의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본사업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하지만 이들은 법률에 관련 규정이 없어 그나마 존재하는 법적인 보호조차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그나마 최근 서귀포시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 희망 농업인을 모집하면서 월급 135만원 이상 지급주 6일 근무일일8시간 근무비닐하우스 아닌 숙소 제공식사 제공이 가능한 농가여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조형래 변호사는 이번 심포지엄이 이런 식으로 농업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의 질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지었다.

현행법의 유명무실한 기숙사 관련 조항들

이주민지원센터 감사와 동행의 이현서 변호사는 농업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법령 개정 제안에 대해 발제했다농업이주노동자들은 산업의 특성상 90%이상이 논밭 안에 위치한 기숙사에 주거해야 하고때문에 주거권이 이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현재 농업이주노동자의 주거권에는 크게 네 가지의 문제가 존재한다먼저 주거권 자체가 열악하고두 번째로는 기숙사와 관련된 법적 기준이 미비하다세 번째로 숙소비를 자동 공제할 수 있게 하는 현행 법제도가 문제가 되며마지막으로 주거실태에 대한 관리감독 절차가 부실하다는 문제도 있다.

농업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과 관련된 법령은 두 가지가 있다첫 번째는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모든 고용 문제를 규율하는 외국인고용법이고두 번째는 근로기준법이다그런데 놀랍게도 외국인고용법에는 기숙사에 대한 규정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또한 주거조건이나 기숙사 환경을 이유로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 또한 금지되어 있다사업주들이 기숙사와 관련된 조건을 갖출 이유가 없는 셈이다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기숙사에 사는 근로자의 안전이나 풍기를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조항이 존재한다하지만 이 규정 또한 자세하지 않고관리감독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는 이와는 달리 노동자의 숙소에 대한 규정이 따로 존재한다예를 들어 캐나다는 주거시설표준을 통해 노동자 숙소가 갖추어야 할 필수 사항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미국의 경우에도 이주 및 계절 농업 노동자 보호법이 따로 있어 사업주가 숙소에 대해 따로 인증을 받은 후에야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의 주거 관련 규정 개정안

이 변호사가 소속된 이주민 주거권 개선 기획 모임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제시했다개정안에서는 근로기준법에 존재하는 기숙사 관련 규정의 건강풍기 등 고전적이고 추상적인 어휘를 기숙사 설비와 안전위생을 위한 필수적 설비 기준으로 대체했다이 내용은 별도의 조항을 통해 사용자의 필요조치 강구 의무근로감독관의 지속적 관리 감독 의무 등을 함께 적시했다또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해 관리감독 의무가 보다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고용법 시행령 제 55조부터 58조의 기숙사 관련 규정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주거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개정안이 제시되었다가장 필수적인 내용인 기숙사와 시설과 설비에 대한 내용이 맨 앞에 나오도록 고치고소음이나 진동 뿐만 아니라 악취나 대기오염유해 물질에서 자유로운 지역에 기숙사를 지을 수 있도록 강제하는 규정도 추가했다또한 침실에 관련된 내용에 잠금장치 기준도 포함시켜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성폭행의 위험을 줄여 보려고 했다기숙사의 면적 또한 국토해양부 공고에 다른 1인 최저 주거 기준을 참고해 1인당 14제곱미터 이상의 공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적시되었다.

외국인고용법 개정은 크게 세 가지 부분에 집중되었다먼저 첫 번째로는 사용자가 정해진 기숙사 기준을 갖춰야 고용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했고두 번째로는 기숙사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했고세 번째로는 기숙사 기준이 미달될 경우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게 했다특기할 점은 법률에 기숙사 무상제공 의무를 추가했다는 점이다현재는 숙소 비용의 자의적 공제와 이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 문제가 너무나도 심각하기 때문이다이에 발맞춰 기숙사에 필수적인 설비 조건이 충족될 수 있도록해외 사례를 참고해 별도의 세밀한 지침 또한 마련했다이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마련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발제를 마쳤다.

 

글 | 한건희 VOM 기자

이주, 노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이것저것 읽는 것, 그리고 이것저것 먹는 것을 좋아한다. bbscg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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