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한국 이주노동운동의 오늘을 이야기하다

한국 이주노동운동의 오늘을 이야기하다

이주노동운동의 현 단계 진단과 향후 도약을 위한 모색’ 

2016년 지금, 한국 이주노동운동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할 것일까. ‘현대판 노예제’라고 불렸던 악명높은 산업연수생 제도가 실질적으로 폐지되고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다. 일견,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제도는 이미 완성을 이룬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남아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요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 6월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이주노동운동 현 단계 진단과 향후 도약을 위한 모색> 토론회가 마련되었다. 이주공동행동 정영섭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패널로 이주민 활동가 원옥금 대표(베트남공동체), 또뚜야 활동가(이주민과함께, 미얀마), 데니게라 활동가(이주민과함께, 필리핀), 박희은 국장(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주노조), 김그루 활동가(이주인권연대), 장동만 사무처장(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가 자리해 발제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또한, 전국에서 이주노동운동에 관심 있는 이들 등 총 50여 명이 회의장을 가득 메워 논의의 풍성함을 더하였다.

이주민 공동체 활동가들과 선주민 활동가들 한 자리에 모여

패널 대부분은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을 관리하기 위해 처음 도입했던 연수생 제도 시절 이주노동운동을 시작한 이들이었다. 미등록이주민 비율이 80%에 육박하던 그때,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벌어지는 숱한 인권침해에 맞서 싸우는 현장의 최전선에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형식적인 노동권이나마 인정하는 지금은 그래도 이전보다는 발전한 상황이며, 명동성당 농성 등을 기점으로 세워진 이주민 당사자 활동가들과 그들이 꾸려가는 공동체 역시 운동의 산물이자 앞으로의 가능성으로 볼 수 있지 않으냐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패널과 참석자들은 여전히 현 제도하의 이주노동의 조건은 실질적인 측면에서 산업연수생 제도보다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일종의 대안으로서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금 이 체제를 벗어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게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특히 고용허가제가 말 그대로 고용에 대한 허가를 의미하고 있음에 따라 이주노동자가 아닌, 그 노동력을 고용하는 사업주의 편의를 위해 발전되어 왔다는 점을 보면 제도의 한계는 명확해 보였다.

윤지영 변호사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전 내국인 의무 고용 기간이 점점 단축되어오면서 현재 거의 유명무실하게 되었다는 점, 숙련된 노동력을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계약 기간이 1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어난 점, 이주노동자의 근로기한을 연장해주면서 사용자가 노동력을 쓰고 싶을 때까지 쓴 다음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바뀐 점 등을 볼 때 고용허가제는 철저히 사용자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고용주의 허락이 없이는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하는 점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주에 대한 예속성을 강화하게 되는 고용허가제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의 하나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허가제, 노동력을 고용하는 사업주의 편의를 위해 발전되어 온 제도

포럼에서는 90년대부터 이주노동운동의 당사자로 활발하게 활동한 이주민 활동가들이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생생한 이야기와 현장에서의 고민 및 가능성에 대해 나누어주기도 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임금체불이나 사업장 변경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나쁜 사장의 문제가 아닌 제도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노동자들이 상담을 통해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만족하지, 이것이 운동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문제 상담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베트남 공동체의 원옥금 대표 역시, 이주노동자들이 가족부양, 체류 기간 문제, 사업장 이전 문제 등으로 지역에 오랜 기반을 가지기 어려운 점이 이들의 운동 참여가 떨어지는 원인이라고도 했다.

활동가들이 겪는 어려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사무실도 없고 보수도 없는 상황은 괜찮지만, 상담을 하면서 현실의 한계를 반복해서 마주쳐야 하는 괴로움이 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공동체 활동이 이주노동운동의 당사자 참여를 위한 귀한 통로라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우선 (사람들을) 모아야 뭔가 할 것 아니에요.” 원 대표의 말이다.

 공동체 활동, 이주노동운동 당사자 참여를 위한 귀한 통로

18년 동안 활동한 미얀마 출신 활동가 또뚜야 씨와 94년에 필리핀에서 온 데니게라 씨는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당사자 활동가들의 내공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지금처럼 이주민센터들이 없었던 상황에서 극한에 가까운 삶의 조건 속에서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들은 이주노동운동을 통해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권 수준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1등, 2등, 3등이 없잖아요? 다 1등 해야 돼요.” 또뚜야 씨의 명쾌한 진단이었다. 그는 이주민 운동단체에서 상담하면서 미얀마 공동체도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 법 제도에 대한 지식을 잘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아 노동법 교육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데니게라 씨에게도 필리핀 공동체는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힘을 기를 수 있는 원천이다.

“인권 수준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1등, 2등, 3등이 없잖아요? 다 1등 해야 돼요.” 

노동자 운동에서 핵심적인 조직은 역시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운동의 특수성으로 인해 노조를 통한 운동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 안팎의 평이다. 민주노총 박희은 국장은 이주노동자도 당연히 노조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큰 원칙은 처음부터 있어왔음을 짚어주었다. 하지만 구체적 실천이 지역 단위, 혹은 산업 단위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이주노동자와 선주민 노동자들이 함께 활동하는 것은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는 각 노조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인 조합원들에게 이주노동자 조합원과 ‘왜 함께 투쟁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을 준비하고 상담을 시작하려는 등,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노조를 위한 기본적 틀을 마련해 가는 중이다.

한국인 활동가들 역시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앞으로의 고민을 나누었다. 이주인권연대를 대표해 발제한 김그루 활동가는 활동 초기의 이주노동자 상담을 맡으면 그야말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야만 하는 3D 업무였다고 회고했다.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상담하면서 무기력함을 느끼던 중 돌파구를 찾은 것이 이주민 공동체들의 리더십을 세운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뭘 하면 경찰이 와서 시끄럽다고 할 것”이라며 흥분 반 걱정 반이었지만 이제는 센터의 후원을 하는 등 연대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주민센터친구의 조영관 변호사 역시 처음에는 단순히 문제 해결을 위한 곳으로 생각하며 오는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카페 공간을 만들어 여러 가지 교육도 하고 대여도 하면서 접촉점을 만들어왔던 경험을 나누었다.

이주민 공동체들의 리더십 세우기, 이주운동의 돌파구

한편 이 자리에서는 좀 더 넓고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변화와 방향을 짚어보기도 했다. 장동만 활동가는 정부의 다문화 예산 지원으로 운동적 시각에서 복지적 시각으로 전환해가는 흐름 속에서의 운동 방향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며, ‘노동허가제’와 같이 많은 단체가 공유할 수 있는 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사자 운동의 필요성과 더불어 소수자 운동의 성격을 이해하고 선주민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산업연수생 제도 이전에는 이주노동자도 다를 것 없는 노동자였는데 제도를 통해 이들을 노동자가 아닌 ‘다른’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필요를 강조하였다. 연수생 제도가 폐지된 이후 또 다른 제도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되었다는 것은 여전히 이주노동자를 완전히 노동자로 여기지 않으려 하는 시각을 반영하는데, 고용허가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다시 노동허가제를 요구한다면 여전히 이 연장선 하에 있지 않으냐는 근본적인 문제제기였다. 결국 고용허가제가 도입되긴 했지만 이전보다는 개선된 제도라는 점,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게 된 당사자들을 고려해야하는 점 등이 제도에 대한 비판을 어렵게 하였다. 동시에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출국 후 퇴직금 지급, 사업장 이탈 신고, 고용노동부 장관 시행령 등으로 정교하게 이주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교한 통제 수단이 되어가는 고용허가제 

논의는 결국 누가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낼 것이며, 어떠한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당사자를 포함하여 특히 이주노동자 중 안정된 체류허가를 얻거나 정주하게 된 노동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과 함께 이주민의 특수성이 아닌 노동자성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이주노동자만 노동자가 아니라,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난민 등 모든 이주민이 노동자라는 것이다. 나아가 결국 노동조건과 대가에 있어 동등함을 주장하는 이주노동운동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든 선주민 노동자들의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이 모였다.

고용허가제 노동자 뿐 아니라 모든 이주민이 노동자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하는 노동운동으로 확산 필요

‘최소한의 인권이라도 보장하라’는 구호는 더이상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오히려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복지 혜택까지 받는다는 반이주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이지 않으면서도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제도와 여전히 차별적인 사회의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이주 노동운동의 앞날을 응원한다.

 

 

이다솜 | MWTV 기자단 5기 dasomlee2540@gmail.com

이주를 만들어내는 조건 및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 안산의 한 이주민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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