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0년 일해도 최저임금, 공공기관 통역·상담·이중언어 업무 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절실 – 정영섭

10년 일해도 최저임금, 공공기관 통역·상담·이중언어 업무 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절실

11월 17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정영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가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인 민주노총 조합원으로부터 한다리 건너 연락이 와서 만난 것은 지난 9월 초순이었다. 동료로 일하는 이주여성들의 근무조건이 너무나 형편없다는 것이었다. 다가센터는 주로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사회 정착을 돕고 각종 상담을 하고 통역을 하며 지원사업을 수행하며 대개 민간기관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이다.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성가족부의 ‘가족사업안내’ 책자 자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주여성들의 업무가 ‘특성화사업’으로 분류되어 선주민 중심의 ‘기본사업’ 인력에 비해 대우가 낮고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은 다가센터의 핵심 기능이 결혼이주여성과 소위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것인데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유대관계를 맺고 언어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통번역, 상담, 이중언어 업무가 왜 기본업무가 아니고 특성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인지였다. 아마도 이주여성이기 때문에 그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처우를 신경쓰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는데 보면 볼수록 그 의심은 사실로 굳어졌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권인숙의원이 10월 27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결혼이민자들의 국내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2010년부터 통번역서비스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통번역 지원사는 결혼이민자의 입국 초기 상담을 비롯해 임신․출산․양육 등 생활정보, 행정기관․사법기관․병원․학교 등 이용할 때 통번역 서비스를 지원한다. 2010년 210명의 통번역지원사가 활동을 시작, 2012년 282명, 2015년 282명으로 정원이 늘었다. 2021년 정부안에 따르면, 정원 312명으로 기존보다 30명이 확대되어 예산이 편성되었다. 이중언어코치는 2014년부터 시작되어 현재 158명이 활동하고 있다. 다문화가족 자녀가 영유아기부터 자연스럽게 이중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국제화시대에 이중언어의 활용성을 높인다는 게 이 사업의 취지다.” 결국 다가센터에서 이주여성들이 하는 일이 지원사업의 핵심 필수인력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통번역, 이중언어 인력은 인건비가 여성가족부 지침에는 ‘최저임금 이상’으로만 되어 있고 센터 자율로 맡겨져 있어 근속도 인정되지 않고 호봉표도 없어서 10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을 조금 넘는 급여를 받고 일하고 있다. 승진도 할 수 없다. 심지어 구청 파견 형식의 노동자는 1년 미만의 쪼개기 계약으로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부 산하 9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상담 인력, 법무부 산하 1345 콜센터 상담사, 여성가족부산하 다누리 콜센터 상담사 등이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러한 차별적인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활동이 시급히 요구되었다. 10월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민주노총, 이주노동희망센터 등이 함께 회의를 해서 ‘공공기관 상담‧통번역 근무 이주여성 처우개선 대책위’를 제안했고 11월 2일 첫 대책위 회의를 해서 활동 계획을 논의했다. 이주여성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차별 시정 진정 기자회견, 당사자 모임, 국회토론회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온라인 설문은 50명 내외로 받을 수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설문을 시작하자 300여 명이 응답을 하는 등 잠재된 불만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는 12월 16일에 국회의원실과 대책위가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를 통해 발표하고 대안을 촉구하기로 하였다.

11월 17일에 열린 국가인권위 앞 기자회견은 그동안 쌓인 울분을 토로하는 자리였다. 편지글을 통해 어느 이주여성은 “가정에서 한국인 가족들에게 무시를 당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언어장벽과 한국사회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에 많은 비난과 차별을 받았습니다… 이주여성들이 자랑할 수 있는 직장(통·번역, 콜센터 상담 등)에서 오래 근무했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기계발을(관련 분야 전문자격 취득) 꾸준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년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연속 3년 동안 중앙관리기관에서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근무시간 단축 등 편법으로 열심히 일하는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가지고 장난쳤습니다.”라고 하며 차별적 현실을 고발했다.

결국, 지난 2천년대 이후로 정부는 급속하게 소위 ‘다문화사업’을 펼치면서, 늘어난 결혼이주여성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작 이주여성들의 노동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인식도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출신국을 이유로 한 인종차별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래서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 이 자리에서 ‘한국정부’라는 악덕업주를 고발하고자 한다. 한국정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누리콜센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등 해당 기관의 실질적인 임금과 처우를 결정하는 ‘진짜 사장’의 위치에 있다. 최저임금을 지키면 문제될 것이 없기에 최저임금수준으로 이들의 노동의 대가를 정해놓고 이들의 전문성을 착취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한 아래와 같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여 이주여성들의 처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다.

– 이주여성의 경력을 반영하는 호봉제를 즉각 도입하라
– 1년 미만의 쪼개기 계약 근절하고 비정규직 이주여성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 이주민 관련 기관에서 당사자들이 관리자가 될 수 있도록 제반 규정을 신속히 마련하라
– 이주여성 차별 근절을 위한 노정 TF를 구성하라
– 이주여성 차별방지를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업무 매뉴얼을 제공하라!

 

글 | 정영섭 (민주노총미조직전략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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