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M칼럼]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는 고용허가제, 이젠 폐지되어야 할 때!

[VOM칼럼]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는 고용허가제, 이젠 폐지되어야 할 때!

2019년 8월 18일 오후2시 뜨거운 태양 아래 서울 도심 시청 앞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빨간 조끼를 입은 이주노동자조합과 함께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하여 15주년을 맞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가 있었다.

2003년 “나도 권리가 있다”라는 외침 속에서 끌려가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주노동자가 있던 그 때,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제라고 하는 이주노동자정책이 만들어낸 불평등에 저항하며 추운 겨울 노숙을 마다하지 않으며 투쟁했었다. 단속추방의 위협 속에서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본국으로 쫓아 낸 후에 겨우 변화한 제도였던 고용허가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한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제도였던 고용허가제는 아주 그 기본적인 최저임금제 조차도 지켜주지 못할 뿐 아니라, 저임금의 높은 노동강도라는 노동조건 속에서 퇴직금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게 하는 악법으로 변질되었고, 건강보험 의무 가입이라는 제도를 악용하여 체류자격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숙식비를 빌미로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삭감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데, 5인 이하 사업장의 직장의료보험을 의무화하지 않고 오히려 지역가입을 의무화함으로써 11만원이 넘는 돈을 최저임금에서 또 삭감하는 효과를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억울하게도 이주노동자들은 퇴직금 수령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어 이들의 노동의 대가는 엉뚱하게도 한 보험회사의 배를 불려주고 때론 사업주들이 주기 싫은 돈을 쉽게 빼앗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벼렸다.

5세기 로마제국은 정복에 나선 땅에서 피지배자들을 노예로 만들었고, 18세기이후 식민지 건설에 열을 올렸던 제국주의 시대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대륙을 지배하면서 인간사냥을 통해 노예를 자신들의 풍요를 위해 착취해왔다. 근대이후 국가들의 출현으로 국경이 생긴 때로부터 지금까지 노예제 폐지운동과 더불어 노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주를 통해 노동하는 이주민들을 노예의 상태로 놓으려는 갖가지 제도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부족한 노동력을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으로 메꾸면서도 노동의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그들의 존엄을 지켜 주기 보다는 이들을 각 종 이유를 들어 억압하고 착취하면서 오로지 사업주에게 종속된 존재들로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이 사업장이동의 제한이며, 근로기준법의 예외적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63조로 고통받는 어업 및 농축산업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산업연수제로부터 고용허가제로 바뀐 15년동안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앞선 이주노동자들의 희생과 노력 속에서 얻은 최저임금의 확보와 이주노조의 합법화를 실현해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점이 무색하게도 실질적인 최저임금의 삭감 효과를 불러오는 개악된 제도와 지침들로 인해 그 마저도 실효를 상실했고, 이주노조의 합법화에도 불구하고 고용허가제에 길들여진 합법체류자 지위에 만족하는 이주노동자들로 인해 노조 구성원의 확대는 오히려 한계에 놓여 있다. 자신들의 체류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추방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으로 만들어 낸 제도의 변화의 수혜자가 된 고용허가제 이후의 이주노동자들은 앞선 이주노동의 역사를 잘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침해 받지 않는 이상 고용허가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려는 의지는 권리 침해를 직접 겪지 않는 이상 찾기 힘들다. 그래서 집회 현장에는 불평등을 경험한 자들만의 증언들로 넘쳐난다.

고용허가제는 이제 더 이상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는 제도이다. 영주권을 주지 않기 위해 4년10개월이라는 기한을 정해 놓고도 성실근로자제도를 통해 재유입을 허락함으로써 실상 5년이상의 체류에도 불구하고 그 연속성을 부인하는 모순적인 제도이며,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삭감하는 제도이며, 사업주에게 종속되어 사업장이동이 쉽지 않는 노예와 같은 제도이며, 이주여성노동자에게는 임신과 출산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제도이고, 가족결합권이 허용되지 않아 가족들과 분리되어 살아야만 하는 제도이고, 저임금의 강도 센 노동으로 고통을 받고도 편히 쉴 수 없는 열악한 기숙사에서 잠을 자고 비싼 숙식비를 내야하는 비합리적인 제도이며, 건강한 육신도 병들게 하는 높은 노동강도 속에서도 제대로 된 의료보장은 커녕 임금에서 체류지위를 볼모로 고액의 의료보험비를 갈취하는 악질적인 제도이다. 그리고 산재로 인해 중도장애를 입게 된 이주노동자들을 외면하며, 퇴직 후 제대로 된 퇴직금을 수령하지 못해도 돌려주지 않은 돈을 쌓아 둔 채 단속추방을 통해 귀국이 아닌 죽음을 부르는 제도이다.

그래서 오늘도 무더운 더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 위를 행진해야 했던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그 수명을 다하고 낡아버린 고용허가제를 폐기하고 새로운 노동허가제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2018년 12월 유엔인종차별위원회는 이러한 이주노동자문제에 대한 권고를 내리며, 불법체류자로 부르는 용어의 폐기와 이주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로 바꿀 것을 권고하였다. 대한민국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나 그 어느 때보다 민주적인 정부라고 믿고 싶은 정부이다. 그러한 정부에 대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새로 부임하는 법무부 장관은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인종차별적인 출입국제도를 바꾸고, 정부는 현재의 고용허가제를 바꿀 혁신적인 노동허가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글 | 정혜실 (이주민방송MWTV)

목록으로
메뉴,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