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등록’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미등록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정혜실(이주민방송MWTV와 다문화마을의 꿈꾸는 나무 공동대표)

▲ 미등록 이주여성의 삶을 살고 있는 산타 모니카 감독 본인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날고 싶어>(2016)의 스틸컷

이주민 2백만 시대, 보이지 않는 이주민들이 있다. 그들은 미등록이주민들이고, 미등록 상태인 부모의 체류자격으로 인해 미등록 되어버린 아이들이며, 이제 성장을 통해 성인이 되었거나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 청소년들이다. 부모를 따라 왔거나, 먼저 이주해 온 부모와 결합하기 위해 뒤에 왔거나, 여기서 출생했다. ‘다문화가족’이라고 불리는 법적 지원의 테두리 안에 놓였기에 입양의 형식을 거친 중도입국이나 출생등록을 통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아이들과 달리, 이들은 체류와 교육 그리고 건강과 노동이라는 권리들을 충분히 누릴 수 없는 아이들이다.

 

각자의 아이들이 가진 꿈들이 현실의 상황에서 실현될 수 없을 것만 같아 너무 일찍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포기하거나, 한국을 떠나거나, 아니면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불안한 삶으로 합류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공장으로 떠나는 아이들이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아이는 몽골로 돌아갔고, 컴퓨터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던 아이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갔다. 돌아간 아이들은 여기서 십대를 보낸 아이들이다. 자신의 고향이라고 여겨지는 그 땅은 낯선 곳이 되어 아이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적응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한다. 이 아이들에게 고향은 지금 나의 국적이 명시하는 그 땅이 아니라, 어린 시절을 보낸 한국이고 한국으로의 귀향을 꿈꾼다.

 

남아 있는 아이들 중 한 아이는 스포츠 분야의 국가대표선수가 되고 싶지만, 미등록이주아동이라는 이유로 국가대표를 길러내는 중학교에서 방출될 위기에 있다. 태권도 급수를 따기 위해 대회에 나가야 하는 아이는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승급시험에 참가할 수 없음을 받아 들일 수가 없다. 그나마 밖을 나갈 수 있는 아이들은 교육이라도 받을 수 있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니 괜찮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교장재량이니 가고 싶은 학교라고 갈 수도 없다. 그러나 고등학교 이후 진로는 보이지 않는 미래이다. 대학진학이 불가능하고, 취업도 원하는 곳이 안될 수도 있다. 미등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출생한 아이들만이라도 출생등록을 통한 체류권과 교육권 그리고 건강권을 부여하자며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을 제정하려고 노력했으나, 법안은 계류 중이고, 아마도 법안 통과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대표발의를 한 최초의 이주민 국회의원이었던 이자스민 의원과 공익법인권센터 그리고 시민사회단체활동가들의 노력은 새로이 구성되는 국회에서 다시 논의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무엇이 최우선인지를 고려하여 아동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유엔인권아동협약의 골자이다. 우리나라는 바로 협약에 가입한 나라이다. 이제 그 협약을 준수할 법을 만들면 된다. 그러면 2만 명으로 추정되는 이주배경아동청소년들이 미등록인 부모의 체류지위와 상관없이 적어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 글은 《21회 서울인권영화제 자료집》(2016)에 실린 다큐멘터리 <날고 싶어>(산타 모니카 감독)의’인권해설’을 인권영화제의 동의를 얻어 재개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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