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표현과 청와대 청원 사태를 지켜보며,

[칼럼]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표현과 청와대 청원 사태를 지켜보며…

 

 ‘나를 우월하거나, 올바르거나, 최소한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정형화하고, 남을 부정적으로 정형화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불평등한 규정짓기를 통해 자신의 우월한 정체성을 형성 강화하고 타자를 열등한 존재로 질서 지우는 일은 실로 고대로부터 동•서를 가리지 않고, 오랫동안 일상화된 인류의 행위였다. 이러한 아비투스를 우리는 인종주의라고 한다. ‘

서울대학교 역사연구소 편 『역사용어사전』 중에서

 

2018년 6월18일자 오늘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 올라온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문제에 따른 난민증, 무사증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요구가 22만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이러한 청원이 이루어지기 까지 SNS를 통한 예맨 사람들이 난민이라는 이유와 더불어 무슬림 남성이라는 이유로 일부 페미니스트들마저 이들의 시선을 문제 삼으며 유럽의 사례를 들어 잠재적 강간 범죄자로 지목하면서 인종차별적 남성들과 함께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를 부추기는 차별선동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표현들을 이 지면에 옮기고 싶지 않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이 여성으로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받아온 불평등한 위치를 바꾸고자 했던 그 태도가 다른 사회적 소수자를 억압하는 것에 앞장서는 것으로 정당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내가 인종주의 문제와 싸워오면서 힘을 얻었던 기반은 바로 여성주의 운동이었고, 바로 이론적 근거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데올로기였다. 25년을 무슬림 남성과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줄 수 있는 문화적 가부장제에 대응하고, 한국이라는 사회가 가진 가부장제와 동시에 싸움을 해오면서 페미니즘은 내가 무엇과 싸워야 하는 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주는 판단의 근거가 되어왔다. 2009년 보노짓 후세인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성•인종차별 공동대응’에 함께 하면서도 마찬가지였고, 이주여성들이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으로 인해 살해당한 사건들을 사회적으로 추모하기 위한 2012년과 2018년 집회와 가지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주노동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사건들과 사건해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고, 미디어와 제도가 만들어내는 이주민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와 고정관념, 편견, 비하, 낙인화를 가져오는 인종주의와 싸울 때도 페미니즘은 내 싸움의 에너지였고, 저항의 이유였다. 나는 그렇게 페미니스트로서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미디어와 제도에 저항해 왔다.

그런데 어떻게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을 앞세워서 다른 소수자인 난민을 억압하는 일에 동조하는 것을 넘어서,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글들을 쓰고, 유포하고, 청와대 청원까지 가게 되었는지, 나는 분노하다 못해 절망하고 있고, 비참해하고 있다. 어떻게 페미니즘이 인종차별적인 반다문화주의자들이나 국제결혼한 여성들을 성차별하는 인종주의자들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소수자의 경험과 고통을 너무나 잘 알고, 그 누구보다 그 편견과 고정관념의 희생자로 여성들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뎌야 했는 지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전쟁을 피해 목숨을 걸고 탈출하여 생존을 위해 도망쳐 온 사회적 약자인 난민에게 이렇게 행위 할 수 있는가? 아직 그들을 대면하여 살아 본 경험도 없고, 삶의 지형에서 만나서 최소한의 교류조차 나누지 않은 사람들이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며, 불법적 존재로 만들고 잠재적 테러리스트 또는 강간범이라고 부추길 수 있는가?  이런 식의 반응이라면 우린 이 땅에 살고 있는 절반의 한국남성들을 국외로 추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안다. 그것이 불가능한 현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국적을 가진 대한민국의 남성을 한 명도 우리 손으로 어디로도 추방할 수 없음을 말이다. 그렇다면 왜 예맨 난민에 대해서는 이렇게 무차별적인 혐오표현과 공격 그리고 추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게 내면화된 인종주의 태도를 가진 일부 집단들이 페미니스트라는 외피를 입은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인종주의 문제를 일부 페미니스트 집단이나 반다문화 집단의 개개인들이 가진 도덕적 문제로 전환하고 싶지도 않다. 하상복이라는 인종주의 연구자의 말처럼 이는 ‘개인화된 인종주의의 제도화’와 제도화된 인종주의들의 개인화’가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낯선 타자를 두려워하는 우리라고 하는 집단에 속한 개인들의 반응을 그 타자가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하는 사람들 인가로 나누어 위계화와 계층화를 통해서 포섭과 배제의 논리를 가지고 차별을 공고하게 만들어 온 정책과 법 그리고 제도의 문제가 다시 개인의 인종주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미디어가 부추겨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수 개신교로 자처하는 기독교 집단인 혐오세력들이 종교를 이유로 이러한 인종주의에 가세하는 문화적 인종차별을 확산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

2015년 유엔인종차별특별보고관인 무투마 루티에레는 한국사회에게 인종차별과 관련한 조사를 마친 뒤 내린 권고가 아직도 실행되지 않은 2018년 나는 그 중 권고 부분에서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권고를 인용한다.

 

“형법과 기타 관련 형사법을 개정하여 인종차별을 범죄로 명시하고 인종차별을 범죄화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 적절한 형을 선고하고 다른 범죄가 일어난 경우 인종차별이 가중처벌 사유가 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배상을 제공하라.”

“특별보고관은 정부가 인터넷 상의 혐오 발언과 외국인 혐오를 방지 및 철폐하고 이러한 행위에 대한 불처벌을 방지하기 위해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독려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별보고관은 가해자를 신속히 기소하고 해당되는 적절한 제재를 가할 것을 권고한다.”

 

2018년 오늘까지 어떠한 권고도 실행된 바 없는 대한민국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어떠한 차별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통해 그 누구도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반차별 정책을 시행하라!

 

글 | 정혜실 (mw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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