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2] 제1화. 당신도 선량한 차별주의자인가요. – 이제호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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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왠지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이럴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다면
‘친구’의 수요법률살롱을 찾아오세요.

격주 수요일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들이 이주민에게 꼭 필요한 법률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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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선량한 차별주의자인가요.’

이주민방송 <친구> 법률칼럼 시즌2의 첫 시작을 맞이하여 오늘은 법보다는 가벼운 이야기를, 그러나 누구나 살짝 불편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최근 어떤 정치인의 발언이 큰 이슈가 되었다. 바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보다 저 적은 임금을 줘야한다’는 발언이었다. 내국인은 국가에 세금을 내는 등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를 하였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위 발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 왜곡’, ‘혐오 표현’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그 발언이 왜 혐오와 차별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사회적 의미, 이주노동자의 노동이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 국제노동기구협약과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위 발언이 차별의 발언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주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차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사람들은 차별주의자다’라고 생각한다면, 다음 대화를 읽어보자.

A : “불법체류자들은 법에서 정한 기한을 어기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건데 왜 도와주어야 하지?”
B : “성소수자들은 자기가 성소수자인 걸 밝히지만 않으면 차별당할 일은 없지 않나?”
C : “솔직히 대기업 쯤 되면, 평가 점수나 연봉 인상률에 성별에 따라 차별하라는 건 없으니까 유리천장 같은 건 많이 사라진 거 아니야?”
D : “이주민 도와줘야 하지, 그런데 무슬림들은 안 돼, 특히, 중동에서 온 무슬림들은 여성에 대한 인권의식이 매우 낮아서 위험해”

위 대화들은 내가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일을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 대화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A·B·C·D : “당연히 OOO을 차별하는 것은 안 되지만,”

그렇다. A, B, C, D는 모두 차별주의자가 아니다. 그들은 모두 외국인들도 인권이 있고, 성소수자의 인권도 존중 받아야 하며, 남녀차별(조금 더 C의 맥락에 맞추어 표현하기 위해 사용)은 나쁜 것이며, 모든 사람들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핵심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마다 A,B,C,D가 한 말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차별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몇 가지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핵심은 개개의 발언이 차별인지 아닌지 여부가 아니라, 위 발언을 하는 사람 중 그 누구도 스스로 차별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 혐오와 차별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지만, 구체적으로 ‘혐오와 차별’이 주인공이 되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최근 김지혜 교수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우리가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차별주의자라고 지적하기 보다는 어떻게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꽤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현재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혐오와 차별’을 당하고 있거나 다른 사람들이 ‘혐오와 차별’을 하는 것을 보고 있다는 공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스로가 그 선량한 차별주의자임을 자각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내가 생각하지 못 하고 있는 부분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맨 처음 그 정치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과연 그 정치인은 스스로가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스스로는 ‘자신은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할 뿐이며, 외국인에게도 인권이 있고 자신은 이주노동자를 차별하지 않고, 다만 합리적으로 임금을 책정하자고 주장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면 어떻게 될까? 나쁜 차별은 존재하지만 그 누구도 혐오와 차별을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은 아주 이상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선량한 차별들은 우리 스스로 ‘나는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고 있어’라고 믿게 만들어 실제로 내가 하고 있는 혐오와 차별을 마주하지 못 하게 만들게 될 것이다.

혐오와 차별은 단순히 최저임금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이주노동자도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지급하라고 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아니다. 이주민이 선량한 차별의 대상이 되어버린 순간 노동과 임금 이외에 혼인, 가족, 육아, 교육, 사회복지 등 어느 부분에서 차별의 문제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차별을 비롯하여 아직 남아있는 선량한 차별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이 칼럼에서도 그런 노력중 하나로 차별금지법 및 관련 법률 이슈에 대해서도 다뤄볼 것이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 분들도 계속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오늘은 딱딱하고 어려운 법률·인권 이야기를 다루기 전, 열린 마음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나 스스로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아니었는지 한 번 되돌아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선량한 차별주의자임을 알 수 있는 팁으로, 김지혜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내가 모르고 한 차별에 대해서 방어하기보다는 ‘더 알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는 성찰의 계기로 삼기를 권합니다. 자신이 선량하다 생각할지라도, 어떤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차별에 가담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글 | 이제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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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이주민센터 친구 이메일(friend79law@gmail.com)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 한 가지를 선별하여 법률살롱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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