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9화. 지구마을 1번지 대한민국에 대한 짧은 단상 – 황준협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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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마을 1번지 대한민국에 대한 짧은 단상

 

중국국적 동포인 A씨는 춘천 소재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한쪽 팔을 완전히 절단 당하고, 나머지 한쪽 팔도 신경이 거의 끊어지는 중상해를 입게 되었다. 이 사고로 인해 A씨는 서른을 조금 넘긴 나이였는데도 불구하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산재보험금과 한국에서 같이 살고 있는 형님과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남은 생을 영위할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A씨는 산재사고를 당한 회사를 상대로 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산재로 인한 손해배상액 확정을 위해서는 산재피해자(원고)에 대한 신체감정절차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최종 장해등급판정까지 이루어져야 최종적인 손해배상액이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있어 꽤 긴 기간이 소요되었으나, 다행스럽게도 A씨는 소송기간 동안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오히려 당사자보다 더욱 조급해 소송대리인인 나를 위로하며 소송기간을 함께해주었다.

소송과정에서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사실 손해배상액에서 일실손해(사고로 인해 추후 일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손해)를 산정하는 데 있어 그 기준을 내국인기준으로 할지 외국인 기준으로 할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아직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대법원에서는 “일시적으로 국내에 체류한 후 장래 출국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외국인의 일실이익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예상되는 국내에서의 취업가능기간 내지 체류가능기간 동안의 일실이익은 국내에서의 수입(실제 얻고 있던 수입 또는 통계소득)을 기초로 하고, 그 이후에는 외국인이 출국할 것으로 상정되는 국가(대개는 모국)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을 기초로 하여 일실이익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고, 국내에서의 취업가능기간은 입국 목적과 경위, 사고 시점에서의 본인의 의사, 체류자격의 유무 및 내용, 체류기간, 체류기간 연장의 실적 내지 개연성, 취업의 현황 등의 사실적 내지 규범적 제 요소를 고려하여 인정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8. 9. 18. 선고 98다25825 판결).”고 하여 원칙적으로는 외국인의 본국을 기준으로 일실수익을 산정하되, 해당 외국인의 입국목적, 사고 시점에서의 본인의 계속 체류 의사, 사고 당시의 체류자격(비자종류), 과거 체류기간의 연장 실적 내지 추후의 연장 가능성, 사고 후에도 국내에 계속 취업하여 일하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이를 입증한다면 그 기간 동안 만큼은 내국인 기준으로 한 일실손해액을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 현재 법원의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 의뢰인의 긍정적인 마음가짐 덕분인지, A씨에 대한 소송은 다행스럽게도 강제조정 절차를 통해 내국인에 준하는 수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의 태도에 따른 하급심 판례의 경향을 살펴보면 조선족과 같은 외국국적 동포의 경우, H-2비자로 인한 체류가능 기간 동안은 내국인 기준으로 인정하고, 비자 갱신을 위해 다시 본국으로 출국하여 머물러야 하는 외국체류예상기간 동안은 다시 본국기준으로 인정한 판례들도 보이지만, 위와 같이 계속 체류 가능성을 입증하기가 실무적으로는 만만치 않아 다수의 하급심 판례에서는 오히려 사고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남은 체류기간 만큼 정도만 내국기준으로 인정하고, 그 이후의 기간에는 본국기준으로만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에서의 체류자격이 없으면 본국으로 출국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니 위와 같은 법원 판례가 출입국의 비자관리체계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나는 위 판례의 태도가 내국인과 외국인을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즉 본질적으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터 잡고 살아갈 사람이 아니라, 언젠가는 모국으로 돌아갈 사람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실제 우리 외국인 정책의 운용을 보면, 한국에서 삶의 터전을 잡아 뿌리내리고 싶어도 배타적인 외국인 정책으로 인해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 내쫓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소위 3D산업에의 노동력 공급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정책적으로 외국인 노동력의 유입을 장려하면서도 이들의 장기체류를 어렵게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외국인들은 본국으로 출국이 예정되어 있다는 가정은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일까 ‘정부가 유도’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뿌리를 내릴 생각으로 입국하여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당신은 외국인이고 당신의 모국으로 돌아갈 사람이니 당신의 본국기준으로만 손해배상액을 인정해 주겠어.”라고 하면, 본인의 계속 체류의사와는 상관없이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모국으로 돌아갈 수밖에는 없는 것이 아닐까?

요즘 거리를 걷다가도, 또 지하철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우리 삶의 곁에서 나와 인종이 다르거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있다. 외국인이 우리 삶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 되었다. 물론 외국인 정책상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이제는 외국인을 당연히 본국으로 돌아갈 사람으로 여기기보다는,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우리의 이웃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지구마을의 1번지가 되었으면 한다. 인종 및 국적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이나 편견이 없는. 그래서 모두가 함께 존중하며,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글 | 황준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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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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