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15화. 선녀와 나무꾼의 비유 – 황준협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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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나무꾼의 비유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옛날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옛날 옛날에 마음씨 착하고 성실한 나무꾼이 살았는데, 나무꾼은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사냥꾼에게 쫓기는 노루를 숨겨주어 살려주었다. 노루는 보은을 하고자 사냥꾼에 소원을 물었고 사냥꾼이 결혼을 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이야기해주자 보름달이 뜨는 날 연못으로 나무꾼을 나오게 하였다. 그리고 나무꾼에게 그날 연못에 내려와 목욕을 하는 선녀의 ‘날개옷’을 숨겨두고, 날개옷이 없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는 선녀와 결혼을 하도록 하고, 아이 3명을 낳기 전까지는 절대 날개옷을 주지 못하게 알려주었다. 나무꾼은 노루의 말대로 선녀의 날개옷을 가지고 가, 선녀는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없었고, 선녀는 나무꾼과 결혼하여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이후 아이둘을 낳고 하늘나라를 그리워하는 선녀가 불쌍한 마음이 들어 날개옷을 주었더니 선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돌아갔고, 나무꾼은 이들을 그리워하며 수탉이 되었다는 것이 이 옛날 이야기의 줄거리다.

그런데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이 겪게 되는 경험은 선녀와 나무꾼과 매우 유사하다. 얼마 전 외국인 상담을 하다가 접하게 된 케이스도 이와 같은 경우였다. A씨는 D-4(어학연수)비자로 입국해 있는데, 자신이 입학한 학교에서 자신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보관하고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담의뢰를 받고 해당 학교의 담당 교직원과 통화를 하였다.나는 호기롭게 “외국인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보관하는 것은 위법행위일 소지가 다분하고, 인권침해이다. 외국인 등록증을 돌려줘라.” 해당 학교 교직원은 당당했다. 입학허가 과정에서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보관에 대한 동의를 받고, 학교 입장에서도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비자나 어학연수 비자를 받아서 들어와서는 불법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학교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케이스는 비단 A씨에게만 발생한 상황이 아니라 외국인 어학당을 운영하고 있는 몇몇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방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학연수 비자를 받고 들어와 불법취업을 하는 문제는 외국인 입학전형과정에서 엄격하게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문제일수는 있어도, 아무런 법적권한도 없는 어학당 측에서는 외국인 학생의 여권 및 외국인등록증을 임의로 제출받아 보관하는 것은 어학당에서 내세울 수 있는 법적으로 유효한 항변은 아닌 것이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서는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 자체는 존재하지 않고, 다만 동일한 취지를 기재한 조문은 존재한다. 출입국관리법 제33조의3에서는 “외국인의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을 취업에 따른 계약 또는 채무이행의 확보수단으로 제공받거나 그 제공을 강요 또는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94조 제19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어학당에서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을 제공받아 보관하는 것이 ‘취업에 따른 계약 또는 채무이행의 확보수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의 입장도 출입국관리법 제33조의3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고, 다만 인권침해소지가 있어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한 개선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조치는 실시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 대학의 어학당의 위와 같은 조치는 외국인의 개인의 신체활동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치이다. 특히 출입국관리법 제27조 제1항에서는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항상 여권ㆍ선원신분증명서ㆍ외국인입국허가서ㆍ외국인등록증 또는 상륙허가서(이하 “여권등”이라 한다)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같은 법 제98조 제1호에서는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을 소지하여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어학당의 위와 같은 조치는 현행 출입국관리법 위반을 강제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현행법체계에도 반한다. 또한 체류기간 연장이나 거주이전신고를 할 때에는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어학당에서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을 상시적으로 보관하게 되면, 결국 외국인은 체류연장이나 비자변경시에도 어학당 축에서 여권 등의 반환에 조건을 걸어 이를 내주지 않는다면 해당 외국인은 체류기간 연장이나, 체류자격 변경, 또는 거주장소 이전에 결과적으로 해당 어학당 측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위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어학당의 조치는 여러 가지면에서 위법하고 위헌적인 조치인 것이다.

사실 이주민들이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 등을 볼모로 잡혀 여려가지 불이익을 당한 사례들은 현재에도 진행형인 경우가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과거 사업장에서 취업근로자들의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을 보관하고 돌려주지 않는 사례들이 그러했고(현행법상 금지되어 있음에도 아직도 위법행위를 자행하는 사업장들도 있다), 혼인이주 여성들이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사실상 남편의 동행을 강제하거나, 남편이 직접 발행해줘야 하는 주민등록등본제출요구가 그러하다. 현대판 선녀와 나무꾼인 것이다.

다시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나중에 법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이 동화에는 상당히 많은 범죄행위 및 인권침해적 요소가 존재한다. 남의 알몸의 몰래 훔쳐본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이고, 날개옷을 임의로 가져가 숨긴 것은 ‘절도’ 내지 ‘재물은닉’이고, 날개옷을 숨겨 연못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거나, 지상에서만 살게 한 행위는 선녀의 집인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한 행위이므로 ‘감금죄’에 해당하고, 혼인의 과정에서 나무꾼이 선녀에게 ‘나와 결혼을 해주지 않는다면 날개옷을 불태워버리겠다. 혹은 날개옷이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아 날개옷을 영영 찾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이야기(협박)을 하였다면, ‘강요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위헌·위법적인 관행들도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한번 말한다. 그것은 위헌적이고 위법한 것이다. 당장 시정이 필요하다.


1) 출처: https://1boon.kakao.com/wngproject/5b7f7ac9ed94d20001d292a3
2) 주민등록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현재는 외국인 배우자 본인의 신청에 의해 주민등록표에 동거인으로 기재되고, 남편 동의 없이도 주민등록등본의 발급이 가능했지만, 이전에는 배우자가 동거인으로 주민등록등본상에 표시될 수 없었기에, 주민등록발급을 위해서는 반드시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다

글 | 황준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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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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