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7화. 외국인에게 꼭 필요한 자기변호노트-조영관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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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왠지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이럴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다면
이제 ‘친구’의 수요법률살롱을 찾아오세요.

격주 수요일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들이 이주민에게 꼭 필요한 법률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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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 꼭 필요한 자기변호노트

평범한 사람들에게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것은 그 자체로 공포다. 경찰서나 검찰청 입구에 들어선 순간부터 심리적으로 움츠러든다. 날카로운 눈매의 수사관을 마주보며 피의자, 소환, 체포, 임의동행, 진술거부권 등 이해하기 쉽지 않은 법률용어로 만들어진 질문에 답해야 한다. 사실 질문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대답하는 경우보다 묻는 사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대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를 마치면 그동안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을 기록한 서류인 조서를 건네받아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내용이 있는지 확인을 한 뒤에 서명/날인을 하게 되는데, 조사받는 동안 내가 무슨 질문을 받았고 무엇이라 대답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질문과 답변의 기록을 뒤늦게 살펴보는 것은 사실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말에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초기 수사기관에서의 당사자 진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수사기관이 주장하는 범죄 사실을 다투며 무죄를 주장하거나, 혐의 사실 일부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초기 수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나중에 번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특히, 진술한 내용이 사실대로 기록되어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였다는 날인이 되어 있는 서류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외국인이 당사자인 형사재판을 하다보면 조서에 초기 수사절차에서 진술한 내용과 다른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유형을 나눠보면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당사자가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해서 수사기관에서 통역을 통해 신문절차를 진행하고 나중에 조서도 통역인이 그 내용을 말로 설명해주어 그 내용대로 이해했는데 이후 재판과정에서 한국어로 기재된 내용을 다시 설명해주면 그때 통역인의 해준 설명과 다르다고 하는 경우다. 해당 조사가 녹음·녹화되는 영상기록실에서 이루어진 경우라면 그 기록을 토대로 통역의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기존 진술을 하나하나 교정해 가야 한다. 다행히 사후적으로 확인한 통역인의 통역이 긍정/부정을 잘못 전달하는 등 누가 보아도 잘못된 통역이라면 상관없이만 질문을 모호하게 통역하고 그 대답도 모호하게 설명한 경우에는 사실 뒤집기가 어렵다.

또 다른 유형은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서 통역 없이 조사를 받았는데 수사관이 묻는 어렵거나 모호한 질문에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답변한 경우이다. 이 경우는 사실 당사자의 항변사항을 미리 차단할 목적으로 기획된 수사기관의 질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어려운 한자어와 부정의 표현이 한 문장에서 여러 번 사용되는 경우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외국인이라도 그 의미를 명백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수사기관 초기부터 변호사나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인데, 사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의 외국인 피의자에게는 그 문턱이 매우 높다. 피의자가 조사를 받는 과정을 이해하고, 자기가 말한 내용을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텐데 오랜 기간 동안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기록할 수 없었다. 수사내용이 외부에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미 당사자가 귀로 듣고, 눈으로 본 내용인데 이걸 단지 기록하지 못하게 하여 보안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는 궁색하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의자의 메모권을 보장하라고 지난 2013년 경찰과 검찰에 권고하였고, 올해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조사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자기변호노트>를 제작하였고 경찰청과 협의하여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자기변호노트는 수사절차에서 피의자에게 보장되는 권리를 소개하고, 조사를 받을 때 자유롭게 자신의 진술을 기록할 수 있는 메모란과 조사내용을 복기하고 평가해 볼 수 있도록 정리된 체크리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외국인 피의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도 아래와 같이 정리되어 있다. 특히,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자기변호노트>를 11개 언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타가로그어, 베트남어, 태국어, 몽골어, 미얀마어, 네팔어, 인도네시아어, 방글라데시어)로 번역하여 서울지방변호사회 홈페이지(https://www.seoulbar.or.kr)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만약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의 <자기변호노트> 한 권 꼭 준비해 가시길 바란다.

※ 외국인 피의자에게 보장되는 권리

>통역과 번역을 받을 권리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은 통역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로 신문하는 경우에 본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의 통역을 요청하고, 통역이 없는 경우에는 본인이 구사하는 외국어로 진술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80조,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 조 등 또한 외국인에 244 ). 또한 외국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외국인으로부터 압수한 물건에 관하여 압수증명서를 교부하는 경우에는 되도록 번역문을 첨부하여야 합니다(범죄수사규칙 제245조).

>신뢰관계인 등의 동석 요구

검사 또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는 경우 피의자의 국적을 고려하여 그 심리적 안정 도모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직권 또는 피의자의 신청으로 신뢰관계있는 자와 함께 앉아서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5 제2호).

>영사 접견권 통보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수사기관이 외국인을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외국인에게 자국 영사관과 자유롭게 접견, 통신할 권리가 있음을 통지하여야 하고, 자국 영사관이 체포 구속된 외국인과 접견 또는 통신을 하고자 할 때에는 그 권리를 충분하게 보장해야 합니다. 영사 접견권을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글 |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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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이주민센터 친구 이메일(friend79law@gmail.com)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 한 가지를 선별하여 법률살롱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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