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6화. 낙타 아저씨, 조용필 팬 아주머니(우정과 공존을 위한 연대) – 윤영환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 ※ ※

법은 왠지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이럴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다면
이제 ‘친구’의 수요법률살롱을 찾아오세요.

격주 수요일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들이 이주민에게 꼭 필요한 법률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 ※ ※

낙타 아저씨, 조용필 팬 아주머니

-우정과 공존을 위한 연대-

 

이번 글에서 나는 이주배경 가족에 대한 최근의 경험 두 가지를 소개하고 다양한 문화와 가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최근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올해 이주민센터 친구에서는 어린이날 사생대회, 조각조각꿈잇기, 한글여행 등을 통하여 여러 이주민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특히 수년간 얼굴을 익히고 함께 해온 이주민 친구들(여성이 많지만 남성도 있음), 그 자녀들, 가족들과 파주 출판도시로 1박 2일 여행을 함께 간 것이 인상깊게 기억에 남는다. 가족 모임은 아이들과 부모를 같이 보니 서로를 한결 더 깊이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 만나는 모임은 언제 어떻게 만나든 순수하고 사심이 없고 선의를 가진 즐거운 만남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나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하룻밤이면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했던가.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이틀 내내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자유로를 달려 한국 출판 문화의 중심인 파주를 유람하고 체험활동도 하고 저녁 시간에는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추고심학산 둘레길 걷기까지 함께 하고 나니 더 정이 가고 이제는 정말 ‘친구’가 된 것 같다.

신기한 경험 한 가지!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어릴 적 별명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고향이 어디인지, 고향에서 유명한 것이 무엇인지도 서로 소개하고, 그 날 제일 재미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을 말하게 되었다. 몇 년 간 보아와서 친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경우에도 어릴 적 별명, 고향, 자기 자랑 등을 이야기하는데 아주 사소하고 작은 정보 하나를 알고 나서 그 사람이 이전과 다르게 보이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게 뭘까 싶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친해지는 과정에서 아주 작은 것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했던 말이 기억나면서 미소가 지어지고 친밀감이 느껴졌다. 예를 들면 키가 커서 별명이 ‘낙타’였다는 몽골 젊은 아빠, 어릴 적에 안아 주지 않으면 계속 울어서 안고 있어야 해서 별명이 그런 뜻을 가진 태국말“옴”이었다는 여성, 조용필을 좋아한다는 하며 소녀같이 웃던 분, 그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전에 알던 그 분들이 아니다. 고향 몇 군데를 정해서 ‘고향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통상의 공정여행이나 방송에서 소비되는 것과 질적으로 차별화된“친구 집 찾아가는 여행”이다. 몽골에 이어 미얀마, 태국 등으로 이주민센터 친구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여행 프로젝트를 확대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꼭 해야지. 이제 우리는 하룻밤을 함께 보낸 사이이다. 이렇게 가을이 깊어지면서 나라와 민족과 인종과 성별, 노소를 떠나 우리의 우정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만남과 서로에 대한 작은 이해가 작금의 이주민 혐오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까?

이렇게 한편에서 우리의 우정이 깊어가는 동안에도 올해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예멘 난민의 제주도 입국 및 난민불인정, 중국동포 및 이주민에 대한 혐오댓글의 확산, 건설현장에서의 노노갈등 등. 이주민 200만을 넘어서 시대에 이주관련 이슈는 이제 언론의 한 페이지를 빠지지 않고 차지하고 있다. 현직 변호사로서 나는 이주배경 가족의 해체와 관련된 사건을 가끔 수행하게 된다. 거의 매번 가족 사이에 문화와 세대 차이에 의한 갈등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을 목도한다. 앞서 우리가 함께 여행을 갔던 가족들은 대체로 원만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이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국의 혼인이주가정의 경우에는 부부가 서로 맞지 않아 갈등하면서 이혼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친권과 양육권에 대한 문제, 교육문제로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문제의 많은 부분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기존 선주민 가족들이 이주민들에 대하여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국의 문화와 가치관을 따르도록 강요하거나 무시하는 것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수십년을 다른 나라에서 다른 말을 쓰고 다른 문화적 경험을 한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 이해하기 힘든 차이가 많은 것이 당연한데도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사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직접 있었던 사건을 예로 들어 보자. 한국말이 서툴고 한국의 가부장적인 문화에 낯설 수밖에 없는 이국에서 온 젊은 며느리에 대하여 한국인 시어머니는 한국의 전통적인 고부 관계적 정서를 가지고 시집살이를 시키고 손주의 교육에 좋지 않다고 하면서 엄마와 손주를 분리시키려고 하였다. 시댁 가족들 모두가 시어머니의 입장에 동조하였다. 심지어 남편까지. 물론 며느리에게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조금더 배려하고 노력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정말 아이의 입장이라면 엄마와의 관계가 좋고 엄마의 출신국 언어와 문화를 함께 배운다면 아이의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질텐데 시어머니에게는 그런 통찰과 비젼이 없었다. 결국 그 부부는 이혼하고 아이는 시어머니가 맡아서 기르게 되었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케이스였다. 더불어 정말 같이 살기 힘든 경우에는 과감하게 헤어져야 한다. 그리고 잘 헤어져야 한다.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참고 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경우에 한국의 법은 이주민 배우자에게 책임이 없다면 한국에서의 체류와 자녀에 대한 친권, 양육의 인정에 공정하게 판단을 내려주는 편이다.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적절하게 이주인권단체나 출신국 커뮤니티의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혼자 꿍꿍 앓으면 안된다.

물설고 말설은 낯선 땅에 와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을 이루게 된 이주자들에 대하여 한국의 기존 선주민들과 국가, 이주운동단체 및 시민단체들은 그들의 외로움과 고군분투, 삶의 의지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그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신의 삶을 잘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한국사회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주인권단체들이나 국가, 자치단체의 각종 기관들은 혼인이주배경의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원만하고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혜롭게 잘 도와야 한다. 이주자들에 대한 환대와 국가적 지원은 선주민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시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결국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등록과 체류 연장을 고의적으로 기피하는 방법으로 가정내 우월적 권력을 행사하고 차별하며 통제하는 행위는 엄금되어야 하며, 적절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21세기 한국은 선주민과 이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우정”과 “혐오” 사이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고 있다. 기왕이면 “환대에 기반한 우정”이 한국 사회의 주류적 이념과 방향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런 방향으로 국가의 정책과 법률,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이주민 당사자와 이주운동단체, 시민단체, 국가와 선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힘들지만 보람있는 “연대”의 역동적인 여정이 될 것이다.

글 | 윤영환 변호사

 

※ ※ ※

변호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이주민센터 친구 이메일(friend79law@gmail.com)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 한 가지를 선별하여 법률살롱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목록으로
메뉴,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