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2화. 로미오와 줄리엣 – 이진혜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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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로미오와 줄리엣

 

이탈리아 베로나(Verona) 의 쟁쟁한 두 가문, 몬태규(Montague)와 캐퓰릿(Capulet)은 원수지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미오 몬태규와 줄리엣 캐퓰릿은 서로 한 눈에 반해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그렇지만 결혼 생활(?)이 순탄할 리 없을 터, 둘은 탈출하여 먼 곳으로 떠나 행복하게 살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 실패하고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세익스피어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 은 외부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맹세를 목숨으로 지키고자 하는 젊은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말리면 더욱 불타오르는 그것. 세익스피어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도 막으면 막을수록 거세게 흐른다고 했단다.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라는 중세적 결혼 마인드는 이제 개인과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만남과 여생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으로 이전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좀 더 가까워진 듯 하다. 그러나 여전히 결혼제도는 사회구조의 기초, 재생산의 요람으로 불리우며 경제적 동기의 확대와 최근 들어서는 국가 간 경제격차에 따른 ‘매매혼’ 의 양상까지도 떠오르고 있다.

결혼을 바라보는 국가의 시각은 어떨까? 로미오나 줄리엣보다는 그 가문의 아버지들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특히 외국인과 한국인의 결혼에 대해서는 아주 냉혹할 정도이다. 아이를 낳은 혼인이주여성과 그렇지 않고 남편과 둘이 사는 혼인이주여성은 영주권과 국적취득에서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아이 셋 낳은 애기엄마는 애국가 1절만 불러도 합격이지만, 아이가 없는 혼인이주여성은 여수 국제 엑스포가 몇 년도에 열렸는지까지 알아도 합격이 될까말까이다. 아이 돌보느라 바쁠까봐 면접시험을 쉽게 해주는 배려일까? 내가 보기에는 마치 ‘선녀와 나뭇꾼’에서 나오는 사슴처럼 애가 셋은 되어야 ‘도망’을 못간다는 편견, 그리고 혼인이주여성을 출산율을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저출산 국가의 공무원의 위기의식의 처절한 콜라보레이션이다.

체류자격은 결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부부싸움을 하거나 갈등이 심화되면 한국인은 외국인 배우자에게 체류자격을 연장하지 못하게 협조하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거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빼앗기도 한다. 영주권이나 국적 신청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해도 이를 저지하는 경우도 있다.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혼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한국에서의 체류를 계속하고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서는 친권과 양육권을 위해 피터지게 싸우고, 귀책사유가 전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한 소송을 겪어야 한다. 이는 비단 결혼이주‘여성’ 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한 혼인이주남성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고초를 겪는다. 사회적 편견, 집안에서의 무시, 체류자격의 불안정 및 출입국관리소의 위장결혼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 등등.

출입국 당국은 ‘결혼’ 의 상을 몇가지 정해두었는데, 그 중 하나는 ‘같이 살아야 한다’ 는 것이다. 정작 한국인 부부들은 취업이 되는대로 주말 부부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 교육 때문에 심지어 ‘기러기 부부’를 하기도 하는데, 외국인과 결혼한 커플은 그게 쉽지 않다. 같이 살지 않는 부부는 위장결혼 한 것으로 의심받기 십상이다. 이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식을 낳는 것이다. 다시, 자녀 없는 부부는 결혼의 진실성에 대해 계속 의심받는다. 최근의 상담 사례 중에서는 집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 도시로 나가서 일을 하라고 숙식제공이 되는 일자리를 남편이 소개시켜 주었고, 이에 나가서 일을 하였더니, 출입국사무소에서 남편을 ‘모시고’ 같이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체류자격을 연장해주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국가가 나서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파탄과 비극을 양산하고 있다. 난민인정율도 1% 라는데, 위장결혼이라고 판단하는 그 매서운 눈초리는 난민인정심사만큼의 근거는 있는 것인지, 결혼 후에도 한국인 배우자에게 꼼짝 못하고 복종하도록 만드는 체류자격 심사의 구조는 언제쯤 개선이 될 것인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결심으로 뿌리를 옮겨온 사람들이 이혼했다는 이유로 통째로 다시 삽으로 퍼내어지듯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쉽게 말하는 그 무신경함은 정말이지 그게 그럴 일인지, 싶다.

글 | 이진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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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한 가지를 선별하여 법률살롱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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