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19화. 외국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단상 – 김영준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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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왠지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은 제 그만.
이럴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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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수요일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들이 이주민에게 꼭 필요한 법률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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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단상

 

유년 시절에 미국에서 4년 간 거주하였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정체성 문제이다. 나는 왜 이들과 다를까? 그냥 함께 하고 싶은데… 나는 왜 이들과 다르게 생겼고, 다른 말을 하고, 다른 음식을 먹는가? 나는 존재는 뭔가 붕 떠있는 듯한 상태였고, 이러한 유년시절의 감정은 지금도 무의식 속에 깊게 가지고 있다.

이 땅에 있는 어린 외국 아이들도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평생 나와 같이 부유하는 존재감을 가질까? 아마 그럴 것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다. 그러한 미국과 한국은 아마 다르고 한국 쪽이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언제 이러한 것들을 경험했냐는 듯이 망각하고, 그들의, 그 아이들의 힘듦을 흘려버린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天, 地, 人으로 관념하였고, 더 일반적으로는 물질, 제도, 관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天은 정체성, 관념을 말하고, 地는 지속성, 물질을 말하며, 人은 관계성, 제도를 말한다. 동학의 이념이 人乃天이라고 한다면 이는 관계성이 곧 정체성이라는 말일 것이다. 굳이, 사회인식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나는 함께하는 범위(스케일)이다. 세계화라는 현실에서 우리의 범위, 즉 나의 존재의 범위는 어떠한 것인가? 나와 함께 하는 범위가 나의 존재의 범위일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선은 함께 만나는 것이리라. 함께 만나서 밥을 같이 먹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하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리라. 이 이외에도 함께 하는 것의 범위는 상당히 넓겠지만, 궁극적으로 함께 한다는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 간인 공동체의 의사결정을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에는 이러한 공동체가 많이 있는가? 잠시 이에 대하여 살펴보자. 1933년 5월 29일자 동아일보 사설이다. “협동조합의 발달이 조선에서 용이한 것은 예전부터 계라는 협동조합 같은 조직체가 있어서 민중이 이것을 이해하기가 용이한 때문이었다. 조선의 민중은 협동조합을 일종의 계로 인식하고 계의 직능을 본받아 이것을 조직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혹자는 대한민국은 각자도생의 현실만이 지배하고 공동체는 모두 파괴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1926년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약 2만 여개의 계, 81만 여명의 계원이 조직되었다고 하며, 2012년 12월에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만들어진 협동조합은 2018년 말까지 1만 3천여개가 넘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각자가 피부에 느끼는 공동체는 많이 없을 수도 있다. 이처럼 자율적 공동체의 영역이 적은 경우에는 공동체는 곧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부문을 의미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자율적 공동체의 영역을 넓혀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부문이 중요하게 되며, 이러한 공공부문의 의사결정에 외국인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정치개혁과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을 할 수 있다면, 한국의 미래는 상당히 밝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과는 전혀 다른 관련된 현행법들을 살펴보자.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2항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며 동법 제3항에서 “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정치활동을 하였을 때에는 그 외국인에게 서면으로 그 활동의 중지명령이나 그 밖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라고 하며 동법 시행령 제22조 제2호에는 그 밖에 필요한 명령에 강제퇴거 등의 조치가 포함된다고 하고 있다.

이는 위의 생각과는 다른 명확한 배제의 논리, 자아의 축소의 논리이다. 이 법을 외국인의 정치활동의 원칙적 부정에서 원칙적 긍정, 예외적 부정으로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정치적 영역에서도 외국인과 함께하는 그날을 위하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의 확장, 우리의 확장을 위하여.

글 | 김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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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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